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서도 '단톡방' 성희롱..성폭력성 발언·여성혐오 파문

김형규·박광연 기자 2016. 7. 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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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남학생 8명, 동기 여학생 7명 등 여성 신체 희화화
ㆍ피해자 대책위, 대자보 고발…강력한 징계 요구도

서울대학교 인문대 소속 남학생 8명이 자기들끼리 만든 ‘단체 카카오톡 대화방’(단톡방)에서 대학 동기 여학생 등을 대상으로 장기간 수위가 높은 성폭력성 발언을 공유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대 인문대 단톡방 성폭력 사건 피해자대책위원회(대책위)와 총학생회 산하 학생소수자인권위원회(학소위)는 11일 새벽 교내 곳곳과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 ‘서울대 인문대학 카톡방 성폭력 고발’이란 제목의 대자보를 게시키로 했다고 10일 밝혔다. 대자보를 보면 이 대학 남학생 8명은 동기 여학생 7명 등 다수 여성의 신체를 희화화하고 성적으로 대상화하는 메시지를 카톡을 통해 주고받았다. 지금까지 증거가 확보된 단톡방 대화는 지난해 2월부터 8월까지 최소 6개월간 이어졌다.

남학생들은 ‘배고픈데 먹을 게 없냐’는 질문에 “○○○(동기 여학생 이름) 먹어”라고 하거나 “여자가 고프면 ○○ 가서 포도 따듯이 툭툭 따먹어” 등 여성을 ‘먹는’ 존재로 대상화하는 대화를 빈번하게 나눴다. 동기 여학생의 모습이 찍힌 사진을 돌려보며 “박고 싶어서”라고 말하기도 했다.

성폭력 발언은 학내외를 가리지 않았다. “(과외 요청이 들어온) 초등학교 5학년은 로린이(로리타와 어린이의 합성어로 어린 여자아이를 성적 대상으로 부르는 말)… 고딩이면 좋은데”라 하거나 소개팅한 상대 여성을 두고 “명기삘ㅋ” “정중하게 팬티를 보여달라고 요청해봐” 등의 발언을 했다. 또 “슴만튀(가슴 만지고 튄다)” “슴가펀치 ㄱㄱ” “몸이 좋은 여성들 봉씌먹(봉지 씌우고 먹다)” “ㅋㅋㅋ 먹버(먹고 버린다)는 가혹해” 등 성범죄를 미화한 내용도 상당수 포함됐다. “으휴 ○○이(동기 여학생) 정말 묶어놓고 패야 함” “ㄹㅇ 인성 김치” 등 여성혐오 발언도 이어졌다.

이들은 “이거 털리면 우리 뉴스에 나올 듯” “진짜 남톡 우리끼리만 좀, 개방하면 사살”이라고 하는 등 대화가 공개되면 파장을 불러올 수 있다는 사실도 인지하고 있었다.

[전문] 서울대 성희롱 단톡방 대화내용 공개

지난 7일 피해를 입은 여학생들은 경향신문 기자와 만나 “‘여자라는 존재 자체가 잘못된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큰 충격을 받았다”고 입을 모았다. ㄱ씨는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성적인 조롱과 멸시를 당했다는 사실이 충격이었다”며 “내가 여자인 게 죄인가 하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ㄴ씨는 “평상시 외모, 옷차림, 언행 하나하나가 성적으로 희화화됐다”며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속으로는 동기 여학생들을 성적 욕망을 해소할 도구 정도로 취급해온 가해자들의 행태가 무섭다”고 말했다.

피해자들은 “최고 지성이라는 서울대, 그것도 인간의 존재를 논한다는 인문학도들이 다른 인간을 조롱하고 도구로 삼는 발언을 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이 사건을 공론화하는 과정에서 많은 남성들의 도움을 받았다”며 “사건을 단순히 남녀 대립구도로 몰아가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피해자들은 지난 6월 고려대에서 발생한 ‘카톡방 성폭력 사건’과 이를 대하는 가해 남학생들의 반응을 보면서 이 사건 공론화를 결심했다고 털어놨다. 무엇이 문제인지조차 모르고 여성을 향해 일상적으로 성희롱·성폭력을 저지르는 남성들의 왜곡된 인식을 바로잡아야겠다는 판단에서다. 최근 사회적으로 고려대와 국민대에서 유사사건이 이어지며 젊은 남성들의 비뚤어진 성 인식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대책위와 학소위는 이날 대자보에서 “피해자들이 학내 공론화를 위해 노력하는 것은 앞으로 그 누구도 이런 일을 겪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라며 “지금 이 순간에도 언어성폭력이 자행되고 있을 여러 카톡방에서 자정작용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가해자들의 실명 공개사과와 정기적인 인권·성평등 교육 이수 등을 요구했다. 이어 “가해자들의 책임 회피성 휴학과 피해자들의 2차 피해가 우려된다”며 대학 측에 가해자들에 대한 강력한 징계를 요구했다.

관련기사:[단독]서울대 단톡방 성폭력 피해자 인터뷰 "소름끼쳤다"

<김형규·박광연 기자 fideli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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