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밑바닥 살피는 작가의 시선..상처와 미움, 치유로 승화시켜

2016. 7. 8.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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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내린 노희경 작가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

노인과 청춘이 ‘친애하는 친구’가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은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사진)’가 막을 내렸다. 드라마는 평균 시청률 7.2%, 최고 시청률 9.5%를 기록하며 역대 tvN 드라마 5위에 올랐다.

애초 이 드라마는 내세울 것이 별로 없었다. 눈에 띄는 점이라곤 노년 배우 8명이 주인공으로 등장했다는 점 정도다. 그럼에도 이 드라마가 시청자와의 소통에 성공하며 성황리에 막을 내린 것은 노희경(50·여) 작가의 깊이 있는 필력이 있기에 가능했다. 

노희경 작가
노 작가는 대중적인 작가가 아니다. 그도 그럴 것이 그의 작품에는 유명 연예인이나 자극적인 소재가 드물다. 30∼40%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작품도 없다. 작가 스스로가 “(내 작품은) 돈 안되는 드라마니까 걱정이 많다”고 털어놓을 정도다.

하지만 노 작가의 작품을 시청률이나 수익성만으로 따지기는 어렵다. 인간의 내면을 파고들고, 밑바닥 인생을 바라보는 그의 드라마는 깊은 여운을 전한다. 그의 작품에 대한 배우들의 신뢰는 상당하다. ‘그들이 사는 세상’과 ‘그 겨울, 바람이 분다’에 출연했던 송혜교는 노 작가를 가리켜 ‘인생의 멘토’라고 말했을 정도다. ‘디어 마이 프렌즈’에서 희자역을 맡은 김혜자도 “내가 먼저 노희경씨 작품에 출연하고 싶다고 말했다”며 그를 지지했다. 

‘디어 마이 프렌즈’는 데뷔한 지 21년이 지난 그에게도 의미 있는 작품이다. ‘황혼찬가’는 오래전부터 노 작가가 꿈꿔 온 이야기다. 제작발표회에서 노 작가는 “어른들 이야기는 하지 않는 시대가 오면서 판도를 따라가느라 ‘디어 마이 프렌즈’ 같은 드라마를 엄두도 내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그의 인생작으로 남게 된 ‘디어 마이 프렌즈’는 죽음을 눈앞에 둔 노인들을 통해 인생의 의미를 되새기게 했다. 노 작가는 드라마를 마치면서 “세상의 모든 부모에게 (드라마를) 쓰는 내내 참 많이 미안했다”며 “분명한 것은 나도, 누구도 부모들이 걸어간 그 길 위에 놓여 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사람이 전부다’라는 철학을 구현해 온 그는 작품에는 유독 ‘엄마 이야기’를 많이 했다. 아버지와 이혼하고 도박중독인 엄마(그들이 사는 세상)를 비롯해 어릴 적 집을 나가고 세상을 먼저 떠난 엄마(그 겨울, 바람이 분다), 장애를 가진 남편을 두고 다른 남자와 입을 맞춘 엄마(괜찮아, 사랑이야)까지. ‘디어 마이 프렌즈’에서는 남편의 외도로 어린 딸에게 농약을 건넨 엄마 난희(고두심)를 비롯해 다양한 모습의 엄마를 그렸다.

권구성 기자 k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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