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상경 성주군민 230여명 귀향..한민구 "직접 가서 설명하겠다"





성주군민들 "재검토라도 해달라""성주에 직접 내려오라"
한민구 "전자파 위험 없어, 레이더 앞에서 내 몸으로 시험"
성난 주민들 국방부 차관 면담 거부…5시간 넘게 기다려
'결사반대' 혈서, 반대 서명 국방 차관에게 전달하기도
【서울=뉴시스】심동준 기자 김지현 인턴기자 = 경북 성주군 성산읍 성산리 성산포대가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후보지로 확정되면서 13일 지역 주민들이 국방부를 항의 방문한 뒤 해산했다.
이날 주민들은 한민구 국방부 장관을 만나 사드 배치 결정 과정에서 장관이 현장 답사를 1회 조차하지 않았다는 점, 환경영향 평가 등 필요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점 등을 들면서 강하게 반발했다.
주민들은 수십 차례에 걸쳐 '사드 배치 철회'를 요구하다가, "재검토라도 해달라"며 요구 수위를 낮췄다. 하지만 한 장관은 연신 "앞으로 설명하겠다"는 말만 반복했다.
성주군민들은 이날 오후 4시께부터 오후 11시10분까지 7시간 넘게 서울 용산구 국방컨벤션을 점령하고 한 장관이 성주를 직접 찾고 환경 영향 평가 등 적절한 절차를 거쳐 사드 배치를 재검토해줄 것을 요청했다.
주민들은 황인무 국방부 차관과의 면담을 거부하고 한 장관이 직접 찾아올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한 장관이 도착할 때까지 5시간 넘게 국방컨벤션에 대기하면서 국방부서 제공한 260인분의 저녁 식사를 '뇌물'이라며 거부하기도 했다.
군민들은 오후 11시20분께 한 장관이 "환경 영향 평가를 하겠다""성주를 직접 방문해 현장을 살피고 이해할 수 있도록 해드리겠다" 등의 답변을 듣고 해산해 귀향길에 올랐다.
이날 오후 9시10분께 한 장관이 국회 예산결산특위 질의를 마치고 국방컨벤션으로 들어서자 주민들은 격한 목소리로 "철회하라"고 외쳤다.
한 장관은 성주군민들 앞에서 "나라 안위와 도모하는 책임지는 자리에서 사드 배치 추진하게 됐다"며 "사드 무기체계는 괴담처럼 돌아다니는 것 같은 위해하거나 문제 있는 체계 아니다"고 했다.
한 장관은 "사드 배치되면 제가 제일 먼저 레이더 앞에 서서 위험 있는지를 직접 시험하겠다"고 했지만 주민들은 "잠시 서있는 것과 사는 것이 어떻게 같나"며 조소했다.
이어 김항곤 성주군수와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 성주군민들의 질의응답이 2시간 넘게 이어졌다.
김 군수와 이 의원 등은 정부의 사드 배치 지역 선정 과정에서 지방자치단체와 국회, 주민 모두와 협의가 전혀 없었다는 점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 의원은 "어떤 평가 기준으로 후보지는 몇 곳 있었고, 어떻게 선정됐는지를 소상히 밝혀야 한다"며 "미군 부대에 가까운 지역 위주로 한 것이 아니냐"고 했다.
군민들은 "미국과 일본 등 다른 사드 배치 지역은 환경영향 평가를 사전에 거쳤는데 한국 주민만 개·돼지냐""군수와 국회의원 주민 누구에게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맘대로 결정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장관은 주민들이 분노하게 된 주된 이유를 언론 보도로 꼽으면서 사드 배치 지역은 적절한 과정을 거쳐 군사적으로 가장 적합한 성주로 선정됐다고 강조했다.
한 장관은 "협조를 당부하려고 했는데 언론에서 먼저 보도하면서 부득불 (주민들께) 말씀드리지 못하고 발표했다"며 "전자파는 고각으로 올라가는 것이기 때문에 밑에 사는 주민들께는 (문제가) 없다"고 했다.
군민들은 "환경 영향 평가에 문제가 있으면 철회하겠다는 것이냐"고 했지만 한 장관은 "일단 절차를 밟겠다"고 확실한 대답을 피했다.
