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th 칸 리포트㊱] '아가씨' 조진웅 "굿잡(Good job) 코우즈키"

배우 조진웅이 자신이 맡았던 영화 ‘아가씨’ 속 캐릭터인 코우즈키에게 작별인사를 전했다.
15일 오전(현지시각) 프랑스 칸 제이더블유 매리어트 호텔에서 열린 ‘아가씨’ 한국매체 인터뷰에는 박찬욱 감독을 비롯해 배우 하정우, 김민희, 조진웅, 김태리 등이 참석했다.
조진웅은 극 중 아가씨(김민희 분)의 이모부이자 후견인 코우즈키로 분했다. 그는 햐얗게 센 머리에 날카로운 눈초리까지 파격적인 변신을 선보였다.
“박찬욱 감독은 아름다운 선비 같아요. 화를 내는 일도 없고 그런 일을 만들지도 않아요. 그렇게 아름다운 사람이 코우즈키 같은 변태를 만들 줄 알았겠어요. 감독님이 가지고 있는 미학적인 부분이 나에게 큰 공부가 됐죠. 감독님의 향기가 있고, 그것이 고스란히 제게 전달됐죠. 촬영을 즐겼기에 끝날 때 되게 아쉬웠어요. 어제 처음 영화를 봤는데, 기립박수가 터지자 굉장히 기분 좋았죠. 아직 한국 일정들이 남았지만, 상대적으로 허탈함도 있었어요. ‘굿잡 코우즈키’라고 하고 싶네요.”
하루 전 프랑스 칸의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아가씨’ 공식 상영을 마친 조진웅에게는 활기가 넘쳤다. 다소 빡빡한 일정에 지쳐 보이는 다른 배우들과 달리 그는 국제적인 행사에서도 특유의 유머와 행동으로 유쾌한 에너지를 전했다.
“배우잖아요. 제가 참 좋아하는 단어 중에 ‘제니’가 있어요. 굳이 설명하자면 어릿광대라는 뜻인데, 어릿광대는 버려져도, 무시해도, 막 쓰여도 된다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어요. 광대는 뒤로 갈 데가 없죠. 여기서 즐기고 웃기는 게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거죠. 자신이 가야할 길을 알고 있는 숙명을 타고났죠. 오늘 새벽 다섯 시에 들어와 여덟시에 깨서 창문을 열었는데, 칸 해변가가 보였어요. ‘오늘을 즐겨야지’라는 생각에 흥분되고 기분이 업 됐죠. 저를 바라보는 사람들이 오는 거잖아요. 스포츠는 관중이 없어도 경기가 진행되지만, 연극은 관객이 없으면 막을 내리잖아요. 적어도 관중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있죠. 배우도 뒤로 갈 데가 없는 숙명을 가지고 있는 존재죠.”

코우즈키는 지성적인 욕구가 대단히 강한 인물이며, 자기합리화를 굉장히 잘하는 사람이다. 조진웅은 코우즈키라는 인물을 자신의 안에 담으려 노력했다.
“코우즈키의 연기에 초점을 맞췄다기보다 오히려 어떤 상황이라도 자연스러운 코우즈키의 일상을 만들어 가려 했죠. 행동에 있어 제 자신이 코우즈키가 돼 있어야 하는 게 가장 중요했죠. 이재한 형사도 그랬지만, 어떤 캐릭터든지 그 속에서 움직일 수 있게끔 했죠. 아마 배우들이 단명 하는 것은 이러한 작업에서 오는 스트레스 탓인 것 같아요.”
조진웅은 끝으로 예전에 자신이 한 인터뷰에서 했던 이야기를 언급했다.
“‘연기는 의식하면 끝’이라는 마음은 아직도 변함없어요. 예를 들어 시장에서 고래 고기에 소주를 마시는 거지, 와인을 마실 수 없는 거잖아요. 의식한다는 자체가 꾸미고 있는 거죠. 그래서 제 스스로도 연기를 하며 의식한다는 생각이 들면 의도적으로 NG를 내버려요. 저도 배우인지라 잘 보이고 싶은 욕심도 있고, 의식하지 않으려 하는데 의식하게 되는 경우가 있거든요. 어떤 역이 주어져도 어렵죠. 그 작업을 해결해 내는 게 제 삶의 숙원이죠.”
‘아가씨’는 1930년대 일제강점기 조선, 막대한 재산을 상속받게 된 귀족 아가씨와 그의 재산을 노리는 백작(하정우 분), 그리고 백작에게 거래를 제안 받은 하녀(김태리 분)와 아가씨의 후견인(조진웅 분)까지, 돈과 마음을 뺏기 위해 서로 속고 속이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오는 6월1일 개봉 예정.
칸(프랑스)=조정원 기자 jwch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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