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Tech] 화재·가스누출 걱정없는 '인덕션'..앙페르 법칙이 출발점

박성우 기자 2016. 6. 30.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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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덕션에 철제 냄비가 올라가 있는 모습 /조선DB
프랑스 물리학자 장 자크 앙페르 초상화 /구글 캡처
/한국에너지공단 보고서 캡처
하이라이트(왼쪽), 인덕션(오른쪽) 비교
(왼쪽부터) 쿠첸, 쿠쿠, 동양매직의 하이브리드 전기레인지의 모습 /각사 제공

직장인 박미선(37) 씨는 지난달 부모님댁에서 발생한 작은 화재 때문에 걱정이 많다. 이 화재 사고는 빨래를 삶다가 가스레인지 옆에 있던 휴지에 불이 붙어 일어난 것으로 하마터면 대형화재로 번질 뻔했다. 다행히 휴지에 붙은 불을 바로 껐지만 박 씨의 어머니는 손가락에 화상을 입었다. 이 소식을 들은 박 씨는 부모님댁에 가스레인지를 대신할 인덕션(Induction)을 설치해 드리기로 했다.

최근 독거노인이나 어린 자녀를 둔 맞벌이 주부들 사이에서 인덕션이 인기를 끌고 있다. 가스레인지처럼 직사각형 모양을 한 인덕션은 기기 내에서 발생한 자기장이 냄비 등 용기와 반응해 열을 만들어내는 제품이다. 불(열)을 이용해 직접 가열하는 가스레인지와 달리 인덕션은 간접 가열 방식이어서 화재 위험이 거의 없다. 한국에너지공단에 따르면 2006년 13만대 수준이던 국내 인덕션 시장은 2013년 30만대 규모로 성장했고, 2017년에는 50만대 규모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 전자기학에서 출발한 인덕션…앙페르 법칙 응용

인덕션 기술은 19세기 전자기학 발전에 초석을 놓은 프랑스 물리학자 장 자크 앙페르(André-Marie Ampère)로부터 출발한다. 앙페르는 1819년 전류가 흐르면 일정 방향으로 자기장이 형성된다는 앙페르 법칙을 발표했다. 또 전류가 흐르는 두 도선 사이에 서로 끌어당기는 ‘인력’이나 서로 밀어내는 ‘척력’이 작용한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맥스웰의 방정식’으로 유명한 물리학자 제임스 맥스웰(James Maxwell)은 훗날 앙페르의 업적을 ‘과학역사상 최고의 성과’라고 극찬하며 앙페르를 ‘전기학의 뉴턴’이라고 불렀다. 현재 전류의 단위를 암페어(A)라고 부르는 것은 앙페르 성(姓)의 영어식 발음을 따서 부른 것이다.

인덕션은 앙페르 법칙을 응용했다. 기기 상판 아래 코일(둥글게 말아진 구리선)을 장착하고 전기를 흘려주면 자기장이 만들어진다. 이 상태에서 인덕션 상판에 냄비 등 용기를 올려둘 경우 자기장이 용기 하단 부분과 만나면서 높은 저항과 열이 발생한다. 이 열로 용기가 뜨거워져 물도 끓이고 음식도 만들 수 있다.

300년 전통의 프랑스 주방기기 전문기업 ‘디트리쉬’가 세계 최초로 인덕션을 개발해 1978년 제품을 내놨다. 1999년에는 역시 세계 최초로 프리존(Free zone) 인덕션을 선보였다. 프리존 인덕션은 코일이 장착된 화구(火口)에서만 조리할 수 있는 일반 인덕션과는 달리 상판 아래 전체를 코일로 감싸 용기를 어디에 올려도 가열할 수 있는 제품이다.

과거 인덕션은 화재에 민감한 콘도나 식당에서 자주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인덕션의 사용 편리성과 안정성이 부각되면서 최근에는 가정용 제품의 보급이 확대되고 있다. 신축 아파트의 경우 가스레인지 대신 인덕션을 선택할 수 있는 곳도 많다.

인덕션의 최대 장점은 화재 위험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가스레인지처럼 가스가 누출되거나 불꽃이 옮겨붙을 위험이 없기 때문이다. 가스레인지보다 산소 소모가 적어 실내 공기 오염도가 상대적으로 낮고 청소가 간편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가스레인지의 경우 화구의 냄비 받침대 등을 청소하는 게 번거롭지만 인덕션의 경우 상판만 닦아주면 된다. 또 열효율이 높아 가스레인지보다 빨리 용기의 온도를 높일 수 있다.

