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도장 검사, '옥새' 대법관..검사 서류 위 '도장 서열'
[경향신문] ㆍ평검사 11㎜·부장은 15㎜…수천만원 ‘도장값’ 논란에 수사 안 풀리면 바꾸기도

고법에서 패소한 한 사건의 상고심을 맡은 ㄱ변호사는 최근 함께 변론을 맡게 된 대법관 출신 김모 변호사의 상고 서류를 보다가 깜짝 놀랐다. 김 변호사의 도장이 일반 도장과 달리 기관 직인처럼 생긴 대형 도장이었기 때문이다. ㄱ변호사는 15일 “‘막도장’ 수준인 내 것과 비교하면 김 변호사의 도장은 과거 임금의 옥새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이런 도장을 쓰면 ‘전직 대법관’이란 점이 금방 눈에 들어온다. 김 변호사의 화려한 도장은 전관예우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디테일’인 셈이다.
법조인의 도장은 피의자나 송사를 벌이는 이의 운명과 연관된다. 이 때문에 유별나게 도장을 아끼는 판사나 검사가 더러 있다. 일부 법조인은 벽조목(벼락 맞은 대추나무)이나 상아로 만든 최고급 도장을 쓰기도 한다.
광주지법원장을 지낸 오세욱 변호사(62)는 해마다 도장을 바꾼다고 한다. 법원 관계자는 “서류를 보고 언제 도장을 찍었는지 한눈에 알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해마다 도장을 바꾸는 걸로 안다”고 했다.
검사들은 수사가 잘 안 풀릴 때 도장을 바꿔버린다. ‘재수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특별수사의 1인자로 꼽힌 인천지검장 출신 최재경 변호사(54)는 검사 시절 이런 이유로 5번이나 도장을 바꿨다.
도장은 법조계의 ‘유일한 사치’이자 엄격한 서열의 상징이기도 하다. 검찰에서는 상관일수록 결재 서류에 찍는 도장 크기가 커진다. 평검사의 도장 지름은 11㎜ 이하, 부장검사는 13~15㎜ 등 크기가 불문율처럼 정해져 있다. 법원도 검찰만큼 엄격하진 않지만 비슷한 문화가 있다. ‘배석이나 하급 판사는 부장판사 도장보다는 작아야 한다’는 것이다. 부장판사들은 통상 지름 15㎜ 도장을 쓴다.
때때로 도장이 지탄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전관의 ‘도장값’ 논란이다. 대법관 출신이 서류에 도장만 찍어줘도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억대의 수임료를 받는다는 건 정설처럼 굳어져 있다.
대한변호사협회나 서울변호사회에서는 이런 ‘나쁜 사례’를 추적·조사하기도 한다. 일부 판사가 판결문에 도장을 누락해 해당 판결이 무효 처리되는 일도 가끔 벌어진다.
최근에는 도장의 인기가 과거보다 줄어들고 있다. 서명이나 전자결재로 대체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모 검사가 서명만 하고 도장 찍는 걸 잊었지만 해당 공소장은 유효한 것으로 결론난 것으로 기억한다”고 했다. 법원은 민사소송 상당 부분을 전자소송으로 바꿔 판사가 한번 등록해두면 도장을 계속 찍지 않아도 된다.
<홍재원 기자 jwho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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