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영역의 뇌물죄' 배임수재..제3자가 금품받아도 처벌

김계리 변호사(법무법인 대륙아주) 2016. 7. 12. 08:21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the L] 민간부문의 역할 확대로 민간부패를 단순히 사적영역으로만 취급할 수 없어

[머니투데이 김계리 변호사(법무법인 대륙아주) ] [[the L] 민간부문의 역할 확대로 민간부패를 단순히 사적영역으로만 취급할 수 없어]

공무원이 직무에 관해 돈을 받은 경우 뇌물죄(형법 제129조 수뢰죄)가 적용된다는 것은 누구나 잘 알고 있다.

형법은 공무원이 직무에 관해 금품을 수수, 요구, 약속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다. 돈을 받지 않았더라도 요구하거나 약속한 것만으로도 뇌물죄가 되는 것이다.

또 뇌물액이 3000만원 이상인 경우에는 더욱 엄하게 벌한다. 1억원을 넘는 경우라면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2조 제1항)

뇌물을 준 자 역시 '뇌물공여죄'로 처벌(형법 제133조)된다. 뿐만 아니라 '제3자 뇌물죄'라 하여 공무원 본인 아닌 제3자(가족, 친구 등)가 뇌물을 받은 경우도 벌하고 있다. (형법 제130조. 다만, 일반뇌물죄와 달리 받은 뇌물이 '부정한 청탁' 의 대가일 것을 요구) 형법은 공공직무집행의 공정성을 보호하고 부정부패를 엄단하기 위해 강력한 처벌조항을 마련해두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공적분야 아닌 민간부분의 경우에는 어떨까? 기업체 임직원이 자신이 처리하는 업무와 관련해 돈을 받은 경우도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을까?

◇ '민간의 뇌물죄'로 불리는 배임수재죄,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인 기업 임직원 등에 적용

형법은 민간분야에도 뇌물죄와 유사한 처벌규정을 마련하고 있다. 형법 제357조 '배임수재죄'가 바로 그것이다. 영어로 뇌물죄는 bribery, 배임수재죄는 commercial bribery 혹은 private bribery인 것에서 알 수 있듯, 배임수재죄는 '민간의 뇌물죄', '사적 뇌물죄'로 불리고 있다.

형법 제357조 제1항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임무에 관한 '부정한 청탁'을 받고 금품 등을 취한 경우, 즉 배임수재에 대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한다.

공무원의 뇌물죄 보다는 처벌범위가 좁다. 뇌물죄와 달리 '부정한 청탁'에 의한 대가로서 금품을 '현실적으로 취득'해야 배임수재죄가 성립될 수 있다. 다만 금융회사 임직원의 경우에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의 적용을 받아 부정한 청탁에 의한 것이 아니더라도 직무에 관해 금품을 수수하기만 해도 처벌된다.

언론을 통해 자주 접하는 배임수재의 예로는 기업에서 납품업체 또는 하도급업체 선정 업무를 담당하는 임원이 업체선정 청탁을 받고 소위 '뒷돈'을 받은 경우가 있다. 채용청탁, 공사수주청탁을 받고 돈을 받은 경우도 대표적이다. 뿐만 아니라 방송국 PD가 가수매니저로부터 특정 가수의 노래를 자주 방송해달라는 청탁을 받고 돈을 받은 경우, 병원 의사가 제약회사 직원으로부터 특정 약을 처방해달라는 청탁을 받고 금품을 받은 경우에도 배임수재죄로 처벌된 사례가 존재한다.

◇ 청탁의 대가를 제3자가 받은 경우는?

그렇다면 기업의 임원에게 부정한 청탁을 하였으나, 청탁의 대가는 임원이 아닌 임원의 처제가 받았다면 어떻게 될까?

공무원의 경우라면 형법 제130조의 '제3자 뇌물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 그러나 배임수재죄의 경우에는 올해 5월 형법 개정전까지 '제3자 배임수재죄'를 벌하는 명시적 법규는 없었다.

