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기관 노동자 "임금피크제 빌미 불이익 부당" 국가상대 손배소

2016. 7. 5.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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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지난해 임금피크제 기한보다 늦게 도입해
공공연구기관 24곳 임금인상률 삭감 당해
노조 “불이익 강요하는 행정지도는 위법”

정부가 지난해 임금피크제를 늦게 도입한 공공기관의 인건비 인상률을 삭감한 ‘행정지도’가 위법하다며 노동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낸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정부 출연 공공연구기관 노동자 200명을 대리해 정부·국가과학기술연구회·경제인문사회연구회를 상대로 올해 인건비 인상률 삭감으로 인한 정신적 손해를 배상하라는 소송을 낸다고 5일 밝혔다.

정부는 지난해 공공기관 임금피크제를 도입을 독려하면서, 10월까지 도입하지 않을 경우 올해 인건비 인상률의 4분의1을 삭감하겠다고 압박했다. 당시 노조는 국제통화기금(IMF) 위기 당시 정년이 65살에서 60~61살로 단축됐다는 점, 노동자 대다수가 박사급 연구자들인 탓에 근무기간이 짧다는 점 등을 들어 일률적 도입에 반대하면서 교섭을 요구했지만, 11월까지 도입하지 않으면 기관 경상비를 10% 삭감하겠다는 정부의 압박에 못이겨 11월에 도입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연구기관 24곳(한국노동연구원·보건사회연구원·항공우주연구원 등)의 임금인상률이 다른 공공기관 노동자들에 비해 0.75% 삭감됐다. 정부는 올해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도입과 관련해서도 기간내 도입하지 않으면 인건비를 동결하겠다는 지침을 낸 바 있다.

노조는 “임금 등 노동조건은 노사의 단체교섭으로 결정되어야 함에도 정부는 인건비 인상율 삭감 또는 동결이라는 수단을 활용하여 일방적으로 노동조건을 결정하여 기본권의 실질적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며 “임금피크제 지침과 같은 정부의 행정지도 행위는 이를 따르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줄 수 없도록 돼있어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실제 행정절차법을 보면 “행정지도는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 부당하게 강요돼서는 안된다”, “상대방이 행정지도에 따르지 않았다는 것을 이유로 불이익한 조치를 해서는 안된다”고 돼있다.

위자료는 1인당 10만원으로 정해 모두 2000만원을 청구하기로 했다. 정부 지침의 불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소송이지 삭감된 임금을 받아내기 위한 소송이 아니라는 점에서다. 소송을 대리하는 공공운수노조 법률원 이석 변호사는 “정부의 임금피크제 도입 강요는 노동자들의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에 대해 동의하지 않을 권리를 침해한 것”며 “이미 헌법소원·행정소송을 냈으나 사법부가 이를 판단조차 하지 않고 각하해버려, 다시 민사소송을 통해 정부 지침의 불법성을 확인받기 위해 소송을 냈다”고 밝혔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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