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경찰 제지로 무산된 효순·미선 추모행사, 국가배상 책임"

한정수 기자 2016. 7. 1. 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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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한정수 기자]

서울법원종합청사 /사진=뉴스1

2002년 미군 장갑차 사고로 숨진 신효순·심미선 양의 13주기 추모 행사가 경찰의 제지로 무산된 것과 관련, 국가의 배상책임이 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96단독 이규홍 부장판사는 시민단체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평통사)이 국가와 종로경찰서장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국가가 평통사에 100만원을, 평통사 회원 오모씨에게 3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1일 밝혔다.

평통사는 지난해 6월13일 광화문광장 인근에서 '고 신효순·심미선 13주기 추모행사'를 진행하려 했다. 그러나 경찰이 추모조형물을 실은 평통사 측 차량을 견인하고, 평통사 회원 오씨가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현행범 체포되는 바람에 무산됐다. 당시 평통사는 같은해 6월4일부터 18일까지 '189차 자주통일평화행동 및 평화협정 체결 촉구 시민사회단체 공동행동'이라는 명칭으로 집회신고를 한 상태였다.

평통사가 추모행사를 하려던 날, 다른 단체가 광화문광장 인근에서 이미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었다. 이에 평통사는 그 건너편에서 추모행사를 준비하기 위해 추모조형물 2점을 내리려 했다. 경찰은 "미신고물품 반입이 불법이고 광화문광장 하위차로에 차량을 주정차하는 것은 도로교통법 위반"이라며 평통사 측 차량을 둘러쌌다. 평통사는 차량을 이동시키겠다며 차량을 둘러싼 경찰병력을 풀어달라고 요구했지만 병력은 그대로 유지됐다.

20여분 뒤 견인차가 오자 평통사 회원 오씨는 견인이 불법이라며 차량 앞에 드러누웠다가 현행범으로 체포돼 경찰서로 연행됐다. 추모조형물을 실은 차량도 견인됐다. 이후 경찰은 과태료나 견인료를 부과하지 않았고, 오씨는 48시간이 지나 석방됐다.

평통사 측은 경찰의 제지로 추모제를 할 수 없었다는 이유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국가와 종로경찰서장 등 경찰관들이 총 2000여만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추모제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의 적용대상이 아닌 순수한 행사고, 설사 집시법이 적용된다 하더라도 이미 신고가 돼 있는 상태였다"고 강조했다. 특히 "오씨는 경찰의 불법 견인행위에 대해 항의했을 뿐인데 체포돼 48시간이나 구금됐다"고 지적했다.

법원은 이들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였다. 이 부장판사는 "당시 평통사 측이 차량 이동을 위해 경찰병력을 풀어달라고 요구한 것은 분명하다"며 "경찰이 평통사 차량을 견인한 것은 인권존중·권력남용금지 등 공무원이 지켜야 할 준칙이나 규범을 지키지 않았거나 정당성이 결여된 행위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특히 오씨의 현행범 체포와 관련, 이 부장판사는 "부당한 공권력 행사에 반대하며 차량의 견인을 방해한 오씨의 행위에 위법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오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한 것은 경찰의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이 부장판사는 국가가 평통사에 100만원, 오씨에게 300만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경찰의 행위가 평통사와 오씨의 집회의 자유와 신체의 자유에 기반한 정당한 법률상 권리행사를 제한했다는 것이다.

다만 국가의 배상 책임과 달리 종로경찰서장 등 경찰관들의 배상 책임은 인정되지 않았다. 이 부장판사는 "공무원이 직무수행 중 불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국가 등이 배상책임을 부담하는 외에 공무원 개인도 고의 또는 중과실이 있는 경우 손해배상 책임이 있지만 경과실이 있을 뿐인 경우 손해배상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시 평통사 측 차량이 도착해 불법정차를 하게 되자 위법성을 지적한 점, 오씨 체포 과정에서 긴급체포의 요건이 충족됐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은 점 등을 감안하면 종로경찰서장 등의 직무집행을 중과실에 따른 위법한 행위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한정수 기자 jeongsu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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