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마을 주민 "애들한테까지 카메라..살려주세요"

CBS 김현정의 뉴스쇼 입력 2016. 6. 10. 09:39 수정 2016. 6. 10.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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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손 놓고 통탄..고향을 고향이라 못해"

-논란 된 인터뷰 주민, 깊은 후회중
-죄인된 심정…자정 노력할 것
-지역 전체가 몸살…2차 피해 겪어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안승호 (신안군 섬마을 이장단협의회장)

전남 신안군의 한 섬에서 발생한 여교사 성폭행 사건. 다름 아닌 학부모들이 여교사를 성폭행했다는 사실이 워낙 충격적이다 보니까 사회적인 파장이 일파만파입니다. 심지어 가해자들뿐만 아니라 해당 지역까지 비난을 받고 있는 상황인데요. 논란이 점점 커지자 결국 그제 신안군과 섬주민들이 국민 앞에 고개를 숙여 사과했습니다. 주민들은 어떤 마음으로 사과를 하게 된 것인지, 또 지금 지역의 분위기는 어떤지, 오늘 아침 사건이 발생한 섬으로 가보죠. 이장단협의회의 안승호 회장 연결이 돼 있습니다. 이장님 안녕하세요.

◆ 안승호> 안녕하세요.

◇ 김현정> 요즘 섬 분위기가 어떨지 대충 짐작은 갑니다만, 실제로 어떻습니까?

◆ 안승호> 먼저 우리 지역에서 엄청난 사건이 일어난 데 대해서 피해자 가족과 피해자분께 진심으로 사과를 드립니다. 우리도 뜻하지 않았던 이런 사건이 지역을 비롯하여 인근의 섬까지 다 이렇게 엄청난 파장을 가져오는 바람에 지금 우리 지역 주민들은 너무나도 참 갑작스러운 일에 당혹해서 일손을 놓고 참 한마디로 너무 힘이 빠져 있는 상태입니다.

◇ 김현정> 아니, 일손을 다 놓고 계실 정도예요?

◆ 안승호> 섬이 원래 정도 많고 인정도 있고 그랬던 섬인데...

◇ 김현정> 그런데 어떻게 이런 일이 여기서 벌어질 수가 있느냐. 그러니까 특히 어르신들이 통탄을 하고 계시는군요.

◆ 안승호> 참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부분이 일어나다 보니까 참 너무도 어처구니가 없고, 주민들은 코가 빠져 가지고 너무나도 실망이 큽니다, 지금.

◇ 김현정> 그래요, 어려운 상황, 일손이 안 잡히는 상황에서, 그제 섬의 주민자치위원회와 이장단협의회 등등 해서 시민단체들이 공동성명을 발표하셨어요. 어떤 마음으로 주민들이 사과를 해야 겠다고 결정을 하게 되신 겁니까?

◆ 안승호> 어쨌든 간에, 이번 말 할 수 없는 엄청난 사건이 우리 지역에서 일어났다는 것에 대해서 주민대표자들 입장에서 너무나도 참 이게 우리 지역뿐만 아니라 참 우리 국민들한테도 이런 어떤 큰 실망감을 준 것 같아서, 우리 주민들 입장에서는 뭔가 국민들께 사죄를 해야 하지 않냐 그런 입장으로 사과문을 내게 됐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일각에서는 '이게 왜 주민들이 사과할 일이냐. 예를 들어서 서울에서 성폭행 사건이 일어났다고 해서 서울시민들이 사과하는 것 아니고 부천에서 아동폭력사건이 일어났다고 해서 부천시민들이 사과하지 않는데, 이렇게까지 주민들이 해야 되는 건가' 의아해하는 분들도 계세요.

◆ 안승호> 물론 우리가 잘못한 것은 아니지만 우리 고향에서 일어난 부분에 대해서 너무나도 가슴 아프고, 또 우리도 피해자와 같이 사는 주민으로써 뭔가 국민들한테 우리가 나서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서 우리가 사과문을 내게 됐습니다.

◇ 김현정> 우리의 고향인데.. 고향에서 이런 일이 발생한 자체가 그냥 그 자체로도 죄스럽다는 생각이 드셨어요?

◆ 안승호> 사실은 지금 이 사건으로 고향을 떠나 살고 있는 향우민을 비롯해서 아들딸들, 참 고향을 내 고향이라 할 수 없는 그런 아픔을 갖고 지금 그런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는 말입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어디 가서 “저 고향이 신안이에요” 이런 말을 못하겠다는 정도로?

