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전 끝난 감사원 감사 무마?..'1억 검사' 미스터리
[경향신문]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측의 돈을 받았다는 ‘1억 검사’를 둘러싼 각종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서울고검 박모 검사(54)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하고 그의 금품수수 혐의를 수사 중이다. 그런데 그가 돈을 받은 시기가 처음 알려진 것과 달리 2014년으로 밝혀지면서 로비의 성격이 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2014년에 감사원 로비?
정운호 전 대표 측이 최모씨(52)를 통해 박 검사에 1억원 가량을 전달한 시기는 당초 2010년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정 전 대표 등으로부터 이런 진술을 확보하고 최씨를 지난달 16일 체포했다. 2010년은 감사원이 네이처리퍼블릭의 서울메트로 입점 문제를 조사하던 시기다. 검찰은 정운호 전 대표가 감사원 쪽 인맥이 있는 박 검사를 통해 감사원 감사를 무마하려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조사를 벌였다.

그런데 검찰이 자금흐름을 확인해보니 최씨가 정 전 대표의 수표를 받아 현금으로 바꾼 시기는 2014년이었다. 감사원 감사 후 4년이 지나 무마 로비가 필요 없는 시점이다.
오히려 돈을 준 시점은 경찰이 정운호 전 대표의 해외도박 혐의를 수사한 뒤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하기 직전 무렵이었다. 박 검사는 당시 법무연수원에 파견 근무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비록 진급에서 탈락하는 등 본인이 ‘잘 나가는’ 검사는 아니었지만 김수남 검찰총장(2014년 당시 서울중앙지검장)과 연수원 동기(16기)인 것을 비롯해 검찰 내 인맥은 탄탄한 인물로 평가된다. 정 전 대표가 돈을 준 명목은 감사원이 아닌 검찰 로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은 정 전 대표를 무혐의 의견으로 2014년 7월 검찰에 송치했다. 정운호 전 대표는 그 전에 이미 박 검사에게 돈을 준 것으로 파악돼 여러 가능성을 대비했을 것이란 분석이 가능하다. 검찰은 추가 수사를 벌인 뒤 그해 말 역시 정 전 대표를 무혐의 처분했다.
■돈 전달자 돌연 석방 왜?
검찰은 여전히 정운호 측이 박 검사를 통해 감사원 쪽에 로비하려 했다고 본다. 최씨 등의 진술이 그렇다는 것이다. 검찰은 “피의사실이어서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다”고만 설명하는데, 정 전 대표 측이 2014년 무렵에도 서울메트로와 민사소송을 벌이고 있었다는 점에 주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즉 감사원을 통해 서울메트로를 압박하려 했다는 것이다.
통상적인 로비 과정과는 다소 달라 의문을 자아낸다. 지금까지 알려진 검찰 수사내용을 종합하면 정운호 전 대표는 민사소송 중인 상대방(서울메트로)을 제압하기 위해 4년 전 이 기관을 감사했던 감사원 직원을 동원하기로 마음먹는다. 그와 친한 또 다른 기관의 친구(박 검사)에게 돈을 전달한다. 민사소송 때문에 4년 전 관련된 공무원을 찾고, 그의 친구인 제3의 공무원에게 억대의 돈을 줬다는 다소 의아한 정황인 셈이다. 결국 ‘키맨’은 이처럼 진술한 돈 전달자 최씨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최씨는 체포 이틀만에 석방됐다. 검찰은 그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고 있다. 검찰이 왜 그를 선처하려는지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서울메트로 감사 무마 로비인 줄 알고 체포했다가 도박 혐의에 대한 검찰 로비 가능성이 불거지자 풀어줬다는 의심까지 나온다. 검찰 관계자는 “돈 중간 전달자라고 다 구속 수사하지는 않는다”고 반박했다. 박 검사는 현재 지병이 심해 수사팀이 소환하지 못하고 있다.
<홍재원 기자 jwho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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