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평화협정.. 한반도 여전히 난기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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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지난해 10월 리수영 외무상이 유엔 총회 연설에서 평화협정 체결을 주장한 이후 평화협정 공세를 이어왔다. 김 위원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서도 평화협정 체결의 필요성을 강조했으며, 북한 당국과 매체, 외곽 기구 등은 1월6일 4차 핵실험 이후 평화협정 체결 요구 목소리를 더욱 높였다.
북한이 성사되기 어려운 평화협정 체결 공세에 나서는 것은 다목적 포석으로 보인다.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60여년간 계속된 정전체제를 정리하고, 대미·대일 관계를 정상화해 국제사회의 고립에서 탈피함으로써 체제 안정을 꾀할 수 있다. 당장 성공하지 못해도 한반도 대립의 책임을 ‘평화체제 반대자’에게 떠넘김으로써 핵 개발에 따른 수세적인 입지를 약간이나마 만회할 수 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9일 평양 4·25문화회관에서 열린 제7차 당 대회 마지막날 회의에서 폐회사를 하던 중 박수를 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 7일 당 대회 사업총화 보고를 통해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 철회, 평화협정 체결,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했다. 연합뉴스 |
한·미와 북한의 입장이 대립하는 상황에서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지난 2월 제기한 비핵화·평화협정 논의 병행추진론이 그동안 주목을 받았다. 이는 한·미의 선비핵화 입장과 북한의 평화협정 우선 입장을 절충한 것이다.
남북은 중국의 병행추진론에 부정적이다. 우리 정부는 “평화협정 부각은 대북 압박을 통해 북한 핵을 포기시키자는 국제사회 논의를 분산시킬 수 있다”(고위 관계자)며 회의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한국과 같이 선비핵화 원칙을 견지하는 미국은 병행추진론 자체를 “완전히 배제한 것은 아니다”(존 커비 국무부 대변인)는 입장이어서 우리와는 온도차가 있었다. 북한이 7차 당 대회를 통해 비핵화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하면서 병행추진론에 열린 입장이던 미국의 기조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핵 폐기 등을 의미하는 비핵화보다는 낮은 수준의 북한 핵 동결과 핵확산금지조약(NPT) 복귀를 전제로 미국에 평화협정 논의 가능성을 타진했다는 설이 제기됐다. 정부는 이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의 6자회담 재개 조건이 북한의 핵 동결, 과거 핵활동 신고, 국제원자력기구(IAEA) 복귀인데 이를 평화협정 논의와 연계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또 NPT를 탈퇴해 핵을 개발한 북한이 아무 일도 없었다는 것처럼 NPT로 복귀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핵 동결·평화협정 논의 가능성에 대해 “(비핵화·평화협정 병행추진도 반대해온 상황에서 비핵화보다 낮은) 핵 동결로 가면 북한에 끌려간다고 판단해서 상당히 논란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평화협정 논의는 아니더라도 북한 비핵화에 모든 것을 연계해 대북 대화를 단절한 박근혜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해서는 우려가 적지 않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대북 압박 효과가 없어 미·중이 상황을 관리하는 쪽으로 가면 우리는 이도저도 아닌 알거지 상황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전문가도 “박근혜 대통령이 당장은 쉽지 않겠지만 대북 압박 일변도보다는 대화의 출구를 고민해야 할 때가 왔다“고 말했다.
김청중·염유섭 기자 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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