◆ 안승호> 네, 그래서 그 소리를 들었을 때 이 지역에 살고 있는 저희들은 너무나도 가슴이 아프고 참 뭐라고 말할 수 없는 괴로움이 많습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신안, 그 섬에서 자라서 지금 외지에 나가 있는 자녀들이 전화해 가지고 “어디 가서 창피해서 고향이라고 말을 못 하겠어” 이런 전화를 받으세요?

◆ 안승호> 참말로 우리가 무슨 말대꾸를 못할 정도로 가슴이 아픕니다.

학부형 등 세 명이 교사를 성폭행했던 관사 모습. 현재는 문이 굳게 닫혀 있다. (사진=김형로 기자)
◇ 김현정> 그 정도군요. 그런데 사실 국민들이 처음부터 그 지역을 이렇게 비난했던 건 아니고, 계기가 좀 있습니다. 이 사건 소식이 전해지면서 종편 뉴스 등등 해서 주민들 인터뷰가 나왔어요. 그런데 주민들이 인터뷰하면서 “뭐 서울에서는 묻지마 살인도 하면서 막 사람도 죽이고 이러는데, 우리 젊은 사람들이 그럴 수도 있는 거 아니냐” 이렇게 얘기를 하기도 하고. 또 “공직에 있는 교육자가 어떻게 처녀가 술을 그렇게 먹을 수 있느냐” 이렇게 피해자를 탓하는 인터뷰가 나오기도 하고, 이러다 보니까 섬 전체에 대해 여론이 안 좋아지는 이렇게 좀 분위기가 흘러간 감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마는?

◆ 안승호> 저희도 그 소리를 듣고 참 가슴 아픈 부분인데요. 그때 당시에 제가 알기로는 이 사건이 일어나고 인터넷이나 언론에서 상당히 그런, 뭐가 많이 이미지가 상당히 안 좋은 식으로, 의식으로 퍼져 있더라고요.

◇ 김현정> 그 지역의 이미지가?

◆ 안승호> 그래서 제가 생각했을 때는 그래요. 그 양반이 사실 어촌에 살면서 언변이 얼마나 있겠습니까? 그 양반은 그런 가해자들에게 동의해서 그런 게 아니라.

◇ 김현정> 피의자를 옹호해주려고 그런 게 아니다?

◆ 안승호> 네, 옹호한 게 아니라 그 양반도 그냥 얼떨결에 한 것 같아요. 그래서 오히려 그 양반도 주민들한테 엄청나게 뭐라고 할까요. 주민들의 눈총을 받고 지금 그 사람 제대로 활동을 못할 정도예요.

◇ 김현정> 그 인터뷰했던 그분이. 얼결에 발끈해서, 답을 그렇게 해 놓고 나서 지금 후회하고 계시는군요?

◆ 안승호> 그 양반이 그 가해자들하고 연관된 부분도 없는데요. 그냥 너무 과장되게라고 표현된 것 같습니다.

◇ 김현정> 거두절미하고 그 부분이 딱 나간 거군요.

◆ 안승호> 네.

◇ 김현정> 인터뷰가.

◆ 안승호> 고의적으로 한 부분도 아니었었는데.

◇ 김현정> 여하튼 상황이 이 지경까지 오게 된 데 대해서 주민들이 가장 화가 나는 건 역시 그 성폭행 피의자들에 대해서죠, 범인들?

◆ 안승호> 그렇죠. 이게 누가 뭐라고 해도 어떻게 하든 간에 이 부분은 우리 주민을 비롯해서 누가 용납할 수 없는 부분이죠.

◇ 김현정> 그렇죠. 이게 섬 전체를 넘어서 신안군 전체에 대한 비하로 이어지면서, 아까 고향을 떠난 분들이 이거 고개를 못 들겠다는 전화를 해 온다고 하셨는데, 저는 아이들이 걱정되더라고요. 막 자라나는 아이들이 인터넷에 떠도는 이런 지역에 대한 욕을 들으면서 상처 받지 않을까.

◆ 안승호> 지금도 그 부분 때문에 학부형들이 들고 일어나서 엄호하고 있는데, 너무 언론이나 이런 게 애들까지도 인터뷰를 해 가지고 또 카메라가 느닷없이 막 카메라가 학교로 기자분들이 막 여기저기서 찾아오다 보니까, 애들이 상당히 정서적으로 불안해하고 있는 상태라는 말입니다.

◇ 김현정> 아니, 아이들한테 마이크를 막 들이대요? 기자들이 가서 카메라를 들이대고. 아니, 초등학교 아이들한테요?

◆ 안승호> 그래서 지금 학교 학부형들이 학교를 지키고 있어요.

◇ 김현정> 아이고.

