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예비역' 일반병 출신 KBL선수 지운·정환·상열이 말하는 군 생활
[점프볼=강현지 기자] 대한민국 남성이라면 꼭 다녀와야 할 군대, 프로 선수라고 예외는 없다. 하지만 일반 남성들이 그렇듯, 망설임이나 불안감에 발걸음을 옮기는 선수들은 극히 드물다. 공백기 때문이다. 농구공을 꾸준히 잡을 수 있는 국군체육부대(상무)에 합격하면 다행이지만, 제한된 인원을 선발하기에 이마저도 쉽지가 않다. 결국, 상무에 가지 못하는 선수들은 일반현역병 또는 공익근무요원을 택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2년여 동안 꾸준히 훈련할 수 없다 보니 경기 감각을 잃어버릴까 노심초사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일반 군 복무를 하게 된 프로선수들에게 희망이 될 좋은 사례가 나오고 있다. 군 복무를 마치고 성공적으로 본래 자리로 돌아온 선수들, 바로 이지운(원주 동부), 안정환(창원 LG), 조상열(창원 LG)이 그들이다.

이지운(원주 동부)_ 일과 후 훈련통해 재기를 꿈꾸다
이지운(31, 192cm)은 2010년 10월에 현역 입대했다. 강원도 화천 27사단 이기자 부대 공병대대로 자대배치를 받은 이지운의 보직은 운전병. 당시에는 농구 조교라는 정보도 없었기에 입대 당시 운전 면허증을 가지고 있었던 그는 운전병으로 지원했다. 운전병은 이병까지는 정비 병사와 같이 차에 대한 기초적인 것을 배우고, 관내에서 간부들과 도로 주행하듯 운전 연습을 한다. 일병부터는 본인의 차를 배치 받아 병사와 간부 수송을 책임진다.
현역으로 입대했으니 따로 운동할 환경이 주어지지 않는다. 대신 이지운은 일과 시간 이후 웨이트장을 찾아 몸을 만들고, 운동장을 뛰거나 줄넘기를 하며 체력 유지에 힘썼다. 매일 하지는 못하지만 틈나는 대로 운동을 꾸준히 이어갔다.
그러던 중 우연찮게 이지운의 부대 근처에 체육관이 생겼다. “거기서 주말을 이용해 가끔 병사들에게 농구를 가르쳐주거나 하는 경우가 있었어요. 체육관이 지어지고 난 후에 간부님들께서 제가 운동선수인 줄 아시고는 배려해 주셨죠.”
이등병 때 운동은 꿈도 꾸지 못했다. 각자 보직이 있고, 고참들의 눈치도 보였기 때문. 군인 신분을 망각할 수 없었다는 게 이지운의 말이다.
“상병 때부터 천천히 운동하기 시작했어요. 말년 휴가 때는 구단에 말씀드리고, 트레이너 형이 짜준 프로그램에 맞춰 운동했어요. 당시 김 감독님도 ‘그 몸으로 운동 못 한다. 몸 만들어 와라’라고 말씀하셨죠. 그렇게 죽을 둥 살 둥 운동만 했어요. 그 노력을 좋게 보셔서 다시 LG와 재계약을 하며 운동을 하게 되었습니다.”
제대 후 프로선수로 복귀한 이지운은 2016년 5월, 자유계약선수 신분으로 원주 동부로 이적, 새로운 출발을 꿈꾸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안정환(창원 LG)_ 체육대회 에이스로 거듭나다
반면 안정환은 농구는커녕 공 구경도 제대로 못했다고 한다. 상무 탈락 이후 이곳저곳을 알아봤지만, 바로 입대를 할 수 있는 곳을 찾기 쉽지 않았다. 결국, 자원입대를 택했고, 경기도 연천에서 포병으로 근무했다. “그때 입대를 안 했으면 또 한 해를 넘겨야 했어요.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입대하는 게 좋다고 판단했고, 최대한 빨리 입대할 수 있는 곳을 찾았죠.”
그렇게 서둘러 입대를 했지만, 생각과 달리 운동을 할 만한 여건이 만들어지지 않았다. 개인 운동을 하려고 해도 시간이 없었다. “막막했지만, 다르게 생각해보면 군 복무는 제가 하기 싫어도 꼭 해야 할 의무이었어요. ‘군대에서 배울 게 있으면 배우자’라는 마음을 먹었죠. (현역으로)다녀와서 성격이 많이 바뀌었어요. 자신감도 생겼고요. 주변 사람들도 제 성격이 밝아졌대요.”
대신 운동선수라는 장점을 발휘해 안정환은 부대 체육대회를 통해 포상휴가를 싹쓸이해왔다. 덕분에 부대에 없었던 농구가 체육대회의 한 종목으로 채택되었다. 안정환은 농구뿐만 아니라 축구, 계주 등에도 출전해 좋은 성적을 거뒀다.
2015년 4월 1일 전역한 안정환은 집 대신 체육관을 찾았다. 시즌이 끝난 후라 선수들은 휴가를 떠나 있었지만, 안정환은 여유를 내려놓고 굵은 땀방울을 흘렸다. 그리고 2015-2016시즌 코트 위로 돌아왔다. 그는 지난 시즌 총 19경기에 출전해 평균 1.7득점 2.3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조상열(창원 LG)_ 농구조교 출신 3호
6월 14일 군복을 벗은 조상열은 “상무에 다녀온 것이 아니라 정신적으로 힘들긴 했지만, 군 복무를 마쳐 마음이 편하고 좋아요”라며 홀가분한 마음을 전했다.
