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거부한 EU, 양극화의 주범인가?

피상적으로는 보리스 존슨 전 런던시장 등 탈퇴파와 보수언론들이 사실을 왜곡에 민심을 자극했다는 설명이 가능하다. 그러나 근본적인 원인을 따져보자면 상황은 좀 복잡해진다.
우선 19세기 세계를 호령했던 대영 제국에 대한 '향수'와 함께 앵글로 색슨족으로서의 오만함이 밑바닥에 깔려있다는 의견도 있고, 다른 한편에선 EU를 세계화의 한축으로 지목하면서 이에 따른 양극화가 영국 국민의 불만을 폭발시켰다는 지적도 있다.
전자의 경우 큰 이견이 없지만, 후자의 경우 원인과 결과 등 사실 관계를 놓고 다른 분석들이 나온다.
시대적 조류라 할수 있는 신자유주의, 세계화는 여러 부작용을 낳은 것이 사실이다. 이때문에 반(反)세계화와 반(反)신자유주의를 진보 진영은 줄기차게 주장해왔다.
노동, 자본, 상품·서비스 등의 자유로운 이동을 골자로 한 신자유주의는 모든 영역에서 치열한 경쟁을 부추기고 이는 시장 확대와 임금 하락 등 자본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했기 때문이다. 자본과 달리 중산층·서민은 갈수록 삶이 팍팍해질수 밖에 없었다.
이는 곧 '빈익빈부익부'의 양극화로 이어진다. 실제로 신자유주의 기류를 주도했거나 이에 편승한 국가들은 모두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IMF에 따르면 영국의 '상위 1%의 소득 비중'은 1995년 10.8%에서 2012년 12.7%로 늘어났다. 우리나라는 같은 기간 6.9%에서 12.2%로 더욱 가파르게 증가했다.
그럼 이런 양극화가 EU의 산물인가라는 점이 문제의 핵심이다. EU 역시 장벽을 허물어 단일 시장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신자유주의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영국은 1973년 EU 전신인 유럽경제공동체(ECC)에 가입하면서 동유럽 이민자 유입에 물꼬를 텄다. 이는 저소득층의 일자리를 위협했고 임금 하락도 불러왔다.
이영석 광주대 국제언어문화학부 교수는 한국일보 기고를 통해 '다른 서유럽에 비해 연금 수준이 낮은 노인층과 런던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후된 지방민들이 세계화와 그에 따른 양극화에 대해 분노를 표출했다'고 분석했다.
이에 이민·난민 문제를 정면에 내세운 탈퇴파의 논리는 인종주의와 맞물려 큰 휘발성을 갖게 됐다.
하지만 EU를 신자유주의 그 자체와 동일시하는 이런 시각에 대해선 회의적인 반응도 없지 않다. 이는 '그럼 EU를 탈퇴하면 양극화가 해소될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대변된다.
이에 대한 대답이 부정적이라면 EU 가입 자체가 근본적인 원인이 아니라는 뜻이 된다.
탈퇴파들도 이에 대해 확답을 못하고 있는 현실을 보면 신자유주의는 EU라는 '배'가 떠있는 거대한 '조류'라고 볼수 있다. 배에서 뛰어내린다고 거대한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는 법이다.
특히 탈퇴파들은 이기적인 '이동의 자유'를 표방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이는 EU라는 시장에의 접근권과 영국인의 이동을 보장하면서 이민자를 제한하겠다는 존슨 전 시장의 계획을 말한다.
현실적으로 EU 탈퇴이후 영국의 노인층과 지방민들의 살림이 획기적으로 나아질 가능성을 낮다. 탈퇴파들도 신자유주의를 거스를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 브렉시트 결정은 음모론적인 정치적 해석을 낳기도 한다.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 대학교 교수는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영국인 대다수가 느끼는 불안, 상대적인 빈곤화, 사회 붕괴, 양극화 이 모든 문제들의 근본적 원인이 유럽연합이라는 판단 자체는 오류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유럽연합의 탈퇴를 통해서 이렇게 (양극화에 대해) 들끓고 있는 분노를 이런 쪽으로 돌려보는 유혹이 있으리라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즉, 양극화에 대한 민중의 저항을 다른 쟁점으로 돌려보려는 극우파 정치인들의 술책이라는 것이다.
적지 않은 혼란을 불러일으키겠지만, EU가 양극화의 주범인지 여부는 실제 영국의 탈퇴가 이뤄진 이후에는 좀더 분명해질 것이다.
[CBS노컷뉴스 정영철 기자] steel@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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