◆ 안승호> 학부형들이 아이들한테 지금 될 수 있으면 애들한테는 그런 부분을 안 알리려고 하는 입장에서.

◇ 김현정> 물론이죠. 초등학교 아이들한테 마이크를 들이대면서 이 사건 어떻게 생각하니라고 묻는 것은, 이건 언론으로써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죠.

◆ 안승호> 좀 심각한 부분입니다, 그런 부분이.

◇ 김현정> 참 있어서는 안 되는 사건이 일어났고, 그것으로 인해서 지금 섬 전체가 몸살을 앓고 있는 이곳. 군 전체가 몸살을 앓고 있는 신안의 분위기 지금 전해 듣고 있는데요. 그제 사과를 하시면서 다시 태어난다는 마음으로 우리 지역 전체가 자정노력을 기울이겠다는 말씀을 하셨어요. 주민자치위원회, 협의회 이런 데서 회의를 하셨다고요? 어떤 내용들이 다뤄졌습니까?

◆ 안승호> 일단은 우리 주민 자체적으로 “이래서는 안 되겠다. 뭔가 우리가 먼저 이것을 우리가 주민대표자들로서 어떤 대책을 세워야 하지 않냐” 해 가지고, 그날 우리 회의했던 게 “피해자분들께 사죄를 하고, 학교나 교육청을 찾아가서 잘못된 부분에 대해서 우리가 먼저 주민들이 찾아가서 사죄를 하는 게 도리이지 않겠냐. 그다음에 우리 지역의 기관끼리 협조해서 앞으로는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서로 같이 노력해서 잘해보자”라는 그런 회의였습니다.

◇ 김현정> 피해자한테 우리라도 좀 가서 사과를 하자?

◆ 안승호> 네, 우리라도 피해자를 찾아 가서 또 학교도 찾아가고 교육청도 찾아가서 지금 그렇게 추진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 김현정> 그렇군요.

◆ 안승호> 그래서 우리 스스로가 우리 지역에서 일어난 부분에 대해서 똑같은 심정으로 죄인의 입장으로 무조건 찾아다니면서 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저는 그런데 말씀 들으면서, 주민들이 나서서 자체적으로 이런 것들을 적극적으로 나설 동안, 관은 뭐하고 있나, 교육부는 뭐하고 있고, 군은 뭐하고 있나, 이런 생각이 조금 드는데요?

◆ 안승호> 그건 어디까지나 우리가 주민으로서 우리가 할 부분을 한 것이고, 관에 기대지 않고.

◇ 김현정> 관은 관대로 뭘 하더라도 우리는 또 주민으로서 할 일을 하겠다, 이런 말씀이세요? 사실은 이런 식의 문제가 생기면 제일 먼저 타격받는 건 주민들 개개인 아닙니까?

◆ 안승호> 그렇죠. 가장 피해를 보는 것이 주민이죠.

◇ 김현정> 관광업 하시는 분들도 많으시잖아요.

◆ 안승호> 여기가 지금 관광업으로 지금 전환되고 있는 시점입니다.

◇ 김현정> 아니, 특산품들이 전국으로 팔려나가야 하는데 그런 거 활로도 막기고 이런 피해는 없습니까?

◆ 안승호> 이번 사건으로 인해서 여행객들도 취소를 많이 하고 있고요. 또 여기 지역에서 나는 수산물들이 지금 인터넷으로 해서 불매운동이 벌어져가지고, 이런 저런 걸로 상당히 주민들이 의기소침해 가지고 지금 힘듭니다, 이런 부분에.

◇ 김현정> 그렇군요. 신안군에서 벌어진 끔찍한 충격적인 사건 때문에 피해자는 물론이고 지역 전체가 몸살을 앓고 있고 힘들어하고 있다는 이런 말씀이세요. 끝으로 국민들께 꼭 전하고 싶은 말씀을 있으시면 짧게 해 주시겠어요.

◆ 안승호> 몇몇의 잘못된 행동으로, 이 엄청난 사건이 고향을 지키고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너무나도 참 침통한 아픔을 주고 있습니다. 이번을 계기로 우리 주민들이 더욱더 이런 사건이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하고 살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께서도 우리 주민들의 이런 어려운 현실을 좀 이해해 주시고 우리 고향에 좀 많이 관심을 가져줬으면 고맙겠습니다.

◇ 김현정> 오늘 아침 여기까지 말씀을 듣죠, 회장님 고맙습니다.

◆ 안승호> 네.

◇ 김현정> 교사성폭행 사건이 벌어진 그 섬의 이장단협의회 안승호 회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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