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바지 입고 출근해요"

송성훈,이승훈 2016. 6. 27.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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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장·차장님 대신 "○○○님"으로 호칭 변경대리·과장 등 직급 7단계 → 4단계로 단순화

조직문화 개선 실험…내년 3월부터

삼성전자에서 임직원을 부르는 공식 호칭이 '○○○님'으로 바뀐다. 사원 과장 차장 부장 등으로 분류된 직급도 7단계에서 4단계로 단순화된다. 옷차림에서도 여름철에는 반바지를 허용하기로 했다. 수직적이고 연공서열적인 조직문화를 미국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기업처럼 수평적이고 창의적으로 바꾸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삼성전자는 27일 '경력개발 단계(CL·Career Level)' 도입을 통한 직급 체계 단순화와 수평적 호칭을 핵심으로 한 인사제도 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이는 삼성전자 자회사인 삼성디스플레이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이 제도는 직원 승진·이동 인사가 있는 내년 3월부터 시행된다.

삼성전자는 기존 부장 과장 등 수직적 직급 개념을 직무역량 발전 정도에 따라 '경력개발 단계'로 전환했다. 직급 단계를 기존 7단계(사원1·2·3 대리 과장 차장 부장)에서 4단계(CL1~CL4)로 단순화했다. 1969년 회사 설립과 함께 만들어져 부장 차장 과장과 같이 직급을 부르던 용어는 50여 년 만에 공식적으로 사라지게 됐다. 연공서열이 아닌 직무역량에 따라 직급을 받기 때문에 후배가 선배보다 더 높은 직급을 받을 수도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과장 차장 등 직급이 있을 때에는 직급이 낮은 후배가 팀 리더를 맡는 것이 쉽지 않았다"며 "직급 체계를 없앴기 때문에 보다 유연한 조직 운영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직원 간 공통 호칭은 '○○○님'을 사용하게 된다. '홍길동 차장'이 '홍길동님'으로 바뀌는 것이다. 다만 부서 내에서는 업무 성격에 따라 '님' '프로' '선후배님' 등 상대방을 서로 존중하는 수평적인 호칭을 자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영어 이름도 가능하다. 예를 들어 해외 업무가 많은 부서라면 '님' 대신 '매슈' '케네스' 등의 영어 이름을 부르면 된다. 다만 팀장과 그룹장 파트장 임원 등은 그들의 직책으로 호칭한다.

이번 개편에서는 옷차림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삼성전자의 공식 복장 규정은 '비즈니스 캐주얼'이다. 옷깃 있는 셔츠와 면바지로 단정하게 입는 것이 핵심이다. 청바지와 반바지는 금기시됐다. 여름철에 반바지를 허용해 달라는 직원들의 요구가 많았지만 삼성전자는 지난해 마지못해 주말과 공휴일에만 이를 허용해줬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평일에도 반바지 착용이 허용된다. 슬리퍼와 반바지도 용인하는 실리콘밸리 복장 문화를 가져온 것이다. 삼성의 이 같은 인사제도 개편은 '왜 우리는 구글이나 애플 같은 기업이 될 수 없나'에서 출발했다. 많은 내부 고민과 토론, 해외 우수 기업 탐방 등을 통해 내린 결론은 조직문화 변화가 시급하다는 것으로 모아졌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총체적인 변화 없이는 뿌리 깊은 삼성만의 연공서열 문화를 바꾸기가 어려웠다"며 "오죽했으면 이러한 하드웨어식 변화부터 시작했겠느냐"고 털어놓았다. 하드웨어 변화를 통해 조직원의 긴장감을 높이고 이를 소프트웨어적인 변화로 끌어갈 것이라는 분석이다. 삼성전자의 이 같은 변화는 그룹 다른 계열사로도 조만간 확산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수평적·창의적 조직문화 확산을 위해 회의 문화도 바꾸기로 했다. 반드시 필요한 인원만 참석해 자유롭게 의견을 내고 회의 결론을 도출해 이를 준수하는 회의 문화를 갖추기로 한 것이다. 5대 회의 권장사항으로는 참석자 최소화, 1시간 이내, 전원 발언, 결론 도출, 결론 준수 등이 거론됐다.

또 빠른 의사결정과 실행력 강화를 위해 직급 단계를 순차적으로 거치는 대신 '동시 보고'를 활성화하기로 했다. 여기에 형식에 치우치지 않고 간결하게 핵심 내용만 전달하는 보고 문화도 정착시키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부서별로 '포스트 잇' 보고 방식도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핵심 내용만 1~2줄로 요약해 보고하는 것으로 메모 수준의 보고로도 임원 등이 바로바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얘기다. 또 휴가를 여름이나 겨울 등 특정 시기에 쓰지 않고 1년 365일 원하는 때 언제라도 자유롭게 갈 수 있도록 배려했다.

[송성훈 기자 /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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