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성' 쿠니무라 준 "韓촬영장은 원래 이렇게 혹독한 줄"(인터뷰)

[TV리포트=김수정 기자] 일본 국민배우에게도 나홍진 감독의 영화 '곡성'은 특별한 존재였다. '곡성'의 쿠니무라 준은 80여 편의 작품을 찍으면서 이렇게까지 혹독하고 완벽주의를 기하는 작품은 없었다며 혀를 내둘렀다. '곡성'을 촬영하며 수차례 한계에 부딪혔고 체력은 바닥을 찍었다. 분명 곡성의 외지인으로 살았던 8개월의 시간이 분명 힘에 부쳤지만, 완성본을 보니 고단했던 지난날이 완벽히 보상받는 기분이란다.
'곡성'에서 외지인을 연기한 쿠니무라 준은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갈증', '지옥이 뭐가 나빠', '킬빌-1부' 등 수많은 장르에서 강렬한 캐릭터와 묵직한 이미지를 오가며 일본 국민배우로 자리잡았다. 그는 자신의 첫 한국영화인 '곡성'에서 등장만으로도 스크린에 기묘한 분위기를 형성한다.
"한국 촬영장은 모두 이렇게 혹독한 줄 알았다"며 농담 반 진담 반 촬영장의 치열함을 전한 그이지만 '곡성'으로 생애 첫 레드카펫을 밟는 영광에 기쁨을 드러내기도 했다.
■ 다음은 쿠니무리 준과 일문일답
-영화엔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나홍진 감독이 일본으로 찾아와서 시나리오를 건네줬다. 나홍진 감독과 출연 전부터 인연이 있었던 건 아니다. 사실, 처음부터 시나리오를 100% 이해한 건 아니었다.
-시나리오의 어떤 점이 출연을 결심하게 했나
결정할 때까지 시간이 꽤 걸렸다. 처음 도전해보는 역할이라 망설였던 부분도 있다.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거의 옷을 안 입고 나오잖아. 시나리오에서는 훈도시(성인 남성이 입는 전통 일본 속옷)도 안 입고 전라 상태로 등장한다. 당연히 망설이지 않겠나?(웃음) 딱 시나리오만 놓고 결정한 건 아니다. 여러 종합적인 판단을 내린 끝에 출연을 하게 됐지.
-나홍진 감독의 촬영장은 치열하고 혹독하기로 유명하다.
으하하하. 잘 알고 있지. 나홍진 감독의 촬영장이 유독 힘들다는 사실을 촬영 다 끝나고 나서 알았다. 한창 찍을 때는 한국영화 촬영장은 다 이렇게 힘든 줄만 알았지.
-일본 촬영장과 가장 크게 다른 점은 뭔가
아직까지 일본 영화는 감독 중심이 아니다. 반면, 나홍진 감독은 스스로 모든 것을 콘트롤하더라. 바꿔 말하자면 조금 제멋대로인 것 같기도 하고.(좌중폭소)

-나홍진 감독은 재촬영을 많이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감독의 주문에 기꺼이 임했나
맞다, 맞다. 계속 찍더라.(고개를 세차게 흔들며) 나중에는 육체적으로 정말 힘들더라. 더이상은 무리다 싶은 순간이 있었다. 가령 고라니를 뜯어 먹는 장면에서는 육회를 먹고, 먹고, 또 먹었다. 평소 육회를 좋아하는데도 도저히 못 먹겠더라. 비위가 약해서 더는 못 찍겠다고 했더니 나홍진 감독이 '딱 두 번만 더 찍자'라고 하더라.(웃음) 80여 편의 영화를 찍으며 이렇게 지독한 현장은 처음이었다.
-일본 배우들에게 한국영화에 절대 출연하지 말라고 했다는 얘기도 있던데
으하하. 전혀 그런 적 없다. 물론 육체적 한계점까지 찍었단 얘긴 했지만 한국영화에 출연하지 말란 얘긴 절대 안 했다.
-낯선 이국땅에서 촬영하느라 힘든 점은 없었나
낯설어서 힘들다기 보다 산속 촬영이 많아서 힘들었다. 폭포를 맞는 장면이 있는데, 꽤 높은 위치였다. 폭포도 폭포지만 거기까지 올라가는 것도 힘들다고 했는데, 갑자기 크레인이 떡 나타나더라. 이 높은 곳까지 크레인을 어떻게 올렸나 싶어 깜짝 놀랐다. 크레인을 올리느라 고생했을 스태프들을 생각하면 더는 힘들단 얘길 못 하겠더라.
-'곡성'으로 칸 레드카펫을 밟게 됐다.
굉장히 기대하고 있다. 칸영화제는 처음 가는 거다.
-자국영화가 아닌 한국영화로 처음 칸에 가게 된 셈이네. 일본에서 반응은 어떤가
내가 칸에 가는지 아직 잘 모른다. 하하.
-또 한국영화에 출연할 의향이 있나
나홍진 감독과의 작업이 힘들긴 했지만 굉장히 좋았다. 섭외가 들어온다면 즐겁게 검토해 봐야지. 다만, 단순히 일본인에 배타적인 시각으로 만들어진 캐릭터는 재미가 없을 것 같다. 일본인이라도 한국인과 다채로운 관계가 그려지는 캐릭터라면 재밌지 않을까.

김수정 기자 swandive@tvreport.co.kr 사진=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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