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다'부터 '배트맨'까지.. '폰 콜라보' 10년사

김희정 기자 2016. 6. 17.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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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히어로 아우라 휘감는 휴대폰.. 프리미엄 마케팅 넘어 저가 단말까지 확대

[머니투데이 김희정 기자] [명품·히어로 아우라 휘감는 휴대폰… 프리미엄 마케팅 넘어 저가 단말까지 확대]

갤럭시S7엣지 인저스티스 에디션

기자 역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배트맨 트릴로지(배트맨 비긴즈, 다크나이트, 다크나이트 라이즈 등 3부작) 팬으로서 이른바 '배트맨폰'(갤럭시S7엣지 인저스티스 에디션)의 출시 소식에 환호했다. 3월 개봉한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에 대한 실망은 접어두고 배트맨 슈트 형상의 케이스를 손에 쥘 날만 기다렸다.

지난 13일 오전 삼성전자 온라인 스토어에는 한꺼번에 30만명이 몰렸다. 삼성전자는 예상치 못한 사이트 폭주에 재고관리 프로그램에 오류가 발생하는 웃지 못할 상황까지 연출됐다. 1000명이 아닌 1300여명이 결제됐지만 불행히도 기자는 그 300여명에 끼지 못했다.

영화가 아닌 게임(INJUSTICE : Gods among us) 속 DC 캐릭터 중 배트맨을 사용한 것뿐이라 자위해보지만 하필 1~2초가 아쉬운 그 속타는 시간에 전화해 산통을 깼던 지인이 살짝 원망스럽다. "이 나이에 고작 스마트폰 하나에 이리 매달리다니…."

사실 스마트폰의 콜라보레이션이 새로울 것은 없다. 2000년대 중·후반 피처폰 시절에도 제조사와 유명 브랜드 간 협업으로 '콜라보 3인방'은 쏠쏠한 재미를 봤다. '프라다폰', '조르지오 아르마니폰', '듀퐁폰'이 그 주인공이다.

◇프리미엄 피처폰 수놓다…'프라다'의 추억

피처폰 콜라보레이션 시대가 활짝 열린 것은 2005년. 삼성전자는 당시 미국의 유명 디자이너 안나수이와 '안나수이폰'을 제작했다. LG전자도 이탈리아 명품 패션 디자이너 로베르토 까발리와 함께 'U8360' 모델을 999대 생산, 이태리 휴대폰 시장 사상 최고가인 999유로에 선보였다.

LG전자는 이듬해인 2006년 2월에도 로베르토 까발리와 협업해 3G 휴대폰 'U880 스페셜 에디션'을 7개국에 동시 출시했다. 삼성전자도 같은 해 명품 패션 브랜드 베르사체와 공동 개발한 '베르수스폰'을 내놓는다. 하지만 콜라보레이션이 확실한 '상업적' 성공으로 이어진 것은 프라다폰 이후다.

LG전자가 '프라다폰'의 인기 이후 2009년 두번째 모델로 내놓은 '프라다폰2'와 '프라다 링크'

LG전자가 2007년 4월 출시한 프라다폰(출고가 88만원)은 LG 휴대폰을 프리미엄 폰의 대명사로 자리매김 시켰다. 프라다폰은 18개월 만에 글로벌 누적판매량 100만대를 기록하며 피처폰 역사를 굵직하게 장식했다.

프라다폰의 선풍적 인기는 2009년 6월 '프라다폰2'와 손목시계형 블루투스 액세서리 '프라다 링크' 출시로 이어졌다. 프라다폰2는 쿼티 자판을 장착한 측면슬라이드 디자인, 3인치 전면 터치스크린, 프라다 특유의 디자인과 남다른 기술 등이 결합돼 179만4000원(프라다링크 포함)의 사상 최고가를 갱신하기도 했다. LG의 프라다폰 시리즈는 2012년 12월 '프라다폰 3.0'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휴대폰과 럭셔리의 찰떡궁합, 피처폰 전성기

피처폰 시절의 휴대폰은 폼팩터(form factor, 제품의 구조화된 형태)가 다양해 폰 자체의 개성이 넘쳤다. 제조사마다 디자인의 차별점이 분명했다. 여기에 갖고 싶은 휴대폰이란 '욕망'을 입히려면 럭셔리 브랜드와 협업하는게 주효했다.

왼쪽부터 LG전자 프라다폰, 삼성전자 아르마니폰, 팬택 듀퐁폰

LG에 프라다폰이 있다면 삼성엔 아르마니폰이 있었다. 삼성전자는 2007년 '조르지오 아르마니폰'에 이어, 2008년 '엠포리오 아르마니 나이트 이펙트', 2009년에는 '조르지오 아르마니-삼성 스마트폰'을 출시했다. 출고가 135만3000원의 이 제품은 3.1인치 아몰레드 화면에 디빅스 기능을 지원하는 풀터치 제품으로 프리미엄 피처폰 전성기를 함께했다.

