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유언자가 못 해 공증인이 대신 서명한 유언장도 유효"
[머니투데이 김종훈 기자]

유언장에 직접 서명할 수 없어 공증인이 대신 했더라도 유언은 유효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사망한 박모씨의 아내 강모씨(73)와 자녀들이 "박씨 유언이 무효임을 확인해 달라"며 장남 박모씨(50)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2일 밝혔다.
박씨는 고혈압과 당뇨를 앓다가 지난 2011년 75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박씨는 시가 7억7000만원 상당의 부동산을 남겼다.
박씨가 사망하기 전 '부동산은 장남이 상속한다. 단 상속등기 후 10년 이내에 동생들에게 1000만~3000만원을 나눠주고 아내 강씨가 사망할 때까지 매월 60만원씩 지급하라'는 유언장이 작성됐다. 공증변호사는 박씨가 아닌 장남으로부터 유언 내용을 전해듣고 미리 증서를 준비해 병실을 방문했다.
이후 변호사가 내용을 낭독하고 박씨의 대답을 듣는 방식으로 확인 절차를 진행했다. 이때 박씨는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유언장에 직접 서명할 수 없었고 공증변호사가 박씨와 증인 2명의 확인을 받아 박씨 대신 서명했다. 이에 강씨와 자녀들은 "박씨의 서명이 없었으므로 유언은 무효"라며 소송을 냈다.
1심은 강씨와 자녀들의 손을 들어줬다. 장남은 "변호사가 서명했다고 해도 박씨가 직접 한 것과 마찬가지"라는 취지로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민법에서 유언의 방식을 엄격히 규정한 것은 법적 분쟁과 혼란을 예방하기 위한 것"이라며 "유언이 유언자의 의사와 합치된다고 해도 법에서 정한 요건과 방식에 어긋났다면 무효"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박씨가 유언장 내용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당시 박씨는 팔에 링거주사를 맞고 있었을 뿐 양손이 결박된 상태는 아니었다"며 "의식이 명료했다면 굳이 공증변호사가 대신 서명하게 할 필요는 없었다"고 했다.
반면 2심은 유언의 효력을 인정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민법과 공증인법을 종합해보면 유언자가 서명할 수 없는 경우 공증인과 증인들이 사유를 적고 날인할 수 있다고 해석해야 한다"며 "이 사건 유언장은 '유언자가 서명 또는 기명날인할 것'이라는 요건을 갖췄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또 "해당 유언 내용은 복잡하지 않고 단순하며 평소 박씨가 생각한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박씨 상태가 좋지 않았더라도 진의를 표시하는 데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 판결은 대법원에서 그대로 받아들여졌다.
김종훈 기자 ninachum2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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