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래리를 싫어한다고? 천만에"..캐머런 유머·덕담속 퇴장

의회서 마지막 질의응답…英 역사에 '브렉시트 남긴 총리'로 남아
(런던=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13일(현지시간) 유머와 함께 권좌에서 떠났다.
캐머런 총리는 이날 정오 의회에서 열린 마지막 '총리와의 질의응답'에 참여했다. 영국 총리는 매주 수요일 의회에 출석해 '총리와의 질의응답' 시간을 통해 여야 의원들의 질의에 답한다.
2010년 5월 총리에 오른 이후 그동안 캐머런이 받은 질문만 무려 5천500여개에 달한다.
현안을 놓고 총리와 야당 의원들 간 설전이 오가고 '우∼'하는 야유가 쏟아지는 시간이다. 하지만 이날은 캐머런 총리의 업적과 리더십을 칭찬하는 덕담들과 감사의 말, 농담과 유머 등이 잇따랐고 야당의 송곳 질문도 없었다.
캐머런은 서두에 "오늘 다음 일정이 담긴 다이어리가 놀라울만큼 가볍다"는 유머로 의원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또 "다우닝가10번지(총리관저)에 사는 래리(고양이)를 내가 좋아하지 않는다는 소문이 있는데 아니다. 좋아한다"며 래리가 자신의 무릎위에 앉아 있는 사진을 들어보이기도 해 또 한 번 의원들을 웃겼다.
캐머런은 야당인 노동당 제러미 코빈 대표와의 질의응답시간에는 노동당에선 아직 여성 대표가 나오지 않았다는 말을 빼놓지 않았다. 그는 "2 대 0이다. 그리고 (여성 대표가) 아직 안 보인다"고 했다. 보수당은 '철의 여인' 마거릿 대처에 이어 테리사 메이 여성 총리를 배출했다고 말한 것이다.
그는 주택부족 문제 등을 지적하는 야당 의원들의 질의에는 자신이 이끈 정부가 고용 등 여러 부분에서 거둔 성과들을 일일이 힘줘 말하면서 평소 보여준 신념에 찬 답변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캐머런의 상기된 표정은 오히려 진한 아쉬움이 묻어나는 듯했다.
캐머런은 영국 역사에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이탈)를 안긴 총리로 남게 됐다.
대처 이후 무기력증에 빠진 보수당에 혜성처럼 나타나 대표에 오른 뒤 20010~2016년 동안 총리로 재임하면서 거둔 성과들이 브렉시트에 묻히는 비운의 총리로 자리매김됐다.
부유한 주식중개인의 아들로 태어나 귀족학교로 불리는 이튼 스쿨과 옥스퍼드대를 나온 캐머런은 2005년 일반 당원들의 압도적인 지지로 39살의 나이에 보수당 대표에 올랐다.
이어 캐머런은 2010년 고든 브라운 전 총리를 상대로 총선 승리를 이끌었다. 13년 만의 정권교체였다. 당시 43세로 1812년 이래 최연소 총리였다.
복지지출을 축소하고 노동개혁, 교육개혁 등을 추진해온 캐머런은 지난해 총선에서 여당 의석수를 늘리는 압승을 거두면서 승승장구했다. 2020년 차기 총선을 이끌지 않겠다고 해 "성공 속에 떠나는 전 총리"로 남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유로존 위기를 계기로 유럽연합(EU) 회의론이 부상하던 무렵인 2013년 1월 "2017년까지 EU 탈퇴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시행하겠다"고 약속한 게 정치인생을 바꾼 '뼈아픈 '패착이 됐다.
지난달 23일 실시된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앞두고 영국 사회는 세대, 계층, 지역별로 둘로 쪼개졌다.
국민투표는 캐머런이 애초 예상했던 것과 달리 EU 탈퇴 52%, EU 잔류 48%로 브렉시트 결과로 드러났다.
캐머런은 국민투표 패배와 국론 분열의 책임을 지고 사임을 발표했고, 이날 다우닝가10번지(총리 관저)를 후임 메이 신임 총리에게 내주고 떠났다.
jungw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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