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인적 쇄신']대외적으론 '협치 시그널'..속으로는 임기말 '친정 강화'
[경향신문] ㆍ‘실장 위 안종범 수석’ 관측…총선 책임 현기환 정무는 유임
ㆍ더민주 “민의와 거리”…국민의당 “회전문·수첩 인사 연장”

박근혜 대통령이 15일 비서실장 등 청와대 주요 참모진 개편을 전격 단행했다. 지난 13일 여야 3당 원내지도부와 만난 지 이틀 만이다.
야당들이 4·13 총선 후 지속적으로 청와대·정부 인적쇄신을 요구해온 것을 감안하면 주목되는 부분이다. 박 대통령이 당초 인적쇄신에 부정적이던 입장을 바꿔 총선 민심과 야당 요구를 수용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연장선에서 향후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의 전면적 변화로 이어질지 관심을 모은다.
■청와대 개편 단행 배경은
박 대통령은 당초 새누리당의 총선 참패로 명확해진 정부 실정에 성난 민심을 인정하지 않는 듯했다. 지난달 26일 언론사 편집·보도국장 오찬 간담회에서 선거 결과를 두고 “(일하지 않는) 양당 체제에서 3당 체제를 민의가 만들어준 것이라고 본다”고 했으며, 인적개편에 대해서도 “국면을 전환하기 위해 내각을 바꾸는 것은 생각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 결과 새누리당에서도 총선 민의에 대한 자의적 해석을 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런 사실들과 비교하면 박 대통령의 최근 행보에서 변화 기미가 엿보이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박 대통령이 적어도 싸늘한 여론과 총선 민심을 의식하게 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여소야대’ 국회에서 과거와 같은 일방통행식 국정운영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도 작용했을 법하다. 앞서 박 대통령은 지난 13일 여야 원내지도부와의 회동에서 여야 3당 대표와 분기별로 만나기로 하는 등 스타일의 변화를 예고한 바 있다. 새누리당 김정재 원내대변인은 구두논평에서 “3당 원내대표 회담 이후 높아진 소통과 협치에 대한 국민의 기대에 부합하는 인선”이라고 밝혔다.
시기적으로는 박 대통령이 오는 25일 10박12일 동안 아프리카 3개국과 프랑스 순방에 나서는 만큼 이전에 인적쇄신을 마무리하겠다는 생각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원종 신임 대통령 비서실장에 이어 충남 공주·부여 지역구를 가진 정진석 원내대표, 대전이 고향인 새누리당 김용태 혁신위원장 등 당·정·청 수뇌부를 모두 충청권 출신들이 장악한 점도 두드러진다. 이 실장 기용이 대선을 앞둔 충청권 공략의 포석이 될 수 있다.
■협치 신호인가, 친정 강화인가
관건은 ‘여야 원내지도부와의 회동→청와대 인적개편’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흐름을 국정운영의 전면적 변화 단초로 해석할 수 있느냐다. 일단 박 대통령이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의 새 지도부 선출 이후인 오는 9월쯤 3당 대표와 첫 정례회동을 열기로 하는 등 몇몇 소통 창구가 마련된 것은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서울대 박원호 교수(정치학)는 “주어져 있는 조건 자체가 (청와대와 여야가) 서로 간에 합의점을 찾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변화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이 비서실장(74)은 고령인 데다 관료 출신으로, 정무적인 분야를 보좌하는 데 취약할 수 있다. 특히 이 실장이 이병기 전임 실장처럼 박 대통령에게 각종 현안에 대해 비교적 솔직하게 직언하고, 정치권과 소통에 나설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비서실장 교체는 야권과 여론의 인적쇄신 요구에 응하는 상징적 제스처일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총선 참패 책임론의 직접적 영향권인 현기환 정무수석이 유임된 점에서 민심 수습형 개편은 아니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권에선 오히려 안종범 정책조정수석이나 강석훈 경제수석에 주목한다. 박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부터 경제 조언을 해온 최측근 인사들인 이들을 통해 ‘임기 말 친정체제’ 강화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청와대 수석 중 가장 대통령 신임을 받았던 안 수석이 ‘경제조율자’에서 ‘국정조율자’로 업그레이드된 만큼 ‘관리형’인 이 실장보다 더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야당들이 전격적인 청와대 개편에도 불구하고 부정적 평가를 내놓은 것은 이런 사정 때문이다. 더민주 이재경 대변인은 논평에서 “총선 민의와 거리가 있는 인사”라고 지적했고, 국민의당 손금주 수석대변인은 “안종범 경제수석은 경제위기에 책임이 있는 분으로 정책조정수석으로 자리 이동만 시키는 것은 회전문, 수첩 인사의 반복”이라고 비판했다.
<이용욱·김한솔 기자 wood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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