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연 걷힌 지 10여년..매향리에 '평화'가 오고 있다
[경향신문]

7일 오전 경기 화성시 우정읍 매향리 옛 미공군 쿠니사격장 부지. 10여년 전까지 이곳이 미 폭격기들의 폭격과 기총사격 연습장으로 쓰이면서 인근 주민들은 매일 굉음에 시달려야 했다. ‘쿠니(Koo-Ni)’라는 명칭은 매향리 지역의 마을 이름인 ‘고온리’를 영어식으로 발음하면서 유래했다. 1954년부터 이곳에 주둔한 미군은 농섬과 매향리 육지를 포함해 97만여㎡를 사격장으로 활용했다.
주민들은 1988년 ‘매향리 미공군 국제폭격장 철폐를 위한 주민대책위원회’를 만들고 2000년부터 본격적으로 사격장 폐쇄운동에 나섰다. 결국 사격장은 2005년 8월 폐쇄됐고, 폭탄 등 잔재물 제거와 오염 정화 작업을 거쳐 2014년 12월 미군 반환공여지 일부인 58만여㎡를 화성시가 매입했다.
이날 사격장 부지 한쪽에서는 내년 3월 개장을 앞둔 유소년야구장 ‘화성 드림파크’ 공사가 한창이었다. 아직 공사가 시작되지 않은 평화생태공원 부지 내 미군 막사는 풀이 무성한 채 철조망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현재 화성시는 이곳에 평화생태공원(33만5000㎡)과 유소년야구장(24만3000㎡)을 건설 중이다. 평화생태공원에는 역사박물관·조각공원·생태습지·매화나무숲·걷기코스 등이 들어서며 2018년 완공 예정이다. 야구장은 국내에서 규모가 가장 큰 리틀야구장 8면을 건설해 리틀야구 메카로 조성할 계획이다.
전만규 매향리 평화마을 추진위원장(61·전 주민대책위원장)은 “전쟁터를 방불케 하던 고통과 절망의 미군 국제폭격장이 이제 화약 연기 대신 매화 향기가 가득하고, 굉음 대신 유소년 함성소리가 울려퍼지는 평화의 마을로 거듭나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쿠니사격장은 최근 경기도 제1호 우수건축자산으로 등록됐다. 사격장에는 미군이 1954년 건축한 것으로 추정되는 위병소와 장교 막사, 숙소 및 식당, 카페 및 체력단련실, 헬륨저장소, 사격장통제실 등 6개 건물이 남아 있다. 전 위원장은 “사격장 부지가 반환된 뒤 미군이 사용하던 건물을 철거하려 했으나 전쟁의 아픔 등을 후손에게 알려줄 역사교육의 장으로 활용하기 위해 철거를 반대했다”고 말했다.
전 위원장은 쿠니사격장 나머지 부지(39만여㎡)도 화성시가 주민들을 위해 매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과거 강제로 땅을 뺏긴 만큼 이곳에는 수십년간 피해를 입은 주민들을 위한 공공시설이 들어서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 땅은 주민들이 1968년 정부에 강제 징발당한 것인 만큼 관련법을 개정해서라도 화성시가 매입해 주민들이 혜택을 볼 수 있도록 공공용도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화성시 관계자는 “토지매입비의 절반만 국비로 보조되고 공사비는 국비 지원이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나머지 부지 역시 재원을 마련해 사들여 시민들을 위한 공공용도로 사용할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경태영 기자 kyeo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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