쾰른 성범죄 사건 계기로 독일 성폭력 처벌법 강화(종합)

2016. 7. 7.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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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코 마스 독일 법무부 장관 (자료사진, AFP=연합뉴스)

(베를린=연합뉴스) 고형규 특파원 = 독일 정부가 지난 연말연시 쾰른에서 일어난 집단 성범죄 사건을 계기로 추진한 성폭력 인정 범위 확대 개정 법률안이 연방의회를 통과했다고 독일언론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주무 부처인 법무부가 지난 3월 성안한 형법 개정안은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명백하게 거부 의사를 밝혔다면 성폭력 범죄로 처벌이 가능하도록 규정했다.

현행법은 '가해자가 협박하거나 폭력을 행사하고 이에 맞서 피해자가 물리적으로 저항했을 때' 같은 조건이 충족돼야만 처벌할 수 있게 돼 있다. 물론 피해자가 무방비 상태로 가해자의 영향에 방치된 경우는 예외다.

하지만 '물리적 저항'처럼 피해자가 입증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규정 때문에 시민단체와 입법 찬성 진영은 그동안 개정 캠페인에 주력했다.

피해자가 "안 된다"라고 거부 의사를 표현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는 뜻을 담아 '아니라면 아닌 거다'라는 모토 아래 개정 운동을 펼친 시민활동가 크리스티나 룬츠는 피해자가 성폭행을 당하고도 가해자를 단죄하려 들지 않는 것은 "'왜 당신은 방어하지 않았습니까'라는 질문 때문"이라며 현행법의 한계를 지적했다.

하이코 마스 법무부 장관 역시 "지금 법은 허술한 구멍들이 있다"고 전제하고 "개정 법안은 여성 보호를 강화하는 진일보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마스 장관은 강간 사건 재판에서 유죄판결이 나오는 비율은 8%밖에 안 될 뿐 아니라 10건 중 1건꼴로만 신고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면서 "가해자가 처벌받지 않으면 피해자는 다시 한 번 수치를 당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여성인 마누엘라 슈베지히 여성부 장관도 "강간범이 처벌되지 않는 사례들이 있었다"고 지적하며 개정 법률이 이런 상황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해마다 8천 건의 성폭행 사건이 신고된다는 독일에선 지난 수년간 '아니라면 아닌 거다'라는 원칙을 적용한 개정 청원이 지속됐지만, 목격자가 없다면 가해자가 거부 의사를 밝힌 걸 입증하는 게 어렵지 않겠느냐는 이유 등으로 개정 작업이 적극적으로 이뤄지지 않았으나 쾰른 성범죄 사건 이후 상황이 크게 바뀌었다.

또한, 유명 모델인 기나-리자 로핑크가 2012년 남성 2명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밝힌 사건과 관련해 지난달 열린 재판에서 그녀가 오히려 위증죄로 벌금 2만4천 유로를 부과받은 것 역시 법 개정을 촉진한 배경으로 지목됐다.

로핑크는 해당 남성들이 온라인에 유출했던 사건 당시 동영상에서 그들이 다 들리게끔 "안 돼, 안 돼"라고 말했기 때문에 판결 논란이 커진 바 있다.

un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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