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분 담판'으로 투자 후 16년 만에 첫 주식 처분 표면적 이유는 '부채 축소'.. 상호 이사직은 유지

손덕호 기자 2016. 6. 20.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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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7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소프트뱅크 월드 2014 행사에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왼쪽)과 마윈 알리바바 회장(오른쪽)이 악수하려 다가가고 있다. <사진 : 블룸버그>

손정의(孫正義·58)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이 중국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阿里巴巴) 지분 일부를 처분했다. 손 회장이 1999년 10월 창업한 지 8개월 된 알리바바의 마윈(馬雲) 회장과 만나 단 6분 만에 투자를 결정하고, 2000년 2000만달러를 투자하기 시작한 뒤 16년 만에 처음 있는 지분 매각이다.

손 회장이 알리바바 지분 매각을 결정한 것은 소프트뱅크의 부채 비율을 낮추기 위한 시도로 분석된다. 새로운 사업에 투자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또 이번에 매각되는 주식은 알리바바가 자사주로 매입해 마 회장의 경영권 방어에 도움이 된다. 알리바바 2대 주주인 야후는 지분을 떼어내 분사하려다가 취소한 바 있다.


16년전 2000만달러 투자…630배 이익

소프트뱅크는 6월 1일부터 3일까지 알리바바 주식 일부를 현금화한다고 밝혔다. 처음 발표한 현금화 규모는 79억달러였으나 주식 매수 수요가 커 총 100억달러로 늘었다. 이에 따라 소프트뱅크가 보유한 알리바바 지분은 32.2%에서 27%로 감소했지만 최대주주 지위는 유지한다.

소프트뱅크의 주식 처분은 마 회장의 경영권 방어에 유리한 측면이 있다. 마 회장의 알리바바 지분율은 7.8%로 3대 주주에 불과하다. 마 회장과 동업자 차이충신(蔡崇信)의 지분(3.2%), 이사 및 임원들의 지분을 모두 합쳐도 12.5%에 불과해 2대주주 야후보다 적다. 지분율이 낮은 마 회장은 상장 후에도 안정적으로 경영권을 행사하기 위해 차등의결권제도가 있는 뉴욕증시에 상장했지만 낮은 지분율은 여전히 걸림돌이다.

소프트뱅크가 이번에 처분한 100억달러 규모의 알리바바 주식 중 20억달러어치 주식은 알리바바가 자사주로 매입했고, 4억달러는 알리바바 임원으로 구성된 그룹에 매각했다. 이번 거래로 마 회장은 1.4%의 우호 지분을 더 확보하게 됐다.

나머지 76억달러 중 10억달러어치 주식은 싱가포르 소유가 됐다. 싱가포르투자청(GIC)과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Temasek)이 각 5억달러씩 매수했다.

66억달러 규모의 알리바바 주식은 타사주강제전환증권(Mandatory Exchangeable Trust Securities)이라는 금융 기법을 이용해 처분했다. 소프트뱅크가 일단 주식을 갖고 있다가 3년 뒤 소유권을 넘기는 방식이다.

소프트뱅크가 기관투자자의 자금을 모아 펀드를 설립하고 알리바바 주식 66억달러어치를 담보로 증권을 발행한다. 기관투자자는 분기별로 이자(이율 5.75%)를 받고 2019년 6월 1일부로 알리바바 주식을 받게 된다. 소프트뱅크 측의 결정에 따라 주식이 아닌 현금, 또는 현금과 주식의 조합으로 상환될 수도 있다. 소프트뱅크는 3년 뒤 주식을 넘길 때 올해 6월 1일 알리바바 주가의 17.5% 이내에서 가격을 더 받을 수 있다. 즉각 주식을 매각했을 경우 향후 주가 상승에 따른 손실을 헤지(위험회피)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이 조건에 대해선 의견이 갈린다. 소프트뱅크는 “향후 알리바바 주가가 떨어질 위험을 헤지하고 일정 정도의 상승 이익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일본 노무라증권은 “17.5%라는 전환 프리미엄은 긍정적이지만 3년간 5.75%의 금리로 이자를 지급해야 해 실제로 손에 쥐는 돈은 (66억달러보다) 적다”고 지적했다.


