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e메일 1급 기밀 중 하나는 '파키스탄 드론작전'

워싱턴 | 손제민 특파원 2016. 6. 12.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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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미, 대테러전 종식 선언 후 오히려 예멘 등 전선 확대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이 개인 e메일 계정으로 주고받은 1급 기밀 중 하나는 파키스탄 드론 작전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0일(현지시간) 클린턴이 국무장관 시절이던 2011~2012년 ‘로 사이드(Low Side)’를 통해 중앙정보국(CIA)의 파키스탄 내 드론 공격 정보를 보고받고 의견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로 사이드는 미국 안보부서들이 1급 기밀이 아닌 사안을 주고받을 때 쓰는 은어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드론 공격들은 파키스탄에서는 계속 보도됐지만 미국 정부는 관련 사항을 모두 1급 기밀로 묶어뒀다. 국무부는 지난 1월 클린턴이 국무부에 낸 3만여건의 개인 e메일 중 22건이 1급 기밀이어서 공개할 수 없다고 했다. 연방수사국(FBI)은 이 e메일들을 집중 수사 중인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은 FBI의 브리핑을 받은 의회와 사법당국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보도 했다.

클린턴 수사와는 별개로, 이번 사건은 오바마 정부의 드론 전략의 이면을 보여준다. 특히 오바마 정부는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미군을 대부분 철수시키면서 무인폭격 위주로 전략을 바꿨다. 대테러전을 끝낸다고 했지만 아프간~파키스탄 접경지대, 예멘, 소말리아로 오히려 전선은 확대됐다. 무엇보다 드론 공격은 국방부가 아닌 CIA가 관리해왔다. 전쟁 지역이 아닌 곳에서 의회 승인 없이도 사실상의 군사작전을 할 수 있었고, 지상군 투입을 줄여 참전군인 관련 예산 부담도 덜었다. 하지만 민간인 오폭 피해가 컸고 감시받지 않는 비밀작전이라는 점이 문제로 지적돼왔다.

민간인 오폭이 늘자, CIA 작전을 묵인해오던 파키스탄 정부가 2011년부터 드론 공격을 비판하는 일이 잦아졌다. 미 국무부, 국방부는 CIA가 좀 더 신중하지 않으면 파키스탄 영공 사용이 제약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두 부서는 끈질긴 요구 끝에 CIA의 드론 공격에 의견을 개진할 기회를 얻었다. 그러나 CIA에 의견을 전할 시간이 촉박한 경우가 많다보니 접근하기 쉽지만 보안 수준이 낮은 로 사이드를 이용하게 됐고, 클린턴의 개인 e메일에 1급 기밀들이 담긴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클린턴이 개인 e메일로 CIA의 드론 공격 결정에 의견을 밝힌 것은 5~6차례, 그 중 반대 의견은 1~2차례라고 보도했다. 뉴욕주의 클린턴 자택 서버에 보관된 이 1급 기밀들이 해킹 등으로 유출됐다는 증거는 아직 없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파키스탄 소녀 말랄라 유사프자이가 2013년 10월 백악관을 방문해 드론을 거론하면서 미국의 드론 전략에 대한 비판 여론은 극에 달했다. 오바마는 그후 투명성을 높이겠다며 권한의 상당 부분을 국방부로 이양했다. 지난달 탈레반 지도자 물라 아크타르 만수르를 사살한 드론 공격은 국방부가 했고 그 결과도 즉시 공개됐다. 오바마 정부 말기가 되면서 공격 횟수도 줄었다.

<워싱턴 | 손제민 특파원 jeje1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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