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 주민들 사랑방 된 '주민신협'.. 풀뿌리 금융 성공 신화

2016. 6. 15.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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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민 돕기 위해 1979년 설립
[동아일보]
경기 성남시 ‘주민신용협동조합’의 본점 입구에는 특별한 카페가 있다. 한 사회적 기업이 발달장애인 바리스타를 고용해 운영하는 곳이다. 건물 소유주인 주민신협은 한 달에 수백만 원에 달하는 월세를 포기하고 이 기업에 장소를 무상으로 임대해줬다. 사회적 기업이 운영하는 곳인 만큼 커피값도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의 절반이다. 점심시간에는 인근 시장에 장을 보러 왔다가 잠시 휴식을 취하려는 주민들로 북적거린다. 신협 관계자는 “이 카페에 주민신협의 ‘상생’ 철학이 묻어 나고 있다”고 말했다.
본점 입구에 장애인들 일하는 카페 경기 성남시 주민신협 본점으로 들어서기 위해서는 발달장애인들이 일하는 카페를 지나야만 한다. 상생을 철학으로 하는 주민신협의 가치가 드러난 곳이다. 성남=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주민신협은 교회에 다니던 교인들의 십시일반으로 1979년 설립됐다. 서울에서 쫓겨난 철거민들이 여전히 빈곤에 허덕이며 월세를 내지 못하자 전세금을 빌려주기 위해서였다. 주민신협은 월세를 전세로 바꾸기 운동을 펴는 등 가난한 교인들을 돕는 데 사업의 주안점을 뒀다. 월세를 한 푼이라도 아껴 자녀의 교육비와 생활비로 쓰자는 취지였다.

주민신협은 그런 과정을 거쳐 지난해 말 현재 조합원 1만3000여 명의 중견 신협으로 성장했다. 자산은 1800억 원 규모로 전국의 신협 908개 가운데 50위권이다. 성남시에 있는 신협 4개 중에서는 두 번째로 크다.

실적도 탄탄하다. 전국 신협의 평균 연체율은 2.3%이지만 주민신협의 연체율은 최근 5년간 1% 미만에 불과하다. 신용등급이 낮아 시중은행을 이용하지 못하는 이들이 주된 대출자라는 것을 감안하면 극히 낮은 연체율이다. 최인순 주민신협 상무는 “고객의 대부분이 영세 자영업자 등 신용등급이 낮은 사람들”이라며 “대출금리가 시중은행보다 0.5∼1%포인트밖에 높지 않아 고객들이 꾸준히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성과 때문에 주민신협은 수년 전부터 신협 신입사원들의 단골 연수 코스로 자리 잡았다. 주민과의 상생을 통한 ‘풀뿌리 금융’의 교과서이기 때문이다. 주민신협의 철학은 본점이 입주한 건물에서도 잘 드러난다. 주민신협 소유의 5층짜리 건물에는 카페뿐만 아니라 사회적 기업 4곳이 입주해 지역민과 호흡하고 있다. 2002, 2006년 성남 중앙시장에 잇달아 큰불이 났을 때도 상인들을 안아준 곳은 주민신협이었다. 주민신협은 이들 상인에게 당시 최저금리로 신용대출을 해줘 시장의 재건을 도왔다.

주민신협은 2020년까지 자산 5000억 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주민신협은 단순히 예·적금 등 외형적 성장을 통한 목표 달성만 추구하지 않는다. 이현배 주민신협 상임이사는 “단순히 규모의 성장만을 좇으면 조합원들이 이자 부담 등으로 힘들 수 있다”면서 “이는 주민신협이 추구하는 가치와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 대신 주민신협이 택한 길은 지역민과 함께 커나가는 ‘사회적 금융’이다. 주민신협은 마을 공동체 조성과 재래시장 활성화를 통한 수익 모델을 모색하고 있다. 사회적 기업에 대한 꾸준한 지원 역시 주민신협이 수익을 올리기 위해 고민한 방안 가운데 하나다.

이점표 주민신협 이사장은 “20, 30대의 젊은층을 장기적으로 신협의 고객으로 만들어 지속 가능한 경영을 하는 것이 최근의 바람”이라며 “협동과 연대를 통한 상생이 있는 금융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성남=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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