판례 역시 "형법 제357조 법문상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임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았다 하더라도 자신이 아니라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게 한 경우에는 위 죄가 성립하지 않음이 명백하다"고 하였다.

다만 예외를 두어, 제3자가 받은 것을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 본인이 직접 받은 것과 같게 평가할 수 있는 경우에는 배임수재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2006. 12. 22. 선고 2004도2581 판결)

위 판례의 사안은, A고속도로 주식회사가 실시한 고속도로 휴게소 운영권자 선정을 위한 입찰에서 낙찰된 B기업 운영자가 A고속도로 주식회사 직원인 피고인에게 "앞으로 휴게소 운영과 관련하여 업무편의를 봐 달라"는 부정한 청탁을 하였고, 피고인이 그 대가로 휴게소 내 제과·제빵 판매점 2개소의 영업권을 넘겨받은 것이 문제된 것이었다.

그런데 판매점에 관한 점포임대계약을 체결하여 영업권을 취득하였던 사람은 피고인이 아니라 그의 처제였다.

대법원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피고인 아닌 피고인의 처제가 대가를 받은 경우를 배임수재죄로 처벌하기 위해서는, 판매점의 실질적인 영업주는 피고인이었다거나 혹은 피고인이 처제의 생활비를 부담하고 있었다거나 처제에게 채무를 지고 있어 위 영업권을 처제가 취득하게 됨으로써 피고인이 그만큼의 지출을 면하게 된 경우 등 피고인이 부정한 청탁의 대가를 직접 취득한 것과 같이 평가할 수 있는 관계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하였다. 그런 관계에 있지 않다면 배임수재죄가 적용될 수 없다는 것이다.

◇ 2016년 5월 29일 형법 개정으로 '제3자 배임수재죄' 신설, 민간부문 부패 척결의지 보여

이와 같은 처벌의 공백을 악용하는 사례가 늘면서 '제3자 배임수재죄' 신설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게 되었다. 민간분야 부패 규제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배임수재죄도 뇌물죄처럼 제3자가 금품을 받아도 처벌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에 법무부는 지난해 11월 '제3자 배임수재죄'를 신설하는 내용의 형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고, 지난 제19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여 2016년 5월 29일 공포되어 시행됐다. 배임수재죄를 정한 형법 제357조 제1항 법문에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한 때'를 추가하여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 본인이 금품을 받은 경우와 동일한 법정형으로 벌하도록 개정된 것이다.

처벌범위를 확대하는 것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사적영역의 사무처리 주체의 배임수재를 고도의 청렴성과 공정을 요하는 공무원의 뇌물죄와 같게 취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 외국 입법을 보면 뇌물죄는 엄하게 다스리면서도 배임수재에 대한 처벌 규정 자체를 마련하지 않는 국가도 있으며, 배임수재를 처벌하더라도 형법이 아닌 상법 등에 별도 규정을 마련하여 뇌물죄와는 다르게 취급하고 있는 나라가 적지 않다.

그러나 공기업 민영화, 정부서비스부문의 민간개방이 확대되고, 공공업무의 외주화가 사회문제로 대두되는 등 사회·경제 전반에서 민간부문의 역할이 증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민간의 부패를 단순한 사적영역으로만 치부할 것은 아니다. 공무원의 업무는 아니더라도 실제 공공적 성격을 띠고 사회 구성원에게 큰 영향력을 미치는 업무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제3자 배임수재죄' 신설로 민간부패의 처벌 범위를 확대하는 것은 우리 사회 전반의 공정성, 청렴성의 수준을 강화한다는 측면에서 시의적절한 입법이라 생각된다.

김계리 변호사는 3회 변호사시험에 합격해 법무법인 대륙아주에서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주로 기업 활동에 따른 횡령, 배임 및 각종 화이트칼라 범죄 등 기업형사사건을 담당하고 있다.

이 기사는 더엘(the L)에 표출된 기사로 the L 홈페이지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더 많은 기사를 보고 싶다면? ☞ 머니투데이 더엘(the L) 웹페이지 바로가기

김계리 변호사(법무법인 대륙아주)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