주식 100억달러 처분해도 지분 27% 남아

손 회장이 알리바바 주식을 처분한 것은 소프트뱅크의 부채 비율을 축소하기 위해서다. 소프트뱅크는 일본에서 부채 비율이 가장 높은 회사에 속한다. 그동안 공격적인 투자를 해왔기 때문이다. 특히 2013년 미국 통신사 스프린트를 인수한 게 악영향을 줬다.

소프트뱅크가 알리바바 지분을 줄였지만 손 회장과 마 회장의 관계는 예전처럼 끈끈할 것으로 전망된다. 손 회장은 알리바바에, 마 회장은 소프트뱅크에 이사로 참여하고 있다. 이번 매각 이후에도 이사직은 그대로 유지된다.

손 회장은 알리바바 주식 매각을 발표하면서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처음 마 회장과 만난 순간 세계 제일의 전자상거래 기업에 대한 그의 정열을 느꼈고 비전을 볼 수 있었다. 이 투자는 대단한 성과를 거뒀고, 소프트뱅크는 여러 프로젝트에서 협력해 16년간에 걸쳐 극히 긴밀한 관계를 만들었다. 소프트뱅크는 이후에도 파트너 관계를 지속시켜 나갈 것을 기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알리바바는 소프트뱅크에 성공적인 투자처였다. 일본 경제주간지 <도요게이자이>에 따르면 소프트뱅크는 지금까지 알리바바에 105억엔을 투자했는데, 보유 주식 가치는 6조7000억엔(638배)에 달한다.

손 회장은 마 회장에게 멘토 역할을 했다. 손 회장은 2003년 마 회장에게 소비자 간 전자상거래의 가능성을 알려줬고, 알리바바의 온라인 쇼핑몰 타오바오(淘寶)가 탄생했다. 마 회장은 소프트뱅크의 주식 처분 결정에 대해 “소프트뱅크는 16년이 넘은 알리바바의 오래된 파트너이고, 우리는 강한 파트너십을 기대하고 있다”며 “소프트뱅크가 재무건전성을 강화하기로 했고, 알리바바는 자사주를 매입해 회사에 재투자하는 게 최선의 방법이라고 결정했다”고 말했다.

알리바바 주식을 처분해 마련한 자금으로 소프트뱅크가 신규 사업 투자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손 회장은 지난해 6월 주주총회에서 ‘소프트뱅크2.0’을 발표하고 사업의 중심축을 일본에서 해외로 옮기겠다고 선언했다. 손 회장이 주목하고 있는 시장은 중국과 인도다. 그는 주총에서 “앞으로 5~6년 이내에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가 될 것이기에 2000년 알리바바에 투자해 적극적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마찬가지로 인도가 미국을 제칠 시기가 올 것이라고 믿는다”라고 했다.

손 회장이 주목하는 사업 분야는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스마트로봇이다.

소프트뱅크는 6일 게임 개발업체 겅호온라인엔터테인먼트 보유 지분 90%를 처분한다고 밝히면서 매각 사유를 “소프트뱅크2.0을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소프트뱅크가 여력이 없어 새로운 투자를 하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야스다 히데키(安田秀樹) 에이스경제연구소 애널리스트는 “스프린트 재정비가 끝나기 전에는(대형 투자가) 불가능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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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슈(green shoe·초과배정옵션) 기업공개(IPO) 때 공모 물량을 초과하는 청약이 있을 경우 주관사가 증권 발행사로부터 추가로 주식을 취득할 수 있는 옵션. 미국의 그린슈매뉴팩처링이라는 기업이 처음 활용해 붙여진 명칭이다. 알리바바는 2014년 뉴욕증시에 상장할 때 역대 최대 기업공개 규모를 기록했는데, 이때도 상장 주관사들이 그린슈를 행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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