군민들은 사드 배치가 결정되는 과정에서 한 장관이 단 한 차례도 성주를 방문하지 않았다는 점에 특히 분개했다.
또 철회가 어렵다면 재검토라도 해달라고 했지만 한 장관은 "죄송하다. 충분히 이해시켜 드리겠다"고만 했다.
한 장관이 명확한 답변을 피하는 모습을 보이면 군중 사이에서 큰 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군민들 사이에서 장관이 성주에 올때까지 기다리자는 쪽과 당장 답변하라는 쪽의 견해가 엇갈리는 때도 있었다.
이날 오후 4시1분께 김 군수와 성주 주민 230여명(경찰 추산)은 서울 용산구 국방 컨벤션에 노기 섞인 얼굴로 도착했다.
이들은 앞서 성주군 성주읍 성밖숲에서 5000여명 규모의 '사드 성주배치 반대 범군민 궐기대회'를 열고 반대 의사를 밝힌 뒤 버스 5대를 대절해 국방부를 항의 방문했다.
김 군수는 오른손 검지를 반창고를 감싼 채 수척한 얼굴로 "국방부 사드배치 경북 성주로 최종 결론이 났다는 것을 보고 5만 군민은 경악을 감출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지방자치단체와 중앙 정부 사이의 사전 협의와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한 것에 분노한다"며 "5만 인구의 절반이 살고 있는 성주읍 코앞에 있는 곳에 사드 배치를 한다는 것이 말이 안 된다"고 했다.
성주 주민들은 연신 "성주군민 일방적 희생 강요하는 사드배치 규탄한다""국방부는 철회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국방 컨벤션에 진입했다.
김 군수는 국방컨벤션에 들어서면서 "대표로 설명을 듣겠다"고 했다.
하지만 분노한 주민들은 "설명은 들으러 온 것이 아니다. 협상은 없다"며 국방 컨벤션에 진입해 "사드 성주 배치 결사 반대"라고 쓰인 혈서를 황 차관에게 전달했다.
주민들은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의 면담을 요청했다. 이들은 "차관은 필요 없다. 한민구를 오라고 해라"며 거칠게 외치고 장사진을 쳤다.
이들은 한 장관과의 면담을 요구하면서 경찰과 한 때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경찰은 7개 중대 560명에 이르는 경력을 배치하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지만 연행된 사람은 없었다.
이에 앞서 김 군수와 성주 주민 5000여명은 "성주군민의 동의 없이 한미 양국 군 당국이 발표한 사드 배치지역 확정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발했다.
성주 주민 일부는 이를 저지 못한 군수와 지도층을 원망하기도 했다. 새누리당 대구·경북(TK) 의원들도 경북 성주가 사드 배치 지역으로 확정된 것을 항의했다.
이날 TK 지역 의원 25명 중 이완영, 강석호, 곽대훈, 곽상도, 김광림, 김석기, 김종태, 박명재, 윤재옥, 이만희, 이철우, 장석춘, 정태옥, 조원진, 주호영, 최경환, 최교일, 김정재, 홍의락(무소속), 정종섭, 김상훈 등 21명은 성명서를 내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유승민, 추경호, 백승주 의원과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4명은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이날 정부는 경북 성주군 성주읍 성산리 공군 방공기지인 성산포대로에 사드를 배치하기로 했다.
한·미 공동실무단은 이날 오후 3시 "사드 체계의 군사적 효용성을 극대화하고 지역 주민의 안전을 보장하면서 건강과 환경에 영향이 없는 최적의 배치 부지로 경북 성주 지역을 건의했고, 이에 대해 양국 국방장관이 승인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는 북한 장거리 로켓 발사가 있었던 2월7일 한·미 양국이 한반도 사드 배치 협의를 공식 선언한지 5개월, 지난 3월4일 한·미 공동실무단 공식 출범 이후 4개월 만에 결정된 것이다.
사드 배치 지역은 정부 결정 이후 충북 음성, 경북 칠곡 등이 언급됐지만, 성주군으로 최종 결정됐다.
한·미 간 사드 배치 협의는 지난달 22일 북한의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 무수단(화성-10) 발사 성공 이후 급물살을 탄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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