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증시 자본이탈 가속.. 올들어 105조원 빠져나가

박상주 2016. 5. 14.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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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상주 기자 = 세계 주식시장에서 돈이 뭉텅이로 빠져 나가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900억 달러(약 105조 3900억 원)에 가까운 자본이 증시를 이탈했다. 2011년 이후 가장 빠른 속도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4일(현지시간)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마이너스 금리 등 과감한 경기 부양책을 펴는데도 시장이 움직이지 않으면서 투자자들이 증시를 떠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FT는 또 영국의 브렉시트(유럽연합‧EU 탈퇴)와 오는 6월의 스페인 총선, 11월 미국 대선 등 외생변수들의 위험이 투자자들을 움츠러들게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올 초 세계 증시는 폭락장으로 출발했지만 반등을 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세계 경기 회복에 대한 신뢰가 뒷받침 되지 못하면서 투자자들은 곁길로 새기 시작했다.

미국 뉴욕증시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유럽의 유로스톡스(EURO STOXX)600지수, 일본의 니케이종합지수 등은 5월초부터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글로벌 증시 분석업체인 이머징포트폴리오펀드리서치(EPFR)에 따르면 지난 한 주 동안에만 74억 달러의 자본이 증시를 이탈했다.

자산운용전문업체인 어라이언스번스타인(AllianceBernstein)의 수석투자관인 짐 티어니(Jim Tierney)는 “은행금리가 제로인데도 투자를 안 한다. 심지어 금리를 마이너스로 내려도 투자를 주저한다. 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의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세계 증시로부터의 대규모 자본이탈의 배경은 일본과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경기부진에 대한 공포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나마 경기 여건이 괜찮은 미국에서조차 기업들이 세계경기의 위축을 과연 감당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일고 있다.

그동안 기술주들의 활약이 유일한 성장 동력이었다. 그러나 지난 분기 기술주들의 실적 발표는 실망스런 내용이었다. 지난 4월 애플의 분기 실적 발표 이후 애플의 가치는 800억 달러 이상 감소했다.

지난 달 26일 애플이 공개한 2016년 2분기(2015년 12월 27일∼2016년 3월 26일) 실적 발표에 따르면, 애플은 13년 만에 역성장으로 돌아섰다. 매출은 505억6000만달러(약 58조1100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8% 감소했다. 시장에서 예상한 평균 매출 519억7000만 달러(59조7400억원)에 못 미치는 성적을 기록한 것이다. 애플이 전년 동기 대비 감소세를 보인 것은 2003년 이후 처음이다.

올 초 투자자들은 공포에 사로잡혀 있었다. 장기간 지속되는 저유가와 중국 경제의 경착륙에 대한 우려가 가장 컸다. 심지어 미국 경제마저 침체국면으로 빠지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마저 불거졌었다.

이 같은 우려들은 이제 상당히 불식됐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새롭게 대두되고 있는 외생변수들의 위험을 경계하고 있다. 웰스파고인베스트먼트인스티튜트(Wells Fargo Investment Institute)의 글로벌 시장 전략가인 폴 크리스토퍼는 “외생변수의 위험에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첫 번째 외생변수는 영국이 유럽연합(EU)을 탈퇴하는 브렉시트다. 두 번째 외생변수는 오늘 6월 치러지는 스페인 총선이고 세 번째는 11월 미국 대선이다. 이러한 외생변수들의 위험 때문에 투자자들은 좀 더 선택적으로 행동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최근 세계 경제지표들은 대부분 실망스러운 내용을 담고 있다. 미국의 일자리 증가율은 예상치를 미치지 못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 중앙은행은 마이너스금리를 도입했지만 경기는 움직이지 않고 있다. 불안감을 느낀 투자자들이 증시를 떠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카메론 브란트 EPFR 연구소장은 “최근 투자자들의 증시 이탈은 일본과 유로존 국가들이 실시하고 있는 경기 부양 정책 효과에 대한 의문에서 비롯된 것이다. 미국과 중국 기업들의 이윤은 떨어지고 있다. 주요 신흥시장의 구조적인 이슈들도 걱정거리”라고 분석했다.

sangjoo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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