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윤 기자의 TV꺾기도] '그알' 장항 수심원 편, 누구나 알았지만 누구도 묻지 않았던 것

강경윤 기자 2016. 6. 19.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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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funE l 강경윤 기자] SBS ‘그것이 알고 싶다’가 19년 전 다뤘던 장항 수심원을 다시 수면으로 올렸다. 인천 유부도에 있던 수심원은 장애인 수용시설로 원생들에게 수년 동안 신체적 학대 등을 가했던 곳으로, 엽기적인 인권 유린과 수십 명이 폭행과 감금으로 사망해 암매장됐다는 의혹이 완벽한 사실규명이 되지 않은 채 남아있는 곳이다. 당시 ‘그것이 알고 싶다’ 팀은 수심원의 실태를 고발해 폐쇄시켰고, 그곳에 감금되어 있던 원생들을 섬 밖으로 돌려보냈다.

수심원 관련자들은 처벌을 받았고 시설은 폐쇄됐으며 수용자들은 원래 있던 자리로 보내졌다. ‘그것이 알고 싶다’는 당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고, 다행이 정의가 실현된 것 으로 보였다. 이는 사실과 달랐다. ‘그것이 알고 싶다’가 19년 만에 다시 수심원을 찾은 이유다. 제작진은 인권의 사각지대에서 탈출한 사람들의 19년 동안의 행적을 되짚었다. 그 결과는 참혹했다.

“자유를 찾고 싶다.”고 외치며 세상으로 돌아간 원생들은 사회의 냉담한 차별과 편견에 좌절했다. 여전히 폭력의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었다. 또 자신들의 의지와 관련 없이 감금시설로 보내는데 동의했던 가족들에 대한 분노와 상처를 회복할 기회를 얻지 못한 채 자살로 생을 포기했다. 그것도 아니면 여전히 가족들의 무관심에 또 다른 수용시설로 옮겨 20년 가까이 지내고 있었다.

장항 수심원에서 8년 동안 감금생활 도중 목숨을 걸고 탈출해 그곳의 실태를 알렸던 제보자도 노숙 생활을 전전하다가 이미 수년 전 사망한 뒤였다. 수심원 독방에서 극적으로 자유의 몸이 됐던 김삼식 씨도 수심원 이후 비극적인 삶을 살았다. 故김삼식 씨는 그 누구보다 자유에 대한 열망이 강했으나, '그것이 알고 싶다'가 찾았을 땐 그도 온갖 트라우마를 겪다가 스스로 생을 마감한 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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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방송된 ‘그것이 알고 싶다’ 장항 수심원 편은 지난 19년 간의 불편한 진실을 다뤘다. 묻지 않았다면 소위 레전드 방송으로, 해피 엔딩으로만 기억됐을 수심원 편에 ‘그것이 알고 싶다’는 다시 한 번 시시하지 않은 질문을 건넴으로써 ‘그것이 알고 싶다’의 기능을 다시 상기시켰다. 이는 ‘그것이 알고 싶다’가 시청자들이 보내는 찬사와 막대한 사회적 영향력에 도취되지 않았다는 뜻이며, 영웅주의에 머물지 않겠단 의지이기도 했다. 

이 질문은 현 시점에 반드시 필요하기도 했다. 최근 묻지마 강력 범죄의 원인으로 조현병(정신질환)이 꼽힌다. 일각에선 조현병 환자들을 격리 수용해야 한다는 극단적인 주장도 나온다. 정신질환자들을 분리시켜야 한다는 주장은, 약자에 가해지는 편견과 차별에 익숙한 우리 사회가 19년 동안 그다지 변하지 않았다는 걸 뜻한다. 정신질환자가 적절한 치료를 받고, 동시에 사회 구성원과 건강하게 어울려 살아야 할 방법이 제대로 논의될 기회는 아쉽지만 한번도 없었다고 '그것이 알고 싶다'는 지적했다. 

수심원에서 탈출한 한 여성 생존자의 말은 덤덤하지만 시청자들에게 큰 울림을 준다. “이렇게 주저앉고 싶지 않아요. 맨날 방구석에서 잠만 자면서.” 건강하게 치료받으며 보통을 삶을 누릴 권리, 그 보편 타당함에 있어 사각지대는 없는지 ‘그것이 알고 싶다’가 먼저 질문을 던졌다. 
 
ky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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