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배신 막장극' 고브는 존슨을 어떻게 굴복시켰나

2016. 7. 1.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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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점 다가서는 존슨에 벼락같이 결정타 "총리 노리고 오랫동안 준비한 사기극" 음모론도
마이클 고브 영국 법무장관(왼쪽)과 보리스 존슨 런던시장[AFP=연합뉴스 자료사진]
마이클 고부 영국 법무장관 부인 세라 바인(오른쪽)과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 부인 서맨사 캐머런[AP=연합뉴스 자료사진]
테리사 메이 영국 내무장관[EPA=연합뉴스 자료사진]

한계점 다가서는 존슨에 벼락같이 결정타

"총리 노리고 오랫동안 준비한 사기극" 음모론도

(서울=연합뉴스) 김아람 기자 = "역사의 파도에 맞서 싸울 때가 아니라 밀려오는 파도를 타고 운명을 항해할 때다."

보리스 존슨 전 런던시장은 지난 30일(현지시간) 영국 총리 경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셰익스피어 비극 '줄리어스 시저'의 브루투스 대사를 인용해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브루투스는 친구 시저가 황제가 되려는 야심을 품은 데 분노해 시저 암살을 계획했다. 시저는 결국 브루투스의 칼에 찔려 죽었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결정으로 권력 공백에 빠진 영국 정치권에서 펼쳐지는 현실이 드라마의 뺨을 치고 있다고 AP통신은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줄리어스 시저를 둘러싼 역사, 드라마로 만들어져 인기를 끈 정치소설 '하우스 오브 카드'만큼이나 극적인 요소가 짙다는 것이다.

브렉시트 선봉장 역할을 한 이끈 존슨 전 시장은 사의를 표명한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 자리를 물려받을 차기 총리 후보 0순위로 꼽혔다.

이런 야망을 단숨에 꺾을 이는 내부 깊숙이 숨어있었다.

옥스퍼드 대학 시절부터 30년 친구이자 브렉시트 캠페인 동지로 총리 경선에 러닝메이트로 나서기로 한 마이클 고브 법무장관이 그 주인공이었다.

고브 장관은 존슨 전 시장이 총리로서 자질이 부족하다고 비판한 뒤 먼저 총리 경선 참여를 선언해버렸다.

약 9시간 후 존슨 전 시장은 모두의 예상을 뒤집고 자신은 자격이 없다며 경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실제로 두 사람 사이에 모종의 거래가 있었는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표면적으로는 출마선언을 선수 친 고브 장관이 존슨 전 시장을 배신한 모양새다.

존슨 전 시장과 고브 장관은 함께 브렉시트 캠페인을 이끌었지만 브렉시트 '얼굴마담'은 존슨 전 시장이었다.

국민투표 이후 캐머런 총리의 사의 표명으로 보수당에 권력 공백이 생겼고, 존슨 전 시장은 총리가 돼 그동안 던진 정치적인 승부수를 보상받을 것으로 점쳐졌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한계점에 다가서던 존슨에게 고브가 벼락같은 결정타를 날렸다"고 상황을 요약했다.

보도대로 사실 존슨 전 시장은 브렉시트 결정 이후 단시간에 급속히 정치적으로 심각한 위기에 몰려가고 있었다.

전대미문의 혼란의 책임자이자 영웅으로 나서야 할 존슨 전 시장이 준비되지 않은 모습을 보여 불안을 키웠다.

국민투표 후 첫 서면 입장 발표였던 텔레그래프 기고문도 비현실적이라는 이유로 EU 지도자들의 비웃음을 샀다.

이를 계기로 본격적으로 보수당 내에서도 존슨 전 시장이 당과 영국 정부를 이끌 총리로서 자질이 있는지 의구심을 품는 목소리가 커졌다.

급기야 당내에서 '보리스만 아니면 누구도 상관없다'(Anyone But Boris)는 기류가 거세져 존슨 전 시장의 위상이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래도 고브 장관은 존슨 전 시장 지지를 약속했고, 총리를 할 생각이 없다고 수차례 밝혀 존슨 전 시장의 러닝메이트로 나서기로 굳어지는 듯했다.

그러나 총리 경선이 후보자 등록을 마감할 시간이 다가오자 고비 장관과 존슨 전 시장의 분열이 조금씩 나타나기 시작했다.

지난 29일 유출돼 언론에 공개된 고브 장관 부인 세라 바인의 이메일에서 고브 장관이 존슨 전 런던 시장에게 의구심을 품고 있다는 점이 드러났다.

바인이 남편에게 보낸 이메일에는 "구체적으로 자리를 보장받지 못하면 존슨을 지지하지 말라", "언론 재벌 루퍼트 머독과 데일리메일 편집인 폴 데이커가 존슨을 본능적으로 싫어한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일각에서는 바인이 애초에 이메일 유출을 의도하고 일부러 외부에 이메일 내용을 흘렸다는 음모론까지 나오고 있다.

스티븐 필딩 노팅엄 대학 정치학 교수는 "존슨이 머독과 데이커 같은 영국 정치 실세에게 충분한 신뢰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드러났다"고 평가했다.

결과가 고브 장관의 배신극으로 마무리되자 상황이 우발적인 게 아니라 오래전부터 준비된 것이라는 음모론도 나오고 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고브 장관이 몇 달 전 오랜 정치적 동지인 캐머런 총리와 조지 오즈번 재무장관에게 등을 돌리고 브렉시트 찬성에 나설 때부터 이러한 권모술수가 예측 불가능한 상황은 아니었다고 해설했다.

실제로 존슨 전 시장 캠프 의원들은 고브 장관의 출마가 브렉시트 캠페인을 발판 삼아 오랫동안 계획한 '사기극'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고브 장관 측근들은 고브 장관이 총리 후보 등록을 앞두고 불과 며칠 전에 마음을 바꿨다고 반박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고브 장관은 출마선언 바로 전날인 29일 존슨 전 시장 지지 의원 10∼15명을 만나 지지 후보를 갈아타라고 설득하고, 그날 밤 결론을 내렸다.

한 보수당 의원은 가디언 인터뷰에서 "지난 28일 고브 측근으로부터 존슨 전 시장보다 고브 장관이 총리에 적합하다고 생각하지 않느냐는 전화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번 배신 막장극의 최대 수혜자는 테리사 메이 내무장관이다.

존슨 전 시장과 함께 유력 총리 후보 '2강'으로 꼽히던 메이 장관은 존슨 전 시장이 물러나자 단숨에 선두로 올라섰다.

'브루투스'를 자처한 존슨 전 시장이 영국 새 정부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 아직 불확실하다.

위기 때마다 잘 살아남은 그가 정치 무대에서 반격을 노릴 것이라는 주장에 무게가 쏠린다.

팀 베일 런던대 정치학 교수는 "존슨은 이번 기회가 마지막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고 새로운 반전 가능성을 예상했다.

ric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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