하지만 인덕션의 단점도 적지 않다. 가장 큰 단점은 자기장을 이용하기 때문에 전기가 통하는 소재로 만들어진 용기만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알루미늄, 유리, 뚝배기 등 자성을 띄지 않는 용기는 사용할 수 없다.

구입가격도 부담스럽다. 화구가 4개인 고급형 가스레인지는 20만~30만원이면 살 수 있다. 반면 화구가 3개인 고급형 인덕션의 가격은 100만~150만원 수준이다. 인덕션 1개 값으로 가스레인지 5대를 구입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전기료도 만만찮다. 한국에너지공단이 가스안전공사에 의뢰한 인덕션과 가스레인지의 에너지 소비 보고서에 따르면 인덕션으로 섭씨 23도 상온 상태의 물을 88도로 높이는데 사용되는 전기의 요금은 93.8원으로 조사됐다. 가스레인지를 사용해 같은 조건으로 물의 온도를 높이는데 소비된 가스의 요금은 55.3원이다. 가스레인지 에너지 사용 요금이 인덕션에 비해 약 40% 저렴한 셈이다. 만약 에어컨 등 전기 사용이 많은 여름철 인덕션으로 장시간 끓어야 하는 곰탕 등의 요리를 할 경우 전기사용량이 많을수록 요금이 비싸지는 누진세 정책이 더해져 전기요금이 많이 나올 수 있다.

국내 인덕션 업체 관계자는 “최근 인덕션의 단점을 보완해 전기사용량을 낮추고 불온도 미세 조절과 과열방지 등 다양한 기능을 탑재한 신제품들이 많이 출시되고 있다”며 “인덕션의 사용 편리성과 안전성이 대중들에게 알려지기까지 시간이 걸릴 수 있지만, 지속적으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 인덕션 단점 보완한 ‘하이라이트’…하이브리드 제품도 등장

최근에는 자성을 띤 용기만 사용할 수 있는 인덕션의 단점을 보완한 제품인 하이라이트(Highlight)가 등장했다. 하이라이트는 사전적으로 빛을 받은 물체에서 가장 밝은 부분을 뜻한다. 하이라이트의 외관은 인덕션과 흡사하다. 하지만 직접 열을 가하는 방식이라는 게 차이점이다. 용기의 제한이 없는 이유다.

하이라이트는 세라믹 유리 상판 아래에 전기 저항이 큰 니크롬선을 넣어 전기를 열로 전환한다. 겨울철 방안의 온도를 높이는 온열기를 밑바닥에 두고 냄비를 올려놓는 것과 비슷하다. 기기 상판에 자석을 갖다 대서 붙으면 인덕션이고, 붙지 않으면 하이라이트다.

하이라이트는 직접 가열 방식을 사용하기 때문에 인덕션보다 안전성이 떨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하이라이트를 구매할 때는 어떠한 안전기능을 탑재하고 있는지 꼼꼼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 중국산 저가형 제품이나 구형 제품의 경우 안전기능을 탑재하지 않아 화재 위험에 노출될 수도 있다. 경기도 재난안전본부에 따르면 하이라이트로 발생한 화재사고는 2013년 8건, 2014년 12건, 지난해 25건으로 매년 늘고 있다.

주요 사고사례를 보면 사용자가 하이라이트에 냄비를 올려놓고 깜박해 화재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가스레인지의 경우 불꽃을 보고 가스를 차단할 수 있지만 하이라이트는 상판이 냄비에 가려져 멀리서 작동상태를 확인하기 어렵다. 최근에는 이러한 단점을 보완해 과열방지, 자동꺼짐, 온도표시 등 다양한 안전기능을 탑재한 제품들이 출시되고 있다.

인덕션과 하이라이트 등 전기레인지 시장은 독일, 프랑스 등 유럽업체들이 이끌고 있다. 다만 국내 시장에서는 전기밥솥 시장에서 1~2위를 다투는 쿠쿠와 쿠첸의 경쟁이 치열하다. 쿠쿠, 쿠첸, 동양매직 등 3사의 점유율이 70%에 달한다. 쿠쿠와 쿠첸은 인덕션과 하이라이트 강점을 모두 담은 하이브리드 제품을 선보였다. 화구 2개는 하이라이트, 화구 1개는 인덕션 방식으로 구성한 식이다. 특히 이들 제품에는 고열주의, 잔열표시, 일시정지, 용기 감지, 과전류 보호, 고·저전압 감지, 고온 경보, 자동꺼짐 등 10가지 이상의 안전 기능이 있다.

쿠첸 관계자는 “최근 전기레인지 시장에서 인덕션과 하이라이트가 합쳐진 하이브리드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며 “2017년까지 전기레인지 사업에서 매출 1000억원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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