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의 헤밍웨이>③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쓴 호텔은..'순례 코스'

2016. 5. 11. 09:32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객실 보존, 확장 공사, 관광버스 행렬.."헤밍웨이 덕분에 노래한다"
(아바나=연합뉴스) 김지헌 특파원 = 미국 작가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머물렀던 쿠바 아바나의 암보스 문도스 호텔에서 내려다본 풍경.
암보스 문도스 호텔 511호(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아바나=연합뉴스) 김지헌 특파원 = 쿠바 아바나의 암보스 문도스 호텔은 미국 작가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머물렀던 511호 객실 앞 타일을 보존했다. 왼쪽이 예전부터 있었던 타일.
암보스 문도스 호텔 511호(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아바나=연합뉴스) 김지헌 특파원 = 미국 작가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거주했던 쿠바의 저택 '핑카 비히아'.
핀카 비히아 내부(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아바나=연합뉴스) 김지헌 특파원 = 쿠바 아바나 동쪽 어촌 코히마르에 있는 미국 작가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단골 식당 '라 테라사' 앞에 대형 관광버스들이 줄지어 서 있다.
(아바나=연합뉴스) 김지헌 특파원 = 쿠바 아바나 동쪽 어촌 코히마르에 있는 미국 작가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흉상.
(아바나=연합뉴스) 김지헌 특파원 = 쿠바 아바나 동쪽 어촌 코히마르에 있는 미국 작가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흉상 앞에 모인 관광객들을 상대로 쿠바인들이 노래를 부르고 있다.

객실 보존, 확장 공사, 관광버스 행렬…"헤밍웨이 덕분에 노래한다"

(아바나=연합뉴스) 김지헌 특파원 = 미국 작가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1932년부터 1960년까지 쿠바에 머무르며 두 곳의 거주지를 남겼다.

아바나 구도심의 '암보스 문도스 호텔'(Hotel Ambos Mundos)과 아바나 외곽 남동쪽의 저택 '핑카 비히아'(Finca Vigia)다.

여기에 그가 낚시를 즐겼다는 아바나 동쪽의 어촌 코히마르(Cojimar)가 더해져 '헤밍웨이 삼각 벨트'가 완성된다.

암보스 문도스에서 출발해 핑카 비히아에 마련된 헤밍웨이 박물관을 찾은 다음 코히마르에 있는 그의 단골 식당 '라 테라사'(La Terraza)에서 식사하는 코스다.

쿠바인들은 헤밍웨이를 찾는 이들을 위해 그의 흔적을 보존하고 편의 시설을 확충하는 한편 헤밍웨이의 흔적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면서 그를 불러내고 있었다.

◇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가 태어난 암보스 문도스 호텔

아바나 구도심 오비스포(Obispo) 거리에서 바다 쪽으로 걷다 보면 오른쪽에 분홍색 외벽의 암보스 문도스 호텔이 나타난다.

헤밍웨이가 1932년부터 7년간 머무르며 창작열을 불태웠던 곳이다.

그는 이 호텔 객실 511호에서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를 썼다.

9일(현지시간) 찾은 호텔에서 헤밍웨이와 피델 카스트로의 사진 등이 걸린 로비를 지나 1925년 개업 때부터 있었다는 철제 수동식 엘리베이터를 타고 5층으로 올라가니 예상보다 깔끔한 실내가 나온다.

리모델링을 거쳤으니 별수 없지만, 511호 앞은 바닥 타일부터 더 빛이 바랬다.

헤밍웨이가 밟았던 그 타일이 그대로 남아있어서다.

입장료 2CUC(약 2천300 원)을 내고 들어가면 방 복판의 타자기를 비롯해 그의 흔적들이 전시돼 있다.

방 안내인은 "헤밍웨이가 이 방에만 머무른 것은 아니고 501호 등 다른 방에도 투숙했다"면서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등의 집필은 이 방에서 한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헤밍웨이가 우리 호텔에서 가장 사랑했던 방도 바로 511호"라며 "객실 최고층인 데다가 건물 모퉁이에 있는 방이라 두 거리의 경치를 한 번에 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양쪽으로 난 창을 가리켰다.

예나 지금이나 신축 고층 건물이 없는 아바나 구도심은 5층에서만 봐도 충분히 내려다볼 수 있다.

안내인은 보존 문제 때문에 창문을 열지 못하게 했지만, 창틀 사이로 내려다보이는 오비스포 거리와 메르카데레스(Mercaderes) 거리는 헤밍웨이가 봤을 풍경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 듯했다.

방을 나와 한 층 더 오르면 6층 옥상의 루프 탑 바가 나온다.

로비에서부터 따라온 가이드는 "헤밍웨이 시절에도 있었던 장소"라며 "여기는 피냐 콜라다가 최고"라고 말했다.

헤밍웨이의 추억이 서린 곳이라면 칵테일 중 그가 사랑했던 다이키리나 모히토를 내세울 법도 하건만 굳이 피냐 콜라다를 권한다.

한 호텔 직원은 "모히토는 라 보데기타 델 메디오, 다이키리는 엘 플로리디타 등 다른 술집들이 꽉 잡고 있으니 새로운 길을 찾는 것"이라며 웃었다.

