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중소 조선소..눈물나는 생존 경쟁




STX조선해양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시작한 데 이어 SPP조선 매각 협상이 결렬되면서 구조조정 후폭풍이 국내 중소 조선소를 강타하고 있다.
한국 조선업계는 세계 1~3위인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빅3’가 이끌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 계열사인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과 STX조선해양, 한진중공업, 성동조선해양, SPP조선, 대선조선, 대한조선 등 중소 조선소가 뒤를 받쳐주는 구조다.
대형 조선소 먹거리가 초대형 컨테이너선‧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해양 플랜트라면, 중소 조선소 주력 선종은 중소형 컨테이너선‧벌크선‧유조선(탱커)이다.
중소 조선소 대부분은 국내용 선박이나 선박 블록 제작 업체가 모태다. 이들은 2000년대 초 조선업계 호황기를 맞아 수출용 선박을 건조하는 조선소로 변신, 규모를 키웠다.
수주잔량 기준으로 국내 조선업계 4분의 1을 차지하던 중소 조선소들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급격히 무너졌다. 국내 중형 조선소의 수주금액은 2007년 262억달러에서 2015년 13억달러로 대폭 축소됐다. 세계 10위권 조선소였던 신아SB는 워크아웃을 진행했지만, 경영난을 극복하지 못하고 결국 파산했다.
중소 조선소들은 지금까지 겨우 버텨왔지만, 올해 사상 최악의 수주가뭄이 계속되면서 더 큰 위기에 맞닥뜨리게 됐다. 덴마크 선박금융기관 DSF(Danishi Ship Finance)는 올해 세계 조선소 가운데 200곳이 문을 닫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성동조선해양, SPP조선, 대선조선 등 벼랑 끝으로 내몰린 조선소들은 법정관리에 들어간 STX조선해양과 상황이 다르다며 선을 긋고 있다. STX조선해양은 4조원을 채권단으로부터 받았다. 성동조선은 2조원, SPP조선‧대선조선‧대한조선은 각각 4000억~6000억원을 지원 받은 상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적자를 내고 있던 국내 중소 조선소 대부분 실적이 개선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수주 가뭄을 견디지 못하면 결국 자연스럽게 시장에서 퇴출될 것”이라고 했다.
◆ 성동조선해양 “추가 비용 필요 없다”…수주 없어 골치
중소 조선소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큰 성동조선해양은 2010년 3월 자율협약을 맺은 뒤 2조7000억원의 지원을 받았다. 현재 삼성중공업과 경영협력협약을 맺고, 영업‧구매‧생산‧기술 부문에 대한 지원을 받고 있다. 주력 선종은 벌크선, 석유제품운반선(탱커), 중형 컨테이너선이다.
성동조선해양은 탱커의 경우 20만DWT(재화중량톤수)급까지 건조할 수 있다. 컨테이너선은 88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까지 건조한 경력이 있다.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나 STX조선해양 진해조선소와 비슷한 수준이다.
성동조선해양은 작년 매출 1조6929억원으로 전년 대비 142% 증가했다. 영업손실은 3395억원(2014년)에서 875억원(2015년)으로 축소됐다. 단기차입금도 2014년 5225억원에서 2015년 600억원으로 감소하는 등 자금 사정이 나아지고 있다.
성동조선해양 관계자는 “선박 건조와 인도를 정상적으로 하고 있는 상태다. 추가 자금 지원이 필요 없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고 했다.
성동조선해양의 가장 큰 걱정거리는 수주다. 수주잔량은 2015년말 60척에서 올해 1분기 51척으로 줄더니 현재 40척이 남았다. 지금 물량은 2017년 10월이면 동이 난다. 추가 수주가 없을 경우 내년 연말부터 도크가 빌 수도 있다.
일부 도크를 잠정폐쇄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성동조선해양 노사 대표는 이달 그리스에서 열리는 조선‧해양 박람회 ‘포시도니아’에 참석해 수주 활동을 벌일 계획이다.
◆ ‘흑자 전환’ SPP조선, 매각 결렬에 일감 부족 심각
삼라마이더스(SM)그룹은 SPP조선 사천조선소를 4000억원에 인수하기 위해 채권단과 협상을 진행했다. SPP조선 정밀실사를 마친 SM그룹은 부실 등을 이유로 추가 할인을 요구했지만, 채권단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SPP조선 매각 협상은 결국 결렬됐다. 현재 재매각이 추진되고 있다.
경남 사천에 위치한 SPP조선은 성동조선해양보다 한 단계 작은 선종을 주로 건조한다. 최대 11만3000DWT급 탱커를 만들 수 있고, 컨테이너선은 1700~3800TEU급을 주로 건조한다. 주력인 중형 탱커와 벌크선 분야에서 경쟁력 있는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한 때 세계 10위권을 넘보던 SPP조선은 2010년 자율협약을 시작했다. 이후에도 적자는 계속됐다. 직원 수는 1300명에서 580명으로 줄었다. SPP조선은 작년 575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는데 성공했다. 중소 조선소 가운데 유일한 흑자 실적이었다.
하지만 극심한 수주 부진은 SPP도 마찬가지다. 수주잔량은 13척이 전부다. 내년 초가 되면 모든 일감이 사라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란 국영선사 이리슬(IRSL)로부터 선박 수주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이마저도 계약이 지연되거나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SPP조선은 조선소 입지도 불리하다. 사천조선소가 있는 사천만은 개펄이 넓고 수심이 낮아 배를 건조하기 어려운데다 배가 나가는 길목에 사천대교가 있어 높이가 있는 선박은 드나들 수 없다. 입지 좋은 곳은 이미 대형 조선소가 자리를 잡고 있는 상황에서 후발주자 SPP는 2004년 세금혜택을 노리고 사천만으로 들어갔다.
