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총통 취임 3일만에 흔들리는 '중국-대만' 관계
[머니투데이 베이징(중국)=원종태 특파원] [대만 차이 총통 취임사에 '92공식' 지지 없자 중국 압박 더 세져…'지지층이냐 양안관계냐' 입장 난감]

지난 20일 출범한 대만 최초의 여성 총통 차이잉원 정권이 취임 직후부터 중국으로부터 상당한 압박을 받으며 양안(중국과 대만) 관계에 갈등과 긴장이 확산되고 있다. 중국은 차이 총통 취임사에 ‘92공식’에 대한 명확한 입장이 빠진 것을 놓고 차이 총통이 더 진일보한 방식으로 92공식을 지지하지 않는다면 양안 관계 발전은 없다는 입장이다.
22일 중국 신경보와 북경청년보 등은 “차이잉원 총통의 취임 연설에는 여전히 92공식에 대한 명확한 입장이 빠져있다”며 “차이 총통이 92공식을 향한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만 양안 관계가 안정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전했다. 칭화대 대만연구소 우융핑 부소장은 “모든 양안 관계는 92공식의 기초 아래 이뤄지고 있다”며 “차이 총통이 92공식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더 이상 양안 관계 발전은 없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지난 21일에는 대만 사무를 총괄하는 중국 국무원 대만판공실 먀사오광 주임이 “대만이 92공식을 인정해 ‘하나의 중국’이라는 공통된 정치 기초로 돌아와야 양안 간 협의와 대화가 계속 가동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중국 민간기구인 해협양안관계협회도 대만측 파트너인 대만 해협교류기금회가 92공식을 분명히 인정해야 연락 체계를 유지할 수 있다고 표명했다.
일부에서는 차이 총통이 특히 민진당의 ‘국민투표법’ 개정을 막지 못하면 양안 관계가 돌이킬 수 없는 악화 사태를 맞을 것이라고 본다. 차이 총통이 소속된 대만 민진당은 국민투표법을 개정해 ‘대만 독립’ 같은 민감 사안을 국민 투표에 부쳐 결정하도록 바꿀 방침이다. 이 과정에서 국민투표의 발의·의결 정족수도 크게 낮춰, 대만 독립이 현실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중국은 ‘하나의 중국’이라는 원칙 하에 중국 외 다른 중화권 국가의 독립은 일절 허용하지 않고 있다.
이미 양안 관계가 삐걱거리고 있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난카이대 대만경제연구소 차오샤오헝 소장은 “중국 국무원 대만판공실과 대만 행정원 대륙위원회 간 소통과 협상은 현재 모든 끊긴 상태”라며 “이 상태가 지속되면 앞으로 양안의 민간 교류와 기업 합작, 인적 왕래 등도 상당한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일례로 현재 중국과 대만의 양안화물무역협상은 물론 양안 정부 간 핫라인도 가동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8년 5월 이전 마잉주 정권이 출범하며 중국 국무원 대만판공실과 대만 행정원 대륙위원회는 11차례 회담과 23차례 협의 서명에 나서는 등 양안 관계는 크게 개선됐다.
하지만 차이 총통은 지난 1월 대선 선거 당시부터 92공식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밝히지 않고, 양안 관계에 대해 ‘현상 유지’ 라는 소극적 자세로 일관해 왔다. 여기에는 젊은 층과 농민 같은 지지층의 표심이 양안 관계 개선을 원치 않는데다, 친중국 성향의 이전 마잉주 정권(국민당)과 차별화를 노리려는 포석이 엿보인다.
마잉주 정권은 2010년 양안 자유무역을 위한 경제협력기본협정(ECFA)을 체결한데 이어 2014년 3월에는 양안 서비스무역협정도 비준했다. 이를 계기로 대만 대학생들은 정부 수립 이래 최초로 입법원을 점거하는 등 대대적인 반정부 운동에 나선다. 양안 서비스무역협정이 대만 경제를 중국에 종속시키고, 특정 계층 배만 불릴 뿐 청년들에게는 아무 도움도 되지 않았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이후 마잉주 정권 지지도는 10%대로 급락했다.
그러나 이제 차이잉원 정권이 본격 출범한 상황에서 차이 총통이 자국 지지층과 중국 정부 사이에서 어떤 식으로 줄타기를 할 지 주목된다. 만약 차이 총통이 앞으로도 92공식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는다면 양안 관계는 급격히 얼어붙을 가능성이 높다.
한편 대만 성인 8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차이 총통의 취임 연설에 만족한다는 응답률은 53%로 나타났다. 연설에 불만을 표시한 응답자는 6%에 그쳤다. 조사 대상 중 40%는 어떤 입장도 밝히지 않았다.
☞92 공식이란? 1992년 홍콩에서 중국 해협양안관계협회와 대만 해협교류기금회가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해석과 명칭은 각각 의사에 맡기자고 합의한 것. 양안(중국과 대만) 관계의 핵심 중 핵심으로 통한다.
베이징(중국)=원종태 특파원 gogh@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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