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찬의 軍] 국방비 수십조원 지출하고도 北 위협 제거 못하는 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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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군의 차기다연장로켓 ‘천무’ |
1990년대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로 정부 예산이 대대적인 삭감 기조로 돌아설 때도 국방비는 사실상 동결됐다.
참여정부 당시에는 7%에 가까운 국방비 증가율을 기록하며 최신 구축함과 전차, 전투기들이 잇달아 도입됐다.
하지만 군 안팎에서는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대해 확실한 우위를 갖지 못한다”는 말이 많다. 그 많은 국방예산을 어떻게 사용했기에 북한에 의한 안보위협이 해소되지 못하는 걸까.
◆ 북한 무기 공개되면 신규 예산 지출 ‘도미노’
우리 군이 수십조원의 국방비를 지출하면서도 북한의 안보위협을 완전히 해소하지 못하는 것은 지나치게 고가의 무기를 도입해 북한 위협을 억제하려는 전략을 유지하기 때문이다.
최근 수년간 우리 군의 예산 지출을 살펴보면 한 가지 특징을 찾아볼 수 있다. 북한에서 새로운 형태의 위협을 감행하면 그에 대응하는 전력증강 사업이 ‘도미노’처럼 이어진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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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군의 광개토대왕급 구축함 |
2014년 전국을 뒤흔든 북한 무인기 침투 사건에서도 이같은 패턴은 반복됐다. 저가 상용 부품을 사용해 대당 1000만원 정도에 불과한 무인기가 수도권에 침투해 청와대 상공을 촬영하자 군 당국은 대당 10억원 수준의 이스라엘제 저고도레이더 등 대응 장비들을 구매한다.
고가의 무기체계 확보로 북한 위협을 저지한다는 전략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 대응하는 ‘킬 체인’과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다. 지난 3월 국방부는 ‘2017~2021 국방중기계획’을 통해 킬 체인과 KAMD 구축에 7조9000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같은 기간 군 전력증강 사업 중 가장 큰 규모다.
반면 북한군은 값싸거나 성능이 확인되지 않은 무기들을 절묘하게 사용하면서 정치적, 군사적 효과를 극대화하는 한편 우리 측에 정치적 충격파를 안겨 한반도 정세에서 주도권을 장악하려 시도하고 있다.
수도권에 침투한 무인기는 대당 가격이 1000만원 수준이며, 연평도 포격도발 당시 사용된 해안포와 방사포 역시 포탄의 가격은 매우 저렴하다. 지난해 북한 지뢰도발 당시 쓰인 목함지뢰는 2차 세계대전부터 사용됐던 구식 무기다.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의 경우 그 성능은 제대로 검증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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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안으로 진격하는 K-21 장갑차 |
상대방보다 더 위력이 강한 무기를 도입해 적의 안보위협을 억제한다는 개념은 오래 전부터 강대국들 사이에서 쓰인 방식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과 소련이 강대국으로 부상하면서 냉전 체제가 시작되자 이같은 개념은 군사전략의 최고봉이 된다.
양국은 경쟁적으로 상대보다 더 강력한 핵무기를 개발했고, 전투기와 폭격기를 배치하는 한편 장거리 탄도미사일 개발을 지속했다. 소련이 핵순양함을 건조하자 미국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쓰였던 전함을 부활시키는 등 막대한 비용을 투입해 무기 경쟁을 벌였다.
하지만 냉전이 종식되고 국방비가 크게 감소하면서 무기 도입 경쟁을 통한 억제 전략은 그 의미가 크게 퇴색했다.
과거 엔진 성능만 우수하면 전쟁에서 쓸모가 있던 전투기는 첨단 전자장비를 가득 채운 ‘전자제품’으로 변신했다. 이 과정에서 전투기 가격과 후속군수지원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이는 군함과 탱크 등 중화기는 물론 소총과 군복에 이르는 모든 영역에서 일어났다.
무기 도입 비용이 치솟자 이를 감당하기 어려웠던 국가들은 안보 위협 해소를 위해 다른 방법을 구사한다. 유럽연합(EU)국가들은 공동 군사훈련과 기술 개발, 군수지원 협력 등을 통해 비용을 절감하고 안보 리스크를 낮췄고 러시아는 핵미사일 전력 비중을 높이며 안보위협 해소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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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국내에 들어온 아파치 공격헬기 |
이같은 관점에서 볼 때 지난 6일 서울 국방컨벤션에서 국방부 주최로 열린 ‘제1회 창조국방 학술경진대회’에서 제안된 내용들은 군 당국이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대회에 참가한 국방대학교 대학원생으로 구성된 연구팀은 저가 무인기의 최전방 지역 군집 비행을 통해 북한군의 피로도를 높이는 ‘스톰 클라우드’(Storm Cloud) 전략을 제안했다.
‘스톰 클라우드’ 전략은 대당 가격이 1000만원 수준인 저가 무인기를 대량생산해 최전방지역에서 대규모 편대 비행을 실시하는 것이 핵심이다.
대규모 무인기 편대가 휴전선 인근을 비행하면 북한군은 대비태세를 강화하기 위해 더 많은 병력과 물자를 투입할 수밖에 없어 자원 소모율과 피로도가 급격히 높아진다. 전시에는 폭탄을 장착한 채 이륙해 장사정포를 비롯한 북한 포병과 방공시스템을 동시 타격해 북한군의 전쟁 수행 의지를 무력화할 수 있다.
연구팀은 “북한군 포병 제압을 고려하면 2600억원의 예산으로 최대 1만4000대의 무인기를 생산해야 한다”며 “무인기를 대량 생산∙투입해 북한군을 지치게 하고 자원을 소진하도록 유도하면 도발 위협 억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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