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사태 1주년..환자들 "정부 대응에 화났었다"(종합)

2016. 5. 20.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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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감염병 예방 인력·시스템 여전히 미흡"
메르스 1년, 환자-간호사의 재회 (서울=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 지난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때 평택성모병원에서 메르스 감염 뒤 명지병원으로 이송돼 완치 판정을 받은 변금순(50·왼쪽) 씨가 20일 서울 명동 YWCA 대강당에서 열린 '메르스 사태 1년, 국민 200인에게 듣는다' 토론회에 참석해 당시 격리음압병실 담당 팀장이던 박미현 간호사와 퇴원 후 처음 재회해 인사를 나누고 있다. 당시 12번 환자로 불렸던 변씨는 평택성모병원에 다른 진료를 위해 입원 중 메르스에 감염됐고, 국가지정 격리음압병실이 있는 명지병원으로 이송돼 3주간 치료를 받은 뒤 지난해 6월 16일 완치 판정을 받고 퇴원했다.
음압격리병실에서 치료받는 메르스 확진환자 (서울=연합뉴스) 보건의료개혁국민연대가 지난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당시 메르스 확진을 받고 음압격리병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의 사진을 18일 공개했다. 사진은 CCTV를 촬영한 것. [보건의료개혁국민연대 제공]
메르스 1년, 그때의 기억 (서울=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감염 뒤 완치된 김은미 간호사가 20일 서울 명동 YWCA 대강당에서 '메르스 사태 1년, 국민 200인에게 듣는다' 토론회에서 메르스 감염과 진료받을 당시를 회고하며 발언하고 있다.
메르스 1년, 바람과 다짐 (서울=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 20일 서울 명동 YWCA 대강당에서 '메르스 사태 1년, 국민 200인에게 듣는다' 토론회에 앞서 열린 보건의료개혁국민연대 발대식에서 발족 선언문 낭독 때 참석자들이 오른손을 들고 보건의료체계 개혁에 대한 다짐을 하고 있다.

전문가들 "감염병 예방 인력·시스템 여전히 미흡"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20일 정부가 국내 첫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확진자를 발표한 지 꼭 1년이 됐다.

186명의 확진 환자가 발생하고 이중 38명이 사망하면서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안긴 메르스 사태를 다시 한번 점검해보고 지난 1년간 진행된 신종감염병 대응체계 개선을 평가하는 자리다.

보건의료개혁국민연대는 20일 서울YWCA 대강당에서 '메르스 사태 1년, 국민 200인에게 듣는다'라는 주제로 국민토론회를 개최하고 메르스 환자 2명의 증언을 전했다.

메르스로 병상에서 사투를 벌였던 환자들은 "병원과 정부의 초기대응에 화가 났었다"며 속마음을 털어놨다.

수술을 받고 평택성모병원에 입원했다가 메르스에 걸린 변금순씨(50)는 병원과 정부의 초기대응에 분통이 터졌다고 지적했다.

변 씨는 "처음에는 너무 아파서 죽고 싶을 정도였다"며 "24시간 내내 토하느라 화장실에서 나오지도 못했고 며칠 동안 아무 음식도 넘기지 못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는 "혹시나 병원에 열이 나는 같은 증상의 환자가 있는지 물었지만 모른다는 답변만 들었고 답답한 마음에 가족이 보건복지부에도 전화했지만 명확한 답변을 못 들었다"고 토로했다.

초기대응 과정에서 정부와 병원이 빚은 혼란이 환자들에게는 고스란히 고통으로 이어진 셈이다.

아산충무병원에서 메르스 환자를 돌보다 감염된 김은미 간호사 역시 초기대응에 대한 아쉬움과 후회를 고백했다.

김 간호사는 "메르스 의심환자가 처음 병원에 왔는데 아무런 정보를 전달받은 게 없었다"며 "심지어 1차 검사에서 양성이 나온 이후에도 초기에는 열이 높지도 않았기 때문에 감기와 폐렴 증상으로만 의심하고 마스크도 없이 간호했다"고 말했다.

그는 "재난에 대비해 소방훈련, 민방위훈련은 하는데 신종감염병 환자 발생에 대한 준비는 전혀 없었기 때문에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메르스 전사이자 희생자인 의료진으로서도 부실한 메르스 초기대응으로 감염이 확산했다는 데 아쉬움을 드러낸 것이다.

이런 초기대응의 혼란에도 불구하고 메르스를 극복할 수 있었던 동력으로 환자들은 자신을 돌봐준 의료진을 꼽았다.

변 씨는 "간호사들이 병실에 들어올 때마다 살 수 있다고 조금만 더 참으라고 희망을 주고 밤새 근무를 한 의사도 주기적으로 병실에 들려 상태를 확인했다"며 "의료진 때문이라도 살아야겠다는 마음이 들어 병실에서도 조금씩 운동을 하자 상태가 호전됐다"고 말했다.

의료진의 노고 덕분에 메르스 사태는 종식됐지만 제2, 제3의 메르스 위협은 계속되고 있다.

의료현장에서는 여전히 감염환자를 돌보고 관리해야 하는 인력부족과 체계가 부실하다는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크다.

이희영 서울 광진구 보건소장은 "메르스 사태 이후 확실히 교육도 강화되고 장비나 시설 지원도 많아졌다"며 "그러나 지방자치단체의 감염관리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전문인력 확충이 절실한데 쉽게 해결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메르스 환자 치료를 경험한 명지병원 박미현 간호사 역시 "감염환자를 돌보려면 보호장구를 입어야 하는 등 체력 소진이 심해 일반병실보다 인력이 더 필요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 지난 1년간 음압격리병실 설치, 질병관리본부 내 긴급상황실(EOC) 설치 등의 변화는 긍정적이지만, 방역, 진료체계, 지역사회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대응체계 구축은 미흡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최재욱 고대의대 교수는 "5~10년을 바라보고 수행해야 하는 장기계획은 아직 30~40%밖에 완성되지 않았다"며 "감염은 병원진료체계가 완벽하더라도 방역망이 뚫리면 확산을 막을 수 없는 만큼 여러 분야가 맞물려 돌아갈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 역시 "신종감염병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방역체계, 감염병 환자의 진료체계, 지방자치단체의 감염관리 역량 등 전방위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는 그동안 '메르스극복국민연대'로 활동해왔던 보건의료개혁국민연대의 발족식도 진행됐다.

국민연대에는 소비자시민모임, 한국소비자연맹, 환자단체연합회 등 시민단체와 보건의료노조, 대한보건협회, 한국환경건강연구소 등의 의료단체가 참여한다.

국민연대는 "지금까지 정부가 후속조치로 취해 온 신종감염병 대응방안 마련이라는 제한적 프레임으로는 근본적인 보건의료체계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모든 국민의 건강할 권리 보장을 위해 시민, 소비자, 환자, 그리고 보건의료전문가 집단이 연대해 활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ae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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