육군개별모집병에는 어학병, 특공수색병 등 22개 특전병이 있다. 그 중에 체육학 조교병이 있다. 여기에 농구가 포함되어있다. 농구조교는 부대원들에게 농구를 지도하며 군 생활을 한다. 조상열에 앞서 김용우(우석대학교 농구부 감독)와 박병규(전 KCC)가 다녀왔으며, 현재는 배병준(창원 LG)이 농구 조교로 근무 중이다.
농구 조교를 많이 뽑는 건 아니다. 1년에 한 명만 입대할 수 있다. 1차로 개인 시즌 기록, 서류면접을 보고, 1차 합격자에 한해 병무청에서 간부들과 면접을 본다. 조상열이 지원할 당시 경쟁률은 8대1이었다. 프로 선수가 두 명이 더 있었고, 그보다 어린 대학생들이 있어 반신반의한 마음이 컸다고.
농구조교 지원에 앞서 조상열은 상무에 도전했지만 탈락의 쓴맛을 맛봤다. “단국대학교 동기인 이신영이 프로 진출에 실패하고, 먼저 농구 조교로 들어가 있었어요. 그 친구가 만약 상무에 떨어지게 되면 시기적으로 농구 조교 지원 시기가 맞으니 빨리 군 복무를 마치는 것이 낫지 않겠냐며 권유했죠.”
결국 그는 그 권유에 따라 2014년 9월 15일, 농구조교로써 합격 통보를 받으며 군 입대를 했다.
“감독님과 코치님이 상무에 떨어지면 한 시즌 더 하자고 제안하셨어요. 상무에 합격할 줄 알고 기대하고 있는 상태였는데, 탈락해서 심적으로 힘든 상태였죠. 다행히 생도들을 가르칠 때 농구공을 계속 만질 수 있었어요. 하지만 농구 수업이 일년 내내 있는 것이 아니라 학기 중에만 있기 때문에 방학 동안은 농구공을 만질 수 없었어요. 그땐 체력훈련에 힘을 쏟았죠.”
안정환과 반대로 조상열은 체육대회에서 농구로써 존재감을 뽐내진 못했다. “처음에는 포상휴가를 받았었지만, 농구 조교가 체육 부대에 있다고 소문이 났어요. 출전 제한을 받기도 했죠(하하).”
대신 이발병을 하며 쏠쏠히 휴가를 모았다는 후문이다. 휴가를 받을 때마다 조상열은 양승성(前 전자랜드)이 차린 스킬 트레이닝 센터 GP&B를 찾았다. 체계적인 훈련을 소화했고, 계급이 올라갈수록 공을 만질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났다. 그렇게 1년 9개월의 군 복무를 마치고 조상열은 LG 품으로 돌아왔다.
“힘든 시간이었어요. 입대를 결정한 뒤에 두 달 정도 쉬었어요. 농구를 시작한 뒤에 그렇게 쉰 건 처음이었죠. 처음에는 너무 좋았어요. 그런데 1~2달이 지나고 나니 그게 아니더라고요. 농구가 너무 하고 싶고, 혼자 하다 보니 한계가 있더라고요. 같이 체력 훈련하는 것도 그리웠고요. 농구 조교가 저 혼자 밖에 없으니 외로웠어요.”
마지막 휴가를 받은 조상열은 지난 9일 고려대학교와의 친선 경기에 출전하며 그간 한을 풀었다. LG 유니폼을 입은 조상열은 당시 24득점 2리바운드 1블록을 기록하며 팀내 최다득점을 올렸다.
2016-2017시즌 앞둔 세 선수의 각오
다른 구단에서 운동을 하는 자체가 마음이 이상했어요. LG에서 오래(6시즌) 있었으니까요. 한 달 지나면 다 똑같다고 그러는데, 지금은 서운함과 아쉬움이 공존해요. 팀에서 나간다는 게 가슴 아픈 일이잖아요. 하지만 동부에서 그간 못했던 과감한 플레이를 보여주고 싶어요. 제가 1년차 때 (현)주협이형이 같이 있었거든요. 지금은 (김)주성이형이 있으니 시너지 효과가 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제 새로운 팀에서 신인의 자세로 솔선수범해서 기대에 부응하는 게 목표예요. - 원주 동부, 이지운
내년이면 FA에요. 현역 제대 후 농구에 대한 절실한 마음이 누구보다 컸어요. 비시즌을 잘 준비해서 지난 시즌보다 경기를 더 많이 뛰는 것이 목표에요. 그래서 ‘비시즌을 누구보다도 열심히 준비하자’라는 것이 바로 지금, 저의 각오입니다 - 창원 LG, 안정환
팀에 도움이 되고 싶어요. 솔직히 제가 상무에 다녀오지 않아서 불안한 모습이 나오지 않을까 우려하실 수도 있어요. 제가 잘하는 모습을 보여서 그런 생각을 바꾸고 싶어요. 다음 시즌이 끝나면 저도 FA라 제 자신에게도 중요한 시즌이 될 것 같아요. 좀 더 절실한 마음으로 임하겠습니다. - 창원 LG, 조상열
# 사진_한명석, 유용우, 신승규 기자
2016-07-06 강현지(kkang@jumpball.co.kr)저작권자 ⓒ 점프볼.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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