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로 확산된 IS 위협]'코란' 못 외우면 고문 뒤 살해..외국인만 조직적으로 노렸다
[경향신문] ㆍ방글라데시 다카 테러
ㆍ외국인들 즐겨찾는 카페서 점거·총격전·인질극 벌여
ㆍ6명 현장서 사살 1명 체포
지난 1일 오후 9시20분쯤(현지시간)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 시내의 홀리아티즌베이커리 카페에 소총과 급조폭발물(IED)로 무장한 괴한 7명이 “알라후 아크바르(신은 위대하다)”를 외치며 들이닥쳤다. 이들은 종업원과 손님 40여명을 인질로 잡았다.

경찰은 식당 주변에 바리케이드를 치고 범인들과 협상을 벌였다. 협상은 실패했고, 10시간 만인 2일 오전 7시40분쯤 군 병력이 카페 안으로 진입했다. 이탈리아인 9명, 일본인 7명 등 외국인 18명을 포함한 민간인 20명이 숨진 뒤였다. 경찰 2명은 교전 도중 사망했다.
생존자들은 범인들이 “똑똑하고 잘 교육받은 젊은이들 같았다”고 했다. 방글라데시는 물론 세계가 충격에 빠졌다. 가장 많은 사망자가 발생한 이탈리아의 마테오 렌치 총리는 “우리는 고통스러운 참극을 겪은 가족”이라며 애도했다. 이슬람국가(IS)는 “십자군 국가들의 국민을 겨냥했다”며 자신들이 관여한 공격이라고 밝혔다.

■외국인 노린 조직적 공격
인구 80% 이상이 무슬림인 방글라데시에서는 최근 세속주의 블로거, 성소수자, 다른 종교 신자들을 노린 공격이 잇따랐다. 이번 테러가 일어난 날에도 서부 제나이다의 한 힌두교 사원 자원봉사자가 이슬람 극단주의자에게 살해당했다. 3년 새 이런 공격으로 희생된 사람이 40명이 넘는다. 지금까지의 공격은 주로 총과 흉기를 이용해 산발적으로 현지인들을 살해한 것이었다. 반면 다카 카페 테러는 다중 이용시설을 조직적으로 점거, 총격전과 인질극을 벌였다는 점에서 성격이 다르다. 지난해 11월 IS 조직원들이 저지른 프랑스 파리의 바타클랑 극장 인질극과 비슷하다.
범인들은 외국인을 집중적으로 노렸다. 사건이 벌어진 곳은 대사관 밀집지역에 있어 외국인들이 즐겨 찾는 고급 제과점이다. 한국대사관과도 700m 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대사관 직원과 한국 교민도 자주 찾는다. 생존자들은 범인들이 “우리는 이교도와 외국인만 죽인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인질들에게 코란을 암송하게 한 뒤 외우지 못하면 고문을 하고 처참히 살해했다.
사건이 일어난 날은 이슬람 금식성월 라마단이 끝나기 닷새 전이었다. IS는 지난 5월 말 라마단을 “어디에나 있는 이교도를 말살하는 달”로 만들라고 세계의 지지자들을 선동했다. 지난달 미국 올랜도 총기 난사와 터키 이스탄불 공항 테러도 모두 라마단 기간에 일어났다.
■아시아로 세력 넓힌 IS
다카 테러범 7명 중 6명은 현장에서 사살됐고 1명은 체포돼 조사 중이다. 다카트리뷴 등 현지 언론은 범인들이 20~30대 청년들이라고 전했다. 이들은 이번 공격을 위해 치밀하게 준비해온 것으로 보인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범인들은 이슬람 극단주의자처럼 보이지 않게 턱수염을 밀고 티셔츠와 청바지를 입었다. 인질 몇 명을 먼저 살해한 뒤 무선인터넷을 연결해 휴대전화로 인질 시신과 현장 사진을 찍어 IS 선전매체에 올렸다.
현장에서 도망친 식당 주방장은 뉴욕타임스에 이들이 외국인 인질을 상대로 영어를 능통하게 구사했고, “똑똑하고 잘 교육받은 청년들”이었다고 전했다. 수사 결과 이들은 모두 대학 교육까지 받은 부유한 집안 출신이었다. 극단주의가 고등교육을 받은 청년들 사이에도 널리 퍼져 있음을 보여준다.
시리아·이라크에서 세력이 위축된 IS는 무슬림이 많은 아시아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IS는 자신들의 ‘건국일’인 6월29일 선전매체에 조직도를 공개하면서 시리아·이라크를 포함해 12개국에 본부를 두고 있으며 7곳에 비밀 부대가 있다고 주장했다. 파키스탄과 방글라데시, 필리핀에도 연계 세력망을 갖추고 있었다. 필리핀이나 인도네시아 등에서도 연쇄 테러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필리핀 이슬람 반군 아부사야프는 지난 1월 IS 지도자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에게 충성을 맹세했다. 2002년 발리 폭탄테러의 주범인 인도네시아의 제마아이슬라미야(JI)도 조직원 20~40명을 시리아로 보내 IS와 접촉하고 있다.
■방글라데시는 ‘IS 존재’ 부인
다카 테러에 IS가 배후를 자처하고 나섰는데도 방글라데시 정부는 3일 이번 공격이 “IS의 소행이 아니다”라며 현지 무장단체인 ‘자마툴 무자헤딘 방글라데시(JMB)’를 지목했다. JMB는 알카에다 계열인 ‘안사르 알이슬람’과 함께 방글라데시의 대표적인 이슬람 무장조직이다. 지난해 IS는 “칼리프의 전사들은 벵갈에서 행동을 개시할 것”을 촉구하며 JMB를 “(방글라데시에서) 올바른 신념을 가진 유일한 그룹”이라고 치하했다. IS가 방글라데시를 아시아의 교두보로 삼으려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러나 셰이크 하시나 총리의 집권 아와미연맹(AI)은 IS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는 주장을 “정권을 흔들려는 야당의 정치 공세”로 치부해왔다. 정부는 지난달 극단주의자 검거작전을 벌여 1만명이 넘는 전과자, 무장단체 조직원 등을 잡아들였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IS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한 이런 대규모 검거작전은 헛물켜기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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