세월호 기억하는 노란 리본, 이렇게 만듭니다

나경렬 입력 2016. 7. 15. 11:5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참여연대가 운영하는 '노란 리본 공작소'에서 세월호 리본을 만드는 시민들

[오마이뉴스나경렬 기자]

13일, 오후 4시. 뜨거운 태양에 달궈진 아스팔트는 식을 줄 몰랐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땀방울은 이마를 타고 떨어졌다. 참여연대는 매주 수요일 '세월호를 기억하는, 노란 리본 공작소'를 운영한다. 전국에 걸려 있는 노란 리본은 이곳과 광화문에서 만들어진다. 100% 시민들의 손으로 제작된다. 29도, 후텁지근한 날씨에도 시민들은 '노란 마음'을 만들기 위해 서촌 입구에 모였다. 이들을 만나러 참여연대를 방문했다.

노란 리본, 이렇게 만들어진다

▲ 노란 리본 순간접착제로 리본 모양을 만든 상태
ⓒ 나경렬
▲ 노란 리본 가위로 리본의 끝 부분을 잘라내는 모습
ⓒ 나경렬
"아세톤을 사 오겠습니다."

이번 주 시민 활동을 담당한 김주호 간사의 말이다. 노란 리본을 만드는 데 아세톤이 왜 필요할까. 이 의문은 첫 리본을 만드는 순간 해소됐다. 노란 리본은 종이를 0.7mm로 균일하게 자른 다음 꼬아서 만든다. 리본 모양을 유지하기 위해 두 선이 교차하는 지점에 순간접착제를 바른다. 좁은 틈에 접착제를 바를 때 접착제가 손에 묻기 쉽다. 잘 지워지지도 않는다. 손에 묻은 접착제를 '떼어내기' 위해 아세톤이 필요하다.

리본 모양을 만든 뒤 모양을 내기 위해 끝부분을 잘라야 한다. 너무 날카롭지도, 둥글지도 않게 잘라내는 게 관건이다. 활동가들은 곧잘 보기 좋은 모양을 만들어 낸다. 이제 리본 사이에 고리를 다는 일이 남는다. 이 고리로 노란 리본은 전국에 걸려 있을 수 있다. 누군가의 가방에, 자동차 내부에, 자전거에.

자원 활동에 신청한 시민들에게 이곳을 찾은 계기를 물었다. 그러자 "죄책감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2시간 동안 봉사를 하면 솔직히 죄책감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신청하게 됐다", "그들에게 한 번도 도움을 주지 못해 미안해서 왔다"는 식의 대답이 돌아왔다.

세월호 참사와 본인 사이의 연관성 때문이라는 봉사자도 있었다. 미국에서 대학교에 다니고 있는데 방학을 맞아 한국으로 돌아왔다는 한 청년은 "대학교에 입학했을 때 세월호가 침몰했다. 비록 타지에 있었지만 세월호 참사와 내가 뭔가 연결된 느낌"이라고 말했다.

노란 리본은 어디로 가나

▲ 서촌이 노랗게 물들었습니다 서촌길 노랗게 물들이기 시즌2
ⓒ 참여연대
참여연대는 세월호 1주기를 맞은 2015년 '서촌길 노랗게 물들이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서촌 지역 상점에 프로젝트 참가 의사를 묻고 이에 응한 상점에 1주기 추모 포스터를 붙였다. 세월호 배지와 노란 리본을 상점에 놓았다. 식당이나 카페를 이용한 손님들이 자유롭게 가져갈 수 있도록 했다.

참여연대는 올해 '서촌길 노랗게 물들이기 시즌2'를 진행하고 있다. 프로젝트는 3월부터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다. 서촌 주변 상점들만을 대상으로 한 프로젝트가 시민들의 입을 타고 전국 각지로 퍼져나가게 된 것이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서촌길 노랗게 물들이기 시즌2'에 참여한 가게는 53군데이며 80여 명의 자원활동가들이 1만2천 개의 노란 리본을 만들었다. 해외(일본)를 비롯해 전국의 당구장, 노래방, 미용실까지 이번 캠페인에 동참했다.

시민들의 모금과 참여가 이번 캠페인을 만들었다. 천웅소 참여연대 시민참여팀장은 "2주기 캠페인은 시민들의 힘을 빌려 만들어보자고 생각했다. 그래서 노란 리본 자원활동을 신설하게 됐다. 자금도 네티즌의 힘으로 만들어보자고 했다. 한 달여의 모금 동안 364명의 시민분께서 340여만 원의 모금액을 만들어주셨다"고 말했다.

노란 리본을 주문하는 시민들의 열기는 지금도 뜨겁다. 전국 각지에서 노란 리본을 보내달라는 요청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역만큼이나 노란 리본의 사용 용도도 다양하다. "전남 곡성군 청소년야영장 인접 상점에서 배포"하겠다며 노란 리본을 신청한 시민, "딸아이 반 친구들과 같이 가방에 달고 다니게 하고 싶어요"라며 주문한 시민도 있다. 천 팀장은 "1200여명의 시민들이 신청해 주셨다. 물량이 부족하다. 현재 870분께 보내드렸다. 신청하신 모든 분께 노란 리본을 보내드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끊이지 않는 시민들의 발길

시민들의 자원활동 신청이 끊이지 않고 있다. 매주 수요일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되는 자원 활동에 매시간 4명~12명의 시민이 참여하고 있다. 오후 4시~6시에 진행되는 활동에는 주로 청소년, 대학생, 주부 등이 동참한다. 두 번째 타임인 오후 7시~9시까지는 퇴근한 직장인들이 주를 이룬다. 활동은 서촌에 있는 참여연대 건물에서 진행된다.

지난 13일 자원활동에 참여한 사람들은 "계속 노란 리본 만드는 데 참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2시간이 절대 아깝지 않다는 뜻으로 보인다. 그들은 잊지 않겠다는 다짐을 안고 각자의 발길을 옮겼다.

▲ 서촌길 노랗게 물들이기 서촌길 노랗게 물들이기 시즌2
ⓒ 참여연대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민주언론시민연합 시민사회취재단이 작성했습니다. 참언론아카데미 수료생들로 구성된 시민사회 취재단은 시민사회 이슈를 취재하는 활동을 합니다.

이 기사를 응원하는 방법!
☞ 자발적 유료 구독 [10만인클럽]

모바일로 즐기는 오마이뉴스!
☞ 모바일 앱 [아이폰] [안드로이드]
☞ 공식 SNS [페이스북] [트위터]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