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텅빈 지갑, 슬픈 가정의 달

이민아 기자 2016. 5. 5.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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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연휴(5~8일)를 전후해 카드사들이 쏠쏠한 할인 혜택을 내놓고 있다. 해당 기간에 돈을 쓰면 추첨을 통해 경품을 준다. 포인트 추가 적립, 무이자 할부 등은 기본으로 들어간다. 정부가 6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면서 천명한 ‘내수 살리기’에 카드사들도 적극 동참하는 것이다. 카드업계 뿐 아니라 대형마트, 통신, 교육업계 등도 나서서 5월 행사를 펼치고 있다.

하지만 정작 대다수 가정은 ‘쓸 돈이 없다’고 하소연한다. 지난 달 건강보험료 인상으로 월급통장이 얇아졌는데 이달 연휴를 비롯, 각종 기념일과 경조사 등이 몰려 있기 때문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월급 인상분이 반영돼 지난 달에 건강보험료를 더 낸 직장인은 827만명에 달한다. 한 사람당 평균 13만3000원을 더 냈다.

자녀에게는 인기있는 장난감을 선물하고 부모님께는 용돈을 넉넉히 드려야 하는 ‘낀 세대’는 예상 지출액을 보면서 한숨부터 내쉬고 있다. 5월에 집중된 결혼식도 맘 편히 축하하기 어렵다. 축의금 부담 때문이다. 직장인 김형준(30)씨는 “나이 들수록 5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더라”고 털어놨다.

자영업자들에게 가정의 달은 ‘적자의 달’이다. 올해는 황금 연휴까지 겹치면서 사정은 더욱 나빠질 것으로 보인다. 여의도역 인근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김금희(61)씨는 “다들 공휴일이 생겨도 해외로 나가서 소비를 하지, 근처 밥집이나 술집에서 쓰지는 않는 것 같다”면서 “가게 문을 열어도 평소 매출의 70%도 안 되게 벌텐데 문을 열어야 할지 고민 중”이라고 했다. 근처에서 김밥집을 운영하는 박모씨는 “여의도는 특히 직장인들이 많이 찾는 동네기 때문에 회사가 문을 안 열면 그날 장사는 포기해야 한다”며 울상을 지었다.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2%대로 주저앉으면서 소비 절벽을 돌파하려는 시도가 이어진다. 하지만 ‘내수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외침은 소비 여력이 부족한 가계의 상황을 보면 공허하게만 들린다. 내수 부진은 일자리 감소와 제자리를 걷는 임금으로 인해 가계로 돈이 유입되지 않아서 생긴 구조적 문제다. 정부가 급작스레 하루 이틀 쉬는 날을 정하고 금융, 산업계가 여기에 맞춰 허겁지겁 이벤트를 준비토록 하는 것은 아무리 곱씹어도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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