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권력투쟁으로 EU-터키 난민송환협정 위기

다부토울루 총리 퇴진으로 EU 관계 어려워질 듯
(브뤼셀=연합뉴스) 송병승 특파원 = 터키 내부의 권력투쟁으로 유럽연합(EU)과 터키 간의 난민송환협정이 위기에 처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권력 다툼을 벌인 아흐메트 다부토울루 총리가 결국 물러나게 됨에 따라 EU와 터키 관계가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터키 정치 체제는 다수당 대표가 총리를 맡는 의원내각제와 직접선거로 선출하는 대통령이 내각회의 주재권 등의 권한을 갖는 준(準)대통령제가 섞여 있다.
다부토울루 총리는 최고 권력자인 에르도안 대통령의 꼭두각시 역할에 머무르지 않고 외교와 내정에서 독자적인 목소리를 냈다.
특히 지난 3월 EU와 터키 간 난민송환협정 체결에 다부토울루 총리가 협상을 주도하는 등 EU 관계의 창구 역할을 해왔다. EU는 협상 파트너로서 강경 성향의 에르도안 대통령보다는 다부토울루 총리를 선호해 왔다.
다부토울루 총리의 퇴진 소식은 매우 민감한 시기에 나왔다. EU 집행위원회가 4일 터키 정부의 난민협정 이행과 비자면제 요건 충족을 조건으로 오는 7월부터 터키 국민에 대한 비자면제를 시행할 계획을 밝힌 지 하루 만에 다부토울루 총리가 물러나게 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EU-터키 협정에 따르면 터키로부터 그리스에 도착한 난민 중 불법적인 이주민을 터키가 다시 전부 받아들이는 대가로 EU는 터키에 자금을 지원하고 터키 국민에 대한 비자면제 요건 완화 시기를 올해 연말에서 6∼7월로 앞당기기로 했다. 아울러 터키의 EU 가입협상도 가속화하기로 약속했다.
터키는 EU가 비자면제 시행을 위해 제시한 72개 요건 중 아직 5개를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EU는 터키에 대해 테러방지법을 유럽 기준에 맞게 개정할 것과 인권 보호를 위한 사법개혁 등을 요구하고 있다.
아직 이 같은 민감한 요건들이 충족되지 않은 상황에서 협상 창구인 다부토울루 총리가 물러남에 따라 비자면제가 예정대로 시행될 지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EU 집행위의 비자면제 제의는 EU 28개국의 동의와 유럽의회의 승인을 거쳐 시행된다. 그러나 EU 측은 터키 정부의 언론 탄압과 인권침해 사례를 들면서 아직 일부 요건이 충족되지 않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유럽의회도 터키 정부의 권위주의적 통치에 비판적 입장을 취하고 있어 비자면제 시행안 승인 과정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비자면제가 난항을 겪게 되면 난민송환협정 이행도 문제가 생기게 된다. 터키는 EU가 비자면제를 보류할 경우 난민협정 역시 무효화 될 것이라는 강경 입장을 보이고 있다.
페데리카 모게리니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다부토울루 총리 퇴진으로 인한 영향에 대해 면밀하게 검토하고 있으며 터키 당국과 기존의 합의를 유지해나가기 위한 협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EU의 한 소식통은 비록 다부토울루 총리가 EU와 협상 전면에 나섰지만 협상 결과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추인을 얻은 것이라고 밝히고 EU와 터키 간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 기존의 합의를 깨지는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songb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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