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추모현장 르포> 충격 속 시민들 애도 행렬..눈물 흘리기도

2016. 6. 17.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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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회광장에 추모객 몰려.."증오 때문에 일어난 비극" 안타까움 표출 브렉시트로 '갈라진 나라', 치유와 단합 과제 앞에

의회광장에 추모객 몰려…"증오 때문에 일어난 비극" 안타까움 표출

브렉시트로 '갈라진 나라', 치유와 단합 과제 앞에

(런던=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 "당신은 민주주의를 죽이지 못한다.(YOU CAN'T KILL DEMOCRACY.)"

의회 민주주의 발상이라고 자부하는 영국의 런던 국회의사당(웨스트민스터) 길 건너편 의회광장에 전날 괴한에 의해 피살된 노동당 조 콕스(41) 하원의원의 미소 띤 사진 한 장이 놓여 있다.

1m 남짓한 '조를 향한 사랑의 플래카드' 중앙에 누군가 적어놓은 글이다. 여느 정치 행사장에서 봤다면 그저 그런 정치적 구호로 치부됐을 법하지만 26년 만에 의원 피살을 겪은 영국인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17일(현지시간) 오전 흐린 날씨에도 불구하고 콕스 의원을 추모하는 시민의 행렬이 끝없이 이어졌다.

시민들은 꽃다발을 놓고, 기도를 드리고, 촛불을 켜고, 이미 빼곡이 적힌 플래카드에 추모의 글들을 남겼다.

사진을 바라보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는 시민도 보였다.

시민들은 '충격적'이라는 말을 하고 먹먹한 가슴에 말을 잇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의회 인턴십 프로그램 일을 하면서 콕스 의원을 본 적이 있다는 20대 여성 클라디우디아는 콕스 의원이 인도주의와 관련된 일에 열정적이었다면서 "정치와 인간애의 큰 손실이다"며 울먹였다.

그녀는 "사람들이 의원들에게 자신들의 얘기들을 전하는 게 민주주의인데 콕스 의원은 그런 과정에서 희생된 것이어서 가슴 아프다"고 했다. 그녀는 자리를 옮기고서도 한동안 광장을 떠나지 못했다.

관광명소인 탓에 추모 현장에는 외국인 관광객들도 적지 않았다.

남편과 함께 영국을 여행한 독일인 여성은 "충격적인 일"이라며 "뉴스를 들었다. 독일에서도 증오 때문에 비극적인 일들이 일어나는데 어디든 같은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60대 한 남성은 플래카드에 추모의 글을 남긴 뒤 기자가 어디에서 왔느냐고 물어보자 "나는 휴먼빙(인간)이어서 왔다"고 했다.

그는 "나는 영국이 EU를 떠나는 것을 지지하지만 그 이전에 우리는 인간이다. 왜 우리가 이런 갈등을 겪어야 하는가? 이런 비극이 전 세계에서 매일 일어난다.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건 평화"라고 힘줘 말했다.

오는 23일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이탈) 국민투표를 앞두고 EU 잔류를 지지해온 콕스 의원이 괴한에 의해 피살당하자 아직 정확한 범행 동기가 나오지 않았음에도 브렉시트 찬반과 연관지어 생각하는 이들이 많은 분위기다.

심지어 "브렉시트에 찬성하는 무정부주의자가 아닐까?"(런던에 사는 자말 씨) "브렉시트를 반대하는 세력이 역풍을 불러일으키려 한 음모일지도 모른다"(런던에 사는 해리 킴 씨) 같은 억측들도 나온다.

이런 생각들에 이르는 건 41년 만의 EU 관련 국민투표를 둘러싸고 그간 벌어진 갈등과 대립의 골이 깊어질 만큼 깊어졌기 때문일 것이다.

투표일로 다가가면서 찬반 캠프 측이 치열한 여론전을 펼치자 '갈라진 나라'라는 말들이 언론 보도들에 무성했다.

현지 언론들은 충격과 애도 분위기와 함께 이번 사건이 막판 표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조심스럽게 거론하고 있다.

하지만 충격에 빠진 시민들은 "잘 모르겠다"고 한다.

추모 현장에서 만난 엔지니어 에드워드(32)는 "찬성하는 사람이나 반대하는 사람이나 이미 결심한 사람들은 변할 것 같지 않다. 아직 마음을 정하지 않는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할지? 전혀 모르겠다"고 말했다.

투표 다음날인 24일 영국은 투표 결과와 상관없이 풀어야 할 거대한 과제 앞에 마주서게 된다.

"그녀가 무엇보다 원하는 게 있다면 두 가지 일 것이다. 하나는 소중한 아이들을 사랑에 충만하게 하고, 다른 하나는 우리 모두가 그녀를 살해한 증오에 맞서 협력해 싸우는 것일 것이다"고 한 콕스 의원의 남편이 부인을 떠나보내면서 한 호소 앞에 마주서는 시간이다.

jungw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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