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에 또 대형 중고서점..원동 헌책방거리 존폐 위기

2016. 5. 12.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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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보수동 책방골목을 소개하는 책자 [연합뉴스 자료사진]

(대전=연합뉴스) 박주영 기자 = 대전에 대형 온라인 서점이 운영하는 중고서점이 두 번째로 문을 열었다.

2년 전만 해도 10여개의 헌책방이 모여 영업하던 헌책방거리가 아예 사라질 처지에 놓였다.

11일 오후 대전 동구 원동 헌책방이 모여있는 거리는 학생들이 하교할 시간이 지났지만 오가는 학생이나 시민조차 찾을 수 없었다.

한 책방 안에는 주인 혼자 덩그러니 앉아 가게를 지키고 있었다.

10여㎡ 남짓한 공간에 책을 천장까지 쌓아올려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지만, 손님이 없어 휑뎅그렁하기까지 했다.

바닥에 쌓아 놓은 책 위에 켜켜이 앉은 먼지가 그동안 찾는 손님이 얼마나 없었는지 말해주고 있었다.

바로 옆 책방은 책을 쌓아둘 공간이 부족했던지 인도까지 점령해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한때는 원동사거리에서 중앙시장, 홍명상가 앞까지 이 일대에 40여곳의 헌책방이 모여 성업을 이뤘다.

참고서와 수험서뿐만 아니라 세계문학전집, 희귀 절판본까지 없는 게 없어 학생이나 주부뿐만 아니라 고서 수집가들도 사랑방처럼 드나들던 곳이다.

현재 원동에 남아있는 헌책방은 4곳뿐이다.

열흘 전 2곳이 폐업해 중고 레코드 가게로 바뀌면서 이제는 헌책방거리라고 부르기도 어렵게 됐다.

이곳에서 50년째 헌책방을 운영해오고 있는 장세철(83)씨는 "예전엔 교과서나 참고서를 사러 오는 중·고등학생들도 많았는데, 요즘은 고서를 사려는 머리 희끗희끗한 노신사들만 찾아온다"면서 "내가 책을 좋아해서 가게를 열 뿐 장사는 거의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재 인근에서 영업을 하고 있는 이들은 모두 건물 주인으로, 임차인들은 모두 장사를 접었다고 장씨는 설명했다.

같은 날 둔산동의 대형 중고서점에는 평일 오전인데도 대학생부터 가족 단위 손님 등 30여명이 모여 코너별로 정리된 서가에서 수험서와 전문서, 여행 서적 등을 뒤적였다.

이 서점은 2014년 대전에서 처음으로 은행동에 문을 연 뒤 지난 6일 둔산동에 2호점을 개장하고 영업에 들어갔다.

책이 장르별로 분류돼 있는 데다 상태도 새 책이나 다름없어 헌책방과는 비교할 수가 없을 정도다.

이곳을 자주 애용한다는 김모(42)씨는 "사회과학 서적도 많고 애들 동화책도 깨끗해서 여기서 구입한다"면서 "헌책방은 책을 찾기도 어렵고 책이 바래 있거나 훼손된 것도 많아서 사기 꺼려진다"고 말했다.

정부에서는 동네서점을 살린다며 도서의 할인 폭을 15% 이내로 제한하는 도서정가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중고서적은 해당하지 않는다.

대형 중고서점에서는 거의 새 책이나 다름없는 책이 반도 안 되는 가격에 판매되다 보니, 기존 영세 헌책방은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장씨는 "부산 보수동 헌책방 골목에 가보니 한 달에 한 번씩 도로에 책을 진열하고 전시·판매하는 등 축제를 열어 시민의 반응이 좋았다"면서 "시 지원을 바라는 게 아니라, 원도심 상권이 무너져 아예 유동인구도 없으니 뭘 시도해볼 수도 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김용환 전 대전서점조합장은 "대형 인터넷 서점이 생기면서 한때 280여곳에 육박했던 대전시내 서점 수가 지금은 100여곳도 안 된다"면서 "원동 헌책방들도 다리 건너 은행동에 대형 중고서점이 생기면서 잇따라 문을 닫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들은 일반 서점이나 다름없는데 컵이나 가방 같은 사은품까지 주니 동네서점은 당해낼 수가 없다"면서 "도서정가제 말고도 영세 책방을 살릴 수 있는 다른 지원책들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jyo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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