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삥물량 사라진 영등포 도매시장 가보니..
[머니투데이 김소연 기자] [[남양유업 사태 3년, 대리점 안녕하신가요]'밀어내기' 줄어 사라진 시장…거래명세서·영수증도 꼬박꼬박]

"삥 시장? 그런 거 없어진지 오래됐어요. 언제적 얘기인지…."
지난달 27일 찾은 영등포 도매시장. 국내 3대 도매시장으로 알려진 이 곳은 3년 전 남양유업 '밀어내기' 사태 이후 '삥 시장'으로 유명세를 탔던 곳이다.
삥 시장은 유통 대리점이 시장 가격보다 헐값에 물건을 처분하는 곳을 일컫는 은어다. 본사 '밀어내기'로 과도한 물량을 할당받은 대리점들이 남은 재고를 이 곳에 싸게 넘겨 비용을 조금이나마 보전했다. 이 때문에 삥 시장에서 거래되는 '삥 물량'은 유통기한이 짧지만 가격은 대형마트보다 20~40% 낮다.
그러나 이날 찾은 영등포 도매시장에서 과거 삥 시장으로 명성을 날렸던 모습은 찾기 어려웠다. '상사', '상회' 간판을 단 도매업체들이 천장까지 한 가득 쌓아놓은 라면과 과자, 캔음료 상자의 유통기한을 꼼꼼히 살폈지만 기한이 임박한 제품은 없었다. 대개 2017~2018년이고 라면 등 유통기한이 짧은 제품들도 4~5개월 가량 남아있었다.
결제를 현금으로 하면서도 거래명세서와 영수증은 주고 받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불법으로 거래하는 삥 시장은 영수증을 남기지 않는 것이 관행이기 때문이다.
제품 가격도 칸타타 30개들이 한 박스에 1만7000원, 수미칩 12개입에 1만8500원 등 대형마트보다 저렴했지만 삥 시장이 존재했을 때처럼 파격 세일하는 제품은 찾기 어려웠다.
손님을 가장해 삥 물량을 찾자 "요새 그런 거 없어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50대 음료 전문 상인은 "남양유업 사태도 있고 소비자들이 워낙 깐깐해서 유통기한이 짧게 남은 제품은 안 팔린다"고 말했다.

상인들은 삥 시장이 사라져 유통업계가 투명해졌다고 인식했다. 제조업체의 밀어내기 관행이 줄어든 것과 더불어 편의점, 온라인 쇼핑몰 활성화 등 유통구조가 변화한 것이 삥 시장이 사라지는데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중소상인들의 설 자리가 없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라면과 과자, 캔음료 박스가 가득 쌓인 한 도매상점은 '상회'라는 간판과 각종 제조업체 대리점 간판을 함께 달고 있었다. 이 상점 주인은 "하루 종일 문을 열어도 손님이 별로 없다"며 "중소 슈퍼 등 거래처가 줄어 (삥 물량을) 가져가는 사람도 없고 저가에 내놓는 사람도 없다"고 털어놨다.
영등포 도매시장에서 26년간 몸 담았다는 또다른 상인은 "제품 발주 등 모든 절차가 전산화되면서 무자료 거래가 없어졌고 삥 물량도 끊긴지 오래"라며 "도매상 입장에서는 마진 높은 삥 물량이 없어져 이익이 줄었지만 시장이 투명화된 것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는 "삥 시장이 사라지는 것보다 더 큰 문제는 동네 구멍가게까지 편의점, SSM 등 대기업들이 잠식한 것"이라며 "과거 '제조-도매-총판-소매상'으로 이어지던 유통구조가 깨져 도·소매상들이 갈 곳이 없어졌다"고 하소연했다.
김소연 기자 nick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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