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뎐(傳)]'환전사고시 영원히 문 닫기'..1400억원 규모 상봉동파 도박조직

김원진 기자 2016. 5. 11.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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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민방위시 모든 가게 하루 쉬기’, ‘환전사고시 영원히 문 닫기’….

시중 은행의 영업 지침이 아니다. 1400억원 규모의 기업형 도박장 7곳을 운영한 조직의 행동 지침이다. ‘민방위시 모든 가게 하루 쉬기’는 경찰에 신고가 들어갔을 때 모든 도박장이 일제히 문을 닫는 것을 의미한다. ‘환전사고시 영원히 문 닫기’는 영업 정산내역이 맞지 않으면 해당 업장은 퇴출시킨다는 뜻이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11일 기업형 불법 도박장을 개설해 부당이익을 취한 혐의(도박장소개설)로 총책 윤모씨(39), 부총책 박모씨(39) 등 7명을 구속하고, 도박장 카운터 김모씨(39) 등 80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해당 도박장 운영 조직은 윤씨의 이름을 따라 ‘OO라인’으불렸다. 윤씨를 정점으로 부총책, 자금관리총책, 7명의 하우스장으로 골격을 갖췄다. 각 하우스장 밑으로 지분자, 바지사장, 카운터, 딜러, 보안팀, 손님모집책(일명 롤링업자)을 두는 등 기업형 조직을 방불케했다.

■씨름·줄다리기로 단합대회하며 끈끈함 다져

1400억원을 굴린 조직의 우두머리는 ‘상봉동파’ 행동대원 윤씨. ‘대장님’, ‘회장님’으로 불린 윤씨는 원래 도박장에서 다른 계파 건달이 돈을 잃고 진상을 부리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했다. 도박장이 돈벌이가 되는 걸 간파한 윤씨는 2011년 1월부터 직접 하우스장 운영에 나섰다. 올 4월까지 윤씨의 도박 조직이 불법 취득한 수익은 경찰 추산으로 300억원에 달한다.

윤씨 집에서 압수된 물품을 보면 5만원권으로 된 현금 4억5000만원, 도박장 판매용 담배 223보루(1000만원 상당)와 귀금속이 있다. 경찰 관계자는 “담뱃값이 오르기 전 사재기 해놓은 담배로 이들 조직이 벌어들은 수익만 6700만원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윤씨는 ‘조폭’ 타이틀을 앞세워 도박장을 보호하긴 했지만, 돈을 많이 번 도박장 운영자로 유명세를 떨쳤다고 한다.

경찰 조사 결과 윤씨는 운영진 중에서 유일하게 도박을 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도박에 관심이 없는 윤씨가 도박 수익금을 주로 관리했다. 다른 운영자들은 불법 도박으로 번 돈을 다시 도박을 하며 탕진했다”고 밝혔다. 윤씨는 도박장 운영의 묘도 발휘했다. 손님이 부족해 망해가는 하우스에 다른 업장 손님을 넣는 등 도박장을 세심하게 운영했다.

지난해 6월에는 경기도 장흥의 한 펜션에서 단합대회를 개최해 씨름, 줄다리기, 바카라 시합을 했다. 씨름 시합은 여성부와 남성부로 나누어 열었다. 경찰은 단합대회에 참가한 인원이 최소 147명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남녀노소·전국 각지·20대부터 60대까지…

불법 도박장은 보안에도 철저했다. 윤씨는 경찰의 눈을 피하려 서울 강남, 송파 일대 빌라나 오피스텔 32군데를 옮겨다니며 7개 하우스를 운영했다. 하우스당 보안팀만 8명을 꾸려 보안을 강화했다.

손님모집책이 손님을 도박장으로 불러올 때 역이나 큰 건물로 접선 장소를 정하고 직접 데리고 오는 방식을 택했다. 이때 도박 조직이 이용한 차량 또한 모두 렌터카였다. 경찰이 압수수색을 할 때 렌터카 트렁크에는 쓰레기 봉투에 담긴 각종 도박 용품이 잔뜩 실려 있었다. 하우스장 인근에 도박 용품이 담긴 쓰레기를 버리면 주변의 의심을 살 수 있기 때문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불법 도박장 운영진과 도박 참여자는 성별·연령·거주 지역이 모두 다양했다”고 전했다. 경찰이 붙잡은 불법 도박장 운영진 76명 중 43명이 남성, 33명이 여성이었다. 여성 중에는 25세 딜러, 69세 노인도 있었다. 또한 포항, 거제 등 서울까지 차로 4~5시간 이상 걸리는 지역에서 온 도박 참여자도 있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이들은 대부분 강원랜드에서 맺어진 인연으로 알음알음 불법 도박장으로 모였다. 전국 각지에서 온 도박참여자들은 방 4개짜리 빌라에 속옷까지 챙겨와 라면 등으로 숙식을 해결하며 24시간 운영되는 하우스장에서 도박을 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에 검거한 불법 도박장 운영 조직이 도박장 운영 수익금으로 도박사이트나 사채사무실 운영 등 다른 범행을 계획한 물증을 확보해 수사 중에 있다”고 밝혔다.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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