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지하철 1~4호선만 죽어나가는 이유 / 황철우
[한겨레]
열아홉 살 꽃다운 젊은 하청노동자가 또다시 억울하게 죽었다. 지난 28일 오후 5시57분께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 안전문(스크린도어) 안쪽을 정비하던 직원이 열차와 안전문 사이에 끼여 숨졌다. 같은 유형의 사망사고가 벌써 세번째다. 지난해 8월 서울시와 서울메트로는 자회사 설립 2인1조 점검 지하철 운행 시간 내 스크린도어 내 진입 금지 스크린도어 내 진입 시 사전 보고 등의 대책을 내놓았다. 2013년에 만들어진 실효성 없는 ‘안전문 정비 매뉴얼’의 재탕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또다시 사망사고가 발생하자, 서울시와 서울메트로는 ‘자회사 전환’이라는 똑같은 대책을 버젓이 제시하고 있다. 하청용역업체 노동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도 변함이 없다. 왜 사망사고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걸까. 서울도시철도(5~8호선 운영)에서는 한 건의 사고도 발생하지 않는데 왜 서울메트로(1~4호선 운영)에서만 발생하는 걸까.
2005년부터 추락 방지, 공기질 개선, 자살 예방을 위해 서울메트로 승강장에 안전문이 설치됐다. 그러나 ‘최저낙찰제’와 무리한 공사기간 단축 탓에 ‘졸속·부실 시공’이라는 문제제기가 있었다. 유지보수가 그만큼 중요해졌다. 서울지하철노조는 직영 운영할 것을 요구했지만 서울메트로는 인건비 절감과 관리 운영의 편리함을 내세워 하청업체인 ‘은성피에스디’와 ‘유진메트로’에 유지보수 업무를 맡겼다. 시민의 안전을 용역업체에 맡기고 중간착취를 합법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2015년 1만 2134건의 안전문 사고가 발생했다. 하루 평균 33건꼴이다. 유지보수를 맡은 두 업체 직원은 관리자를 포함해도 200명이 안 된다. 용역업체는 중간착취를 더 늘리기 위해 고등학교 재학 중인 학생을 실습생으로 채용하고 있다. 사고 당사자인 김아무개군도 지난해 고교실습생으로 일했고 올해 정식으로 채용됐다. 잦은 안전문 사고와 인력 부족으로 ‘안전문 정비 매뉴얼’을 지키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김군은 오는 8월1일부터 자회사로 전환될 것이라는 기대로 고된 노동을 이겨냈을 것이다. 그러나 자회사 전환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책임과 권한, 적정 인력 충원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사망사고는 정규직 노동자라면 일어나지도 않고, 일어날 수도 없는 일이다. 안전문 사고 발생시 보고 및 처리 계통은 다음과 같다. 안전문 이상 발견 → 종합관제실 보고 → 전자운영실 전달 → 용역업체 보수 요청 → 용역직원(2인) 해당 역사 역무실 방문 → 안전문 열쇠 수령 → 안전문 보수 → 역무원, 관제보고 → 관제실, 해당 열차 주의운전 통보 → 해당 열차 주의운전. 다단계 보고를 거치지만 하청노동자는 열차운행을 총괄하는 종합관제실과 직접 소통하지 못한다. 안전문 유지보수 담당자가 정규직 노동자였다면 종합관제실에 열차의 주의운전 요청을 직접 할 수 있었을 것이며, 2인1조 점검을 지킬 수 있었을 것이다. 서울도시철도는 안전문 유지보수 업무를 정규직 노동자가 맡기에 업무 중 억울한 사망사고가 발생하지 않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노동존중특별시 서울 2016 추진계획’을 최근 발표했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의 교훈은 담아내지 못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 사회는 시민의 안전과 생명을 담당하는 업무만큼은 최우선으로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됐다. 안전문 사망사고가 재발되지 않고 일하는 노동자들의 노동권이 보장되기 위해서는 자회사 전환이 아닌 직접고용 정규직 전환이 답이다.
젊은 하청노동자들의 죽음을 이제라도 막아야 한다.
황철우 서울 지하철 2호선 승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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