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비즈니스'에 바친 검사 진경준 10년
[경향신문] ㆍ드러나는 ‘진경준 비리’
진경준 법무연수원 연구위원(49)이 넥슨에서 돈을 빌린 것처럼 자금 경로를 세탁한 뒤 이 회사 주식을 산 것으로 드러났다. 나중에 발각될 것을 염두에 두고 금융 흐름을 조작했다. 검사의 지위를 이용해 금품을 받고, 검찰에서 배운 금융수사 지식을 ‘범죄’에 써먹은 것이다.
검찰은 뒤늦게 14일 출석한 진 위원을 상대로 조사를 하던 중 이날 밤 수뢰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범죄 혐의가 뚜렷해 인신을 계속 붙잡아놓은 상태에서 48시간 내 구속영장 청구가 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분노한 여론을 감안하면 일단 귀가시키고 추후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는 식의 절차가 필요 없다는 판단이 섰다고 볼 수 있다.
이금로 특임검사팀은 진 위원이 넥슨 측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산 것으로 꾸민 혐의로 이날 소환조사했다.
진 위원은 2005년 6월 넥슨 주식 1만주를 주당 4만2500원(총 4억2500만원)에 매입했다. 진 위원은 이 돈을 넥슨에서 빌렸고 넥슨은 장부에 대여금으로 처리했다. 넥슨 돈을 빌려 넥슨 주식을 샀고, 훗날 엄청난 시세차익을 거둔 상황이어서 이미 특혜에 해당한다.
이 시기는 진 위원이 법무부 검찰국 검사로 재직하던 때다. 검찰 인사 등에 막강한 영향을 미치는 검찰과 검사 자리는 친구든 기업인이든 사귀어 둘 필요가 있는 주요 보직이었다.
검찰 수사 결과 넥슨은 몰래 진 위원에게 비슷한 금액을 입금한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에서 금융정보분석원 파견 근무를 했던 진 위원의 금융수사 경험이 발휘됐다. 문제가 생기면 자신의 계좌가 수사 대상 1순위가 될 것으로 본 진 위원은 치밀하게 이 돈을 친·인척 여러 명의 계좌로 분산해 받았다.
지난 3월 공직자 재산신고 과정에서 ‘대박 주식’ 의혹이 불거지자 그는 “갖고 있던 돈으로 산 것”이라고 거짓말했다. ‘누가 감히 검사장급 고위검사의 주식 취득과 매도 과정을 검증하겠느냐’는 자신감이 깔려 있었다. 그는 재산신고 과정에서도 문제가 없었으며 국세청도 문제삼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계좌추적권이 있는 공직자윤리위원회가 조사에 나서자 빌린 돈으로 주식을 샀다고 말을 바꾸고 넥슨에서 빌렸다느니, 갚았다느니 식의 내역만 제출했다. 윤리위가 그 이상 추적 역량을 보여주지 못할 것이란 계산이었고, 이는 맞아떨어졌다. 이후 법무부가 감찰을 벌였지만 형식적이었고,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도 수사에 나섰지만 다들 그의 동료였다.
법무부는 “수사 내지 감찰 대상이 될 수 없다”며 그를 비호했다. 그는 지난해 법무부 기조부장으로 있으면서 김현웅 법무장관의 청문준비단장을 맡았다. 법무부에서는 그를 함부로 다룰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김수남 검찰총장이 ‘특임검사’ 카드를 빼든 것은 혐의가 워낙 뚜렷한 데다 이대로면 여론이 돌이킬 수 없이 악화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진 위원의 ‘비즈니스’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2010년엔 대한항공 내사를 종결해주고 대한항공에서 막대한 수익을 챙긴 정황도 포착됐다.
그는 이 시기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장이었다. 기소권을 독점한 검사가 내사를 수사로 확대하느냐, 종결하느냐는 기업에는 운명을 좌우하는 선택과도 같다. 대한항공 입장에서는 막대한 금전적 이익을 안겨서라도 수사로 연결되는 일은 막아야 했을 것으로 보인다. 진 위원은 이 과정에서도 역시 본인 대신 처남 명의의 청소 용역업체를 설립해 대한항공과 거래를 했다.
검찰이 가장 뼈아파하는 대목은 진 위원이 보여준 태도다. 카메라를 피해 도망가고 언론에 “나 진경준 닮은 사람”이라고 거짓말을 하면서 ‘대한민국 1등’이란 검찰의 위상은 무너지고 소인배와 다름없는 ‘검사장의 민낯’이 드러났다.
진 위원을 긴급체포한 만큼 48시간 내 구속영장 청구는 외길 수순이다. 검찰은 “진 위원의 신분상 뇌물 제공의 의사가 분명해 보이는 만큼 신병 처리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엔 검찰의 자존심마저 무너뜨린 ‘괘씸죄’까지 적용되고 있다.
진 위원은 이날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면서 “잘못된 행동에 대해 인정하고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그동안 과오를 드러내지 않으려고 진실을 밝히지 않은 점을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했다.
<홍재원 기자 jwho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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