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대구공항 이전 발표 이후]"대통령 임기 1년7개월 남겨놓고 생색내기..진정성 못 믿겠다"

박태우·이용욱 기자 2016. 7. 12. 23:3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향신문] ㆍ인근 주민들 ‘의심의 눈초리’

정말 옮기는 겁니까 지난 11일 오후 대구 K2(공군기지) 앞에서 정수만 K2소음피해대책위원장은 “정부의 K2 이전 발표는 진정성이 의심된다”며 “구체적인 이전 로드맵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박태우 기자

“K2(대구 공군기지)를 이전한다고요. 누가 믿겠습니까.”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1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대구공항과 K2를 통합이전하겠다고 밝혔으나 대구지역 민심은 밝지 않다. 특히 K2 이전을 갈망하던 공군기지 인근 주민들도 대통령의 이전 발표를 환영하기는커녕 “못 믿겠다”는 분위기다. 이날 오후 대구 동구 검사동 K2 정문 앞. 이곳 토박이라고 밝힌 이동현씨(68·자영업)는 “대통령이 여론에 밀려 즉흥적으로 이전 카드를 꺼내들었다. 진정성에 의심이 간다”며 고개를 저었다.

동구청 앞에서 만난 장한철씨(51)는 “대통령 임기가 1년7개월밖에 남지 않은 상태에서 이전 작업이 제대로 추진되겠느냐”면서 “생색만 내고 책임은 차기 정부에 넘기려는 꼼수”라고 꼬집었다.

대구 도심 한복판에 수십년째 버티고 있는 K2 이전은 대구시민의 숙원사업이었다. 1936년 일제강점기에 건설된 K2는 6.71㎢로 여의도 면적(2.91㎢)의 2.3배에 이른다. K2 내에 대구공항이 들어서 있고 전투기와 민항기가 활주로를 공동으로 쓰고 있다.

지금까지 인근 주민들은 전투기 소음과 군사시설보호법에 따른 각종 규제 등으로 정신적·재산적 피해를 겪어왔다. K2 주변 동구 검사·불로·지저동 등 10여개동 주민 24만여명은 하루 수십차례의 전투기 이착륙에 따른 소음피해에 시달리고 있다. 정부는 2010년부터 대법원 판결에 따라 소음도 85웨클(WECPNL) 이상 12만가구에 대해 6년간 2600억원의 배상금을 지급했다. 또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보호법에 따라 검사·지저·불로동 일대(114.33㎢)는 고도제한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이는 대구시 전체 면적의 13%에 이른다.

이에 따라 대구시는 집단민원 해결과 도시발전 차원에서 밀양 신공항 유치에 올인해왔다. 하지만 지난달 21일 밀양 신공항 유치가 무산되면서 연일 여론이 들끓었다.

시민단체들은 지난달 25일 대구백화점 앞에서 신공항 백지화 규탄집회를 열고 박근혜 정부를 강하게 성토했다. 대구시도 김해공항 확장 용역 결과 검증단을 꾸리는 등 반발 수위를 높였다. 지역 민심이 들끓으면서 최근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 대구·경북에서 박 대통령 지지도가 7월 첫주 42.7%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대구시도 ‘대구공항 통합이전’을 환영한다면서도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입지 선정은 물론 재정계획 등 세부계획도 뒤따라야 한다”며 “민간공항의 기능도 하려면 이전 공항이 대구에서 30분 거리를 벗어나서는 곤란하다”는 입장을 표시하고 있다.

한편 정부는 대구공항 통합이전을 위한 새 공항 부지를 1∼2개월 안에 선정할 방침인 것으로 이날 전해졌다. 정부는 국방부·국토교통부 등 유관 부처들로 태스크포스(TF)를 꾸려 군·민간 공항 겸용으로서 입지조건과 지리적 여건 등을 고려해 부지를 선정할 예정이다. 현재 대구 인근 경북 영천, 군위, 의성, 칠곡 등이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다.

<박태우·이용욱 기자 taewoo@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