가이드에게 '두 세계'라는 뜻의 호텔 이름 '암보스 문도스'가 의미하는 세계는 어떤 것이냐 물으니 "쿠바와 미국"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20세기 초 스페인인이 호텔을 지으며 그런 뜻의 이름을 붙였을까.

'신대륙과 구대륙' 정도가 더 타당하겠지만 확인할 길은 없다.

그러나 지난해 전년 대비 97% 늘어난 미국인 관광객 중 상당수가 헤밍웨이를 떠올리려 이 호텔을 찾는 오늘날 이 가이드의 해석에도 큰 무리는 없을 듯했다.

◇ 핑카 비히아에서 코히마르까지…"헤밍웨이 덕에 노래한다"

핑카 비히아는 헤밍웨이가 1940년 사들인 아바나 외곽 산 프란시스코 데 파울라(San Francisco de Paula)의 저택 이름이며 지금은 헤밍웨이 박물관으로 꾸며져 있다.

쿠바인은 3MN(약 143원), 외국인은 5CUC(약 5천700 원)를 내면 입장할 수 있다.

쿠바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흠집 없는 아스팔트가 깔린 오르막 진입로를 지나면 좁은 주차장에 들어찬 관광객 운송 차량들이 나타난다.

한쪽에선 초상화, 글귀 등 헤밍웨이 기념품을 팔고 있고 "쿠바, 헤밍웨이가 처음 파인애플을 맛본 곳"이라고 적힌 선간판 옆에서 칵테일을 만들어 판다.

사탕수수 줄기를 직접 짠 즙에 럼주 등을 섞어 만드는 '비히아'라는 이름의 이 칵테일은 다른 술집에선 찾아볼 수 없다.

직원은 "헤밍웨이도 즐긴 칵테일"이라지만 헤밍웨이의 칵테일은 다이키리였다.

저택은 출입할 수 없고 열려 있는 문을 통해 외부에서만 볼 수 있으며 실내엔 동물 박제, 서적, 술병, 옷가지 등 헤밍웨이가 살던 시절의 모습을 재현해뒀다.

저택 외곽 모퉁이를 돌 때마다 마주치는 경비원들은 관광객들이 건물을 상하게 하지나 않을까 유심히 지켜봤다.

핑카 비히아는 바쁘게 돌아갔다.

영어 2명, 스페인어 4명 등 총 6명인 가이드가 모두 안내 업무 중이고 2시간은 기다려야 가이드를 쓸 수 있다고 했다.

저택 아래쪽에선 건물 신축 공사가 한창이었다. 현재 사무실이 원래 헤밍웨이의 주차장이었던 건물이라 새 건물이 완공되는 대로 사무실을 옮기고 주차장도 전시 장소로 꾸밀 것이라고 했다.

핑카 비히아에서 자동차로 20여 분을 달리면 어촌 마을 코히마르가 나온다.

명작 '노인과 바다'의 배경이 된 곳이지만 헤밍웨이의 단골 술집 겸 식당 '라 테라사'와 바다를 바라보고 선 헤밍웨이 흉상을 제외하면 아직 개발이 덜 됐다.

점심시간에 찾은 라 테라사 앞엔 대형 관광버스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실내는 단체 관광객들이 모여 식사를 하느라 부산했다.

딱 한 테이블만 비어 있었는데 '헤밍웨이가 가장 좋아했던 자리'라는 팻말이 놓여 있고 그 옆엔 물고기가 휘감은 헤밍웨이 얼굴 동상이 있었다.

코히마르 만이 내다보이는 창가 바로 옆 구석이어서 이 식당의 가장 좋은 자리인 듯했다.

바쁘게 서빙하던 직원은 "저 자리를 비워둠으로써 다른 자리가 들어찬다"고 말했다.

식당에서 바다 쪽으로 조금 걸어가면 헤밍웨이 흉상이 나온다.

흉상 앞에서 기타를 든 일행들과 노래하던 1937년생 마르셀로 가르시아(79) 씨는 "어릴 때 헤밍웨이를 알고 지냈다"며 "그는 항상 반바지를 입고 다녔다"고 말했다.

가르시아 일행은 대형 버스에서 내린 관광객들이 흉상으로 모여들자 팁을 받는 바구니를 펼쳐놓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노래는 쿠바 민요 '관타나메라'의 리듬에 "헤밍웨이는 코히마르를 사랑했네. 마치 자기 집인 것처럼"이라는 가사를 붙여 만든 것이었다.

이들은 "헤밍웨이의 성지나 다름 없는 이곳에서 그 덕분에 이렇게 노래하면서 살 수 있는 것 아니냐"며 "그는 쿠바인들의 영원한 친구"라고 말했다.

jk@yna.co.kr

☞ 청주 아파트 단지서 5세 남아 숨진 채 발견
☞ '태후' 종영 한 달…태백 세트장 복원 첫 삽도 못 떠
☞ NASA "생명존재 가능성 외계지구 1천284개 더 찾았다"
☞ 美콜로라도 재소자 '프린스 아들' 주장…DNA검사 요구
☞ 음주운전 적발되자 3㎞ 난폭운전하며 달아난 20대

▶연합뉴스 앱 지금 바로 다운받기~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