팬택도 명품 브랜드와 협업한 '듀퐁폰'으로 인기를 끌었다. 2009년 10월 국내 출시된 듀퐁폰은 프랑스 명품브랜드 '에스. 티. 듀퐁' 라이터 디자인을 모티브로 했다. 듀퐁 라이터 특유의 뚜껑을 열 때 나는 소리를 재현하기 위해 단말기 위쪽 홀드커버를 푸시업으로 디자인했고 금장테두리를 적용해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당시 98만4500원의 고가였지만 불과 며칠 만에 1만5000대가 온라인 예약판매됐다.

'스타택' 시리즈로 인기를 끌었던 모토로라도 2006년 돌체앤가바나와 협업해 '모토로라 레이저 V3i 돌체앤가바나'를 선보였다. 모토로라는 앞서 2000년 명품핸드백 '코치'와 가죽장식으로 고급스러움을 더한 '코치폰'을 내놓기도 했다.

'갤럭시S6엣지플러스 앤트맨 에디션'

◇패션·영화·게임·음료… 넓어지는 '폰 콜라보'

스마트폰 시대로 넘어오면서 콜라보레이션의 영역은 보다 넓고 다양해졌다. 비단 패션 명품브랜드뿐 아니라 영화, 만화 캐릭터, 음료 브랜드 등으로 확산세다.

삼성전자가 가장 공격적이다. 삼성은 지난해 5월 마블사의 영화 <어벤저스2>의 영웅 캐릭터를 도입해 '갤럭시S6엣지 아이언맨 에디션'을 내놨다. 한정 판매한 1000대가 119만9000원의 고가에도 당일 동났다.

삼성전자는 이달 13일엔 배트맨 캐릭터를 도입한 '갤럭시S7엣지 인저스티스 에디션'도 내놨다. 온라인 판매를 시작하고 불과 9분 만에 1000대가 완판됐다. 전산 오류로 300여 명이 추가 접수되자 삼성전자는 공식 사과하고 보상 프로그램을 가동하기로 했다. 한정 수량 이외에 추가로 접수된 300여 개는 일렬번호가 각인되지 않지만, 이달 말까지 추가 생산해 배송할 계획이다.

콧대 높은 애플도 지난해 9월 애플워치를 선보이면서 세계 최고가 명품브랜드 에르메스와 손을 잡았다. '애플워치 에르메스'는 가격이 145만~199만 원에 달해 아이폰에 이어 애플워치에 프리미엄 이미지를 입히기엔 충분했다.

◇중저가폰도 콜라보레이션, 한류스타 폰까지

중국 제조사 선전 스쿠비는 펩시와 손잡고 선보인 '펩시폰'

그동안 휴대폰업계의 콜라보레이션이 프리미엄 제품의 전유물이었다면 최근엔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협업이 활발하다.

지난해 10월 중국 제조사 선전 스쿠비는 펩시와 손잡고 '펩시콘'(제품명 'P1')을 선보였다. 펩시 로고 및 이름을 빌린 이 제품은 가격도 1299위안(약 23만원)으로 저렴해 콜라보레이션 제품은 비싸다는 고정관념을 깼다.

G전자 독일 페이스북에 올라온 엑스맨과 X 시리즈 이미지

LG전자도 중저가 모델인 'X' 시리즈에 영화 <엑스맨: 아포칼립스>의 캐릭터 이미지를 연계해 공동 마케팅을 펼친다. 최근 LG전자 독일 페이스북엔 엑스맨: 아포칼립스의 캐릭터 이미지와 스마트폰 'X' 시리즈의 모델명이 함께 노출돼 콜라보레이션을 암시했다. 엑스맨은 마블코믹스의 대표작으로, 'X'라는 공통점에 착안해 협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빠르면 다음 주 중 제품 모델과 마케팅 내용을 공개할 방침이다.

중국에서 레노버 자회사가 선보인 '김수현폰'

중국에서는 한류스타와 협력해 제품 이미지를 높인 '김수현폰'까지 나왔다. 레노버의 자회사는 지난 3월 '주크 김수현 스타폰'(주크1)에 이어, 4월 말 '주크2 김수현 스타폰'을 출시했다. 스마트폰 본체 후면에 한류스타 김수현의 싸인을 각인하고 김수현의 모바일 콘텐츠까지 담아 팬심을 두드렸다. 론칭 공연 당시 한정판으로 판매된 김수현폰은 약 3~4배 가격에 팬들 사이에서 거래가 이뤄졌다. 제조사인 북경성기공장과기유한공사는 지난달 '주크 김수현 스타폰 2nd 에디션'도 선보였다.

레노버 자회사가 제작한 '김수현폰'을 들고 선 한류스타 김수현

한 업계 관계자는 "명품 콜라보레이션은 소비자의 감성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효한 전략"이라며 "다만 스마트폰이 일상화된 지금은 단순한 럭셔리 감성을 떠나 내 폰이 '또 하나의 나'라는 인식이 강해져 개인적 취향과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캐릭터, 패션 이외의 이종영역과의 협업, 스타 마케팅이 종합적으로 활용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김희정 기자 dontsigh@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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