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찬의 軍] 북한 핵실험 전망이 어려운 이유는

박수찬 2016. 5. 7. 13:25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노동당 7차 대회를 앞두고 당초 예상됐던 5차 핵실험은 그 가능성이 점차 낮아지고 있다.

북한은 지난 1월 전격적으로 4차 핵실험을 감행한 데 이어 2월에는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며 ‘핵 억제력 강화’를 당 대회의 핵심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국제사회가 북한의 핵실험에 대해 해운 제재 등 ‘역대 최강의 제재조치’에 돌입하자 북한은 기폭장치 실험, 고체 연료 엔진 연소시험, 재진입체 내구성 실험 등 핵 관련 핵심기술들을 공개하며 미국을 향한 압박수위를 높여갔다.

지난달에는 함경남도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인력과 장비의 움직임이 눈에 띄게 늘어나면서 5차 핵실험 가능성을 한껏 높였다.

최근 들어 풍계리 일대에서의 움직임이 줄어들면서 핵실험 가능성은 낮아지고 있다. 하지만 대북 매체나 정보 당국은 핵실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못하고 있다. 왜일까.

◆ “북한은 정보수집하기 가장 어려운 나라”

서방 정보기관들은 북한을 가리켜 ‘정보수집이 가장 어려운 나라 중 하나’로 꼽는다. 내전 중인 시리아는 반군과 쿠르드족을 활용할 수 있고, 이라크 역시 마찬가지다.

반면 북한은 철저히 고립된 국가다. 이란은 석유와 천연가스 수출에 국가 운영을 의존하고 있어 국제사회와 어느 정도 소통할 여지가 있다. 하지만 자급자족 체제인 북한은 외국인들의 방문이 제한되고, 무역 규모도 미미해 정보수집이 쉽지 않다.

이 때문에 북한 정보수집은 조선중앙통신 등 관영 매체의 보도와 탈북자들의 전언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나마 탈북자들이 제공하는 정보는 신빙성이 낮은 경우가 많아 전적으로 신뢰하기 어렵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한미 정보당국은 신호정보 수집에 열을 올린다. 북한군의 교신이나 전화통화, 이메일 등을 감청해 북한의 동향을 탐지하는 것이다.

정보당국은 북한에 대한 신호정보 수집 방법을 구체적으로 공개하지는 않지만, 군이 운영하는 금강 백두 정찰기와 지상의 감시소, 해군 정보수집함 등이 활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군은 EP-3C 등 전자전기와 위성 등을 활용한다. 이를 통해 북한의 핵과 미사일 활동도 상당 부분 탐지가 가능하다.
KN-08 
사진=노동신문

문제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 불리는 북한의 방공망이다. SA-2/3/5와 KN-06 등으로 구성된 북한의 지대공미사일 시스템은 정찰기와 전자전기에 큰 위협이다. 과거 북한은 미군 정찰기와 정보수집함을 공격한 전례가 있어 북한 영토에 근접하기 어렵다. 때문에 북한 영토 깊숙한 지역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알기 어렵다.

◆ 위성에만 의존하면 핵실험 징후 알기 어려워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징후를 포착하기 어려운 것도 이 때문이다. 북한 영토 깊숙한 곳에 있는 로켓발사장과 핵실험장의 움직임을 포착하려면 위성에 의존하는 방법밖에 없다.

문제는 북한도 이를 알고 교란 작전을 펼친다는 점이다. 위성이 찍은 사진에서 핵실험장 갱도 입구에 인력과 장비가 포착됐다고 가정해보자. 이 움직임이 5차 핵실험 징후인지, 아니면 일상적인 유지보수인지 파악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갱도 입구에 가림막을 치면 말 그대로 눈 뜬 장님이다. 장거리 미사일도 마찬가지다. 위성이 지나가는 시각을 피해 발사 준비를 하면 제대로 포착하기 힘들다.
북한 함경북도 풍계리 핵실험장

이러한 교란작전을 극복하고 북한의 진짜 의도를 파악하려면 위성 사진 판독의 정확성을 높여야 한다. 하지만 사진 판독은 담당관의 경험에 따라 정확성이 달라진다. 미국이 위성사진의 판독에 대한 기술을 확립하는데 수십년의 시간이 걸린 것을 감안하면 쉽지 않은 일이다.

여기에 내부 협조자나 공작원 등이 전달하는 인간 정보도 필요하다. 핵실험 징후를 포착하는 방법 중 하나가 풍계리 인근 주민들에 대한 통제인데, 이는 전적으로 인간정보의 영역이다. 하지만 북한의 체제 특성 상 인간 정보 수집이 극히 제한된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북한 전문 사이트 ‘38노스’의 경우 상업위성 사진을 통해 북한의 움직임을 면밀히 주시하며 분석결과를 발표한다. 하지만 위성 사진에만 의존하다보니 분석에 한계가 있다. 38노스가 지난 2일 촬영된 상업 위성사진을 분석하면서 “핵실험에 필요한 모든 준비가 종료된 것을 의미하는지 통상적인 유지 관리 작업을 실시하는 것인지는 불명확하다”고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은 지난 1월 전격적으로 핵실험을 단행했다. 군 당국은 핵실험 사전 징후를 제대로 알지 못했고, 이는 미국도 마찬가지였다. 그 때의 기억이 강렬하게 남아서인지 군 당국은 “정치적 결단만 있으면 언제든 핵실험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북한의 핵실험 가능성이 낮아졌지만 군이 “북한은 핵실험을 당분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지 못하는 이유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