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정의윤-최승준 보며 배아프면 절대 안된다

[포토] 정의윤, 2점포 최승준의 파워에 고개가 절로 숙여져~ kt와 SK의 2016 KBO 리그 주중 3연전 첫번째 경기가 28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렸다. 3회초 무사 1루 SK 최승준이 좌중간 담장을 넘어가는 2점홈런을 날렸다. 선행주자 정의윤과 기쁨을 나누는 최승준의 모습.수원=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6.06.28/

충격의 2연패다.

LG 트윈스는 2, 3일 안방 잠실구장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와의 2연전을 모두 내줬다. 2일에는 마무리 투수 임정우가 무너졌고, 3일에는 맹렬히 추격을 했지만 경기를 뒤집지는 못했다. 단지 두 경기 모두 패해 충격일까. 두 경기 모두 특정 선수들에게 치명타를 맞았다는 것이 뼈아팠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같은 유니폼을 입고 있었던 옛 동료. 정의윤과 최승준이 트윈스에 비수를 꽂았다.

설명이 필요없는 활약이었다. 2일 경기에서는 1-2로 밀리던 9회초 4번 정의윤이 동점 홈런, 5번 최승준이 결승 홈런을 때렸다. 3일 경기에서는 정의윤이 3안타 3타점으로 경기 초반 흐름을 이끌고, 상대가 4-6까지 추격해오자 최승준이 8회 쐐기 2점 홈런을 쏘아올렸다. 최승준의 3경기 연속 홈런.

정의윤은 타율 3할3푼4리-17홈런-66타점을 기록중이다. 커리어 하이를 넘어 리그 최고의 4번 타자로 성장중이다. 최승준은 3할6리-17홈런-37타점을 기록했다. 최근 홈런에 완벽히 눈을 떴다. 시즌 초반 주춤하던 SK가 살아는 원동력이다. 두 사람이 중심타순에서 장타를 뻥뻥 날려주니 타선 전체에 힘이 붙었다.

두 사람의 활약에 또 다시 대두되는 얘기가 '탈 LG' 효과다. 김상현(kt 위즈) 박병호(미네소타 트윈스) 등 거포 유망주들이 LG만 떠나면 기량이 만개했다. 지난해 박경수마저 kt에서 20홈런 타자가 됐다. 올해는 정의윤과 최승준이 '탈 LG' 효과를 증명했다.

정의윤은 2005년 2차 1라운드로 LG에 입단했다. 최승준은 1년 후 2차 7라운드로 뽑혔다. 이후 LG의 중심타자가 될 선수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매년 똑같은 일이 반복됐다. 기회가 주어졌지만 이렇다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시즌을 마감했다. 결국 정의윤은 지난해 7월 SK로 트레이드가 됐다. 최승준은 시즌 종료 후 LG가 FA 포수 정상호를 영입할 때 보상선수로 이적했다. 올시즌 초반에는 SK 유니폼을 입은 두 사람의 모습이 어색했는데, 이제는 와이번스의 간판타자가 됐다.

여기서 중요한 건 두 사람을 바라보는 LG의 자세다. '왜 멀쩡했던 선수들을 보내 상대팀을 도와주고, 우리가 손해를 보나'라는 생각으로 배아파하면 안된다. LG는 자선사업을 하려고 둘을 보낸 게 아니다. 자신들이 정한 원칙이 있었다. 너무 큰 잠실구장에서 기량을 펴지 못하는 장타자들에게 더 이상 미련을 두지 말자고 결론을 내렸다. 두 사람 외에 나성용도 2차 드래프트를 통해 삼성 라이온즈로 이적했다.

두 사람을 통해 필요했던 자원들을 영입했다. LG는 데려온 선수를 어떻게 하면 LG에서 잘할 수 있게 할까 연구해야지, 떠난 사람들이 잘하고 있는 것에 집착하면 안된다. 주변의 비난과 조롱에 냉정히 눈과 귀를 닫아야 할 시점이다. 미련에 휩싸인다면 팀 개편 작업까지 틀어질 수 있다. 팀 개조를 위해 어렵게 발걸음을 뗀 트윈스다. 절대 방향을 바꾸면 안된다.

물론, 심각히 생각해야 할 부분은 있다. 넓은 잠실구장을 핑계로 거포 유망주들이 꽃을 못피운 이유를 너무 한정지어온 것은 아니냐는 점이다. 지금 정의윤과 최승준의 스윙은 잠실과 인천구장 차이로 만들어진 게 아니다. 타석에서 보여주는 자신감 자체가 다르다. 2일 둘은 결정적인 순간 백투백 홈런을 쳐냈지만 그 경기 안타는 딱 그 것뿐이었다. 앞 타석에서는 시원하게 방망이를 돌리고 돌아섰다. 원래 홈런타자들은 홈런을 때려내는만큼 삼진도 먹는다. SK에서는 되는데, LG에서는 왜 안됐는지를 생각봐야 한다. 유망주들이 타석에서 시원하게 방망이를 돌리지 못하는 팀 분위기가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 양상문 감독이 "젊은 선수들이 뛰놀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겠다"고 시즌 전 얘기한 게 이 부분과 연결된다. 실력을 떠나, 정신적으로 압박을 받지 않고 야구를 하라는 뜻이었다.

지도자들이 너무 틀에 박힌 선수 조련을 했을 수도 있다. 인기팀 LG는 그동안 유명하고, 개성있는 타격 코치들을 주로 썼다. 교체도 잦았다. 이에 선수들이 자주 타격폼을 바꿔 흔들린다는 지적이 있었다. 젊은 선수들이 코치가 시키는대로 하지 않으면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던 팀이 LG였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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