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원 작가 "딸 한강, 어렸을 때부터 어둠 응시하던 공상가"
[경향신문] 소설 <채식주의자>로 16일(현지시간) 맨부커 인터내셔널 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아버지 한승원 소설가는 17일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제 세대 사람들로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아름답고 신선한 그런 세계가 딸 한강의 소설에 있다”고 평가했다.
소설가 한강은 문인 가족으로 유명하다. 아버지 한승원은 <아제아제 바라아제>, <추사> 등의 소설과 시를 쓰는 작가다. 한강의 오빠, 한동림도 소설과 동화를 쓰는 문인이며, 한강의 남동생 또한 최근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한 작가다. 다음은 한승원 작가와의 일문일답.
- 수상을 예상했나.
“한강이 영국으로 출국할 때 내가 ‘기대하랴?’라고 물어보니 ‘마음을 비우고 계십시오’라고 답하더라. 새벽에 전화를 기다리다가 잠이 들었다. 6시경에 상을 받았다는 전화를 받아 놀랐다.”
- 한강 작가는 언제부터 글을 썼나.
“소설가 집안에는 책이 많이 있지 않나. 어려서부터 책을 보면서 자랐다. 가끔 어디로 사라지고 없어져서, 해가 저물어 어디있는지 찾으면 방 한 구석에서 불도 켜놓지 않고 어둠을 응시하고 있었다. 깜짝 놀라서 ‘너 뭐하니’ 물으면 ‘공상이요. 공상하면 안돼요?’라고 말하더라. 그렇게 자기 세계를 가지고 산 아이다. 공상을 잘하는 그런 아이로 큰 거다.”
- 어려서부터 소설가가 되길 원했나.
“풍문여고를 다녔는데 영어를 참 잘했다. 그래서 우리(부부)는 영문과를 가라고 했다. 그런데 한강이 소설가가 되기 위해서 국문과를 가야한다고 주장하더라. 대학에 들어가서도 공부를 열심히 하는 소설가였다.”
- 아버지가 소설가인데, 지도를 해주셨는지.
= “아버지가 소설가지만 나한테 한번도 소설을 봐달라고 한 적이 없었다. 숨어서 소설을 쓴 것이다.”
- 아버지 영향이 컸겠다.
“지금 맨부커 상을 받고 나서 생각하니까 아내가 고맙다. 소설가 집안은 가난하잖아요. 그래서 자녀가 대학에 진학을 할 때 국문과를 못가게 보통은 말리는데 우리 아내는 그렇지 않았다. 대부분 내 또래의 소설가들이 훌륭한 아들, 딸 가지고 있었지만 전부 다 교통정리를 해버렸는데 우린 다 원하는 걸 시켰죠. 자식들이 3남매 있는데 전부가 소설가가 됐다. 큰 아들, 한동림은 동화도 쓰는 소설가고. 출판사까지 하고 있다. 한강의 남동생도 서울예대 문창과를 졸업해 만화도 그리고 소설도 쓰는 작가다.”
- 작가로서 <채식주의자>는 어떻게 읽었나.
“세대 차이가 있잖아요. 딸의 소설은 문체가 섬세하고 시적이고 서정적이고 아름답다. 그것을 저도 소설가지만 흉내를 낼 수가 없다. 제 문체하곤 완전히 다른 거죠. 그러면서도 어떤 신세대의 값싼 표피적인 것이 아니라 굉장히 깊이가 있으면서 전통을 이어받는 글이다. 그러면서도 신세대 감각이 깃들어있다. 그것이 놀랍고. 딸 문체를 보고 아 나도 이렇게 거칠게 써선 안되겠구나, 하고 제 문장을 더 다듬고 그렇다.”
<심혜리 기자 grac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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