SPP조선은 사천대교를 지나가기 위해 선박 상부를 통영 덕포 공장에서 따로 조립한다. 조선업 호황일 땐 무리가 없었지만, 불황이 시작되자 예인선으로 건조 중인 선박을 끌어 옮기는데 들어가는 비용과 시간도 부담이 됐다. SM그룹이 SPP조선을 인수하는 과정에서도 통영 덕포 공장에 대한 사용 여부가 중요한 이슈였다.
◆ 4년 연속 적자 낸 대선조선, 내수 시장 공략으로 일감 확보 선두
부산 영도에 자리 잡은 대선조선은 소형 컨테이너선과 탱커를 주력으로 하고 있다. 성동조선해양이나 SPP조선보다 규모가 작은 편이다. 최대 7만5000DWT급 탱커를 생산한다. 컨테이너선은 1000~3000TEU급을 주로 건조한다.
2010년 자율협약을 시작한 대선조선은 수출입은행이 주채권은행이다. 4년 연속 적자를 내고 있다. 2015년 영업손실 158억원을 기록, 2014년(354억원)보다 적자 폭을 줄였다.
대선조선은 흑자로 전환하지 못했지만, 수주가뭄 걱정은 적다.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대형 조선소들이 수주를 하지 못해 애먹고 있는 사이에도 대선조선은 잇따른 수주로 일감을 차곡차곡 쌓고 있다.
대선조선은 국내 선사들로부터 5월 한 달에만 6척의 선박을 수주했다. 대부분 화학제품선이다. 특히 스테인리스 스틸 화학제품선 시장 진출 이후 실적이 좋다. 현재 수주잔량은 21척으로 2년치 일감에 해당한다.
대선조선은 상선 부문 설비를 축소하고 여객선 부문을 특화한다는 계획이다. 정부가 세월호 사고 이후 추진 중인 ‘연안여객선 현대화 사업’의 표준선형 개발 사업자로 선정됐다.
◆ 언제 끝날지 모르는 조선 불황…“살아남으면 구조조정 수혜 누린다”
세계 조선업계는 저유가와 경기 침체로 2년 연속 발주량이 감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영국 해운‧조선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 조사 결과 올해 1~5월 세계 선박 발주량은 498만CGT(155척)로 작년 같은 기간 1397만CGT(584척)의 3분의 1 수준으로 나타났다.
특히 국내 중형 조선소 수주량은 2015년 64만6000CGT로 2014년 대비 59.8% 감소했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는 “중형 선박시장 발주 감소율보다 국내 중형 조선소 수주 감소율이 더 높다. 중형 조선 수주 실적은 시장 상황을 고려하더라도 나쁜 수준”이라고 했다.
국내 중소 조선소가 주로 건조하는 탱커, 벌크선 등은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과 기술력을 갖춘 일본이 자신 있어 하는 분야다. 수주가뭄을 극복하더라도 중국, 일본과 경쟁해야 한다.
국내 중소 조선소가 중국, 일본과 경쟁하는 구조가 유지돼야 대형 조선소가 대형 상선이나 해양 플랜트에 더 집중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중형 선박 시장을 뺏길 경우 한국 선사는 중국, 일본에 발주해야 하는 상황이다. 21세기조선, 신아SB 등 국내 조선소가 사라진 뒤 소형 선박시장은 완전히 중국으로 넘어갔다.
실적 개선이 어렵거나, 수주 물량이 거의 없는 조선소는 과감하게 정리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몇몇 국내 조선소가 선제적으로 가격을 낮추면서 다른 조선소까지 피해를 입게 된 측면이 있다. 국내 공급 과잉 해결을 위해서라도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경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중소 조선소 생산능력 감축은 불가피하다. 올해는 버티는 힘이 가장 중요하다. 유동성과 매각 가능한 자산이 있어 오래 살아남을 경우 구조조정 수혜를 누릴 수 있다”고 했다.
☞관련기사 대마불사 옛말... 빅3부터 중소조선사 다음 달 구조조정 윤곽 <2016. 5. 29> STX조선 이어 성동조선도 이르면 내달 법정관리 <2016. 5. 26> STX조선·SPP·대선·성동 중 두 곳 퇴출 가능성 <2016. 5. 25> 채권단 "STX조선 법정관리 불가피"...국내 은행 2조원 추가 손실 <2016. 5. 25> 산업·농협·수출입銀 2분기도 조선업發 충당금 쇼크...속도내는 중견 조선사 구조조정 <2016. 5. 25>
- Copyrights ⓒ 조선비즈 & ChosunBiz.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체코 원전서 드러난 ‘선(先) 선정·후(後) 단가 협상’의 촌극… 한수원 원전 수주 관행 도마 위
- 평화헌법 빗장 푼 日, 美 공대공 미사일 공동 생산 합의… 美·日 군사 일체화 급물살
- 4분기엔 전 세계 영업익 1위 찍는다는데… 삼성전자 시총은 엔비디아 ‘5분의 1’ 기현상
- 佛 슈퍼마켓 냉동시설에 이어 美 군기지 냉동고도 표적?… 국방부 해킹 의혹 조사
- 입주 코앞 계양 투자 계약 0건… 3기 신도시 베드타운 우려
- 하이닉스 20조 자사주 매입… 증권가 “코스피 하방 지지 역할, 상승 견인 한계”
- [당신의 생각은] 21년째 3000원 경복궁 관람료… “인상 필요” vs “접근성 보장”
- 임상도 안했는데 3년 뒤 수익 660억?… 대웅제약의 신약 베팅
- 외면받던 저축·종신보험, 암 보장·목돈 기능 더해 돌파구 모색
- 노조 7개 난립한 쿠팡, 사측과 무리한 진실 공방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