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가치 증가 예상되면 상속 아니라 증여하라

상속·증여 전문가로 금융기관 및 회계법인에서 10년 이상을 활동했다. 그동안 많은 자산가를 만나 세금 고민을 듣고 그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했다. 그리고 그들이 가장 고민하는 문제가 상속세라는 것을 알았다. 1960~70년대 대한민국 고도 성장기를 경험한 70세 이상의 자산가들은 그 어떤 세대보다 성장의 혜택을 많이 받았다. 그리고 많은 재산을 보유할 수 있었다. 이 자산가들의 최대 관심은 돈을 더 버는 게 아니라 모은 자산을 어떻게 잘 지킬 수 있는가이다. 공격이 아니라 수성의 재테크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세계 경제가 불경기를 겪고 있는 작금의 현실에서 재테크 원칙이 공격의 재테크에서 수성의 재테크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더욱이 세계 경제가 불경기를 겪고 있는 현재 이런 흐름은 더욱 강해지고 있다.
인간이 피할 수 없는 ‘죽음과 세금’
미국 건국의 초석을 다진 벤저민 프랭클린은 “인간이 살면서 피할 수 없는 두 가지가 바로 죽음과 세금이다”고 말했다. 이 두 가지를 합쳐 놓은 결과물이 바로 상속세가 아닐까. 최고 세율 50%를 부담해야 하는 상속세는 자산가들에게 큰 위협이 되고 있다. 피할 수도 없다. 설상가상 상속세를 준비하고 신고해야 할 대상은 자산가가 아니라 그들의 배우자와 자녀들이 될 가능성이 크다.
상속세는 피상속인이 사망한 달의 말일로부터 6개월이 되는 날까지 신고, 납부해야 하는 세금이다. 상속인에게 상속세는 배우자 또는 아버지(혹은 어머니)의 부재 이후에 맞이하는 첫 번째 시련이자 도전인 것이다. 6개월이란 시간 동안 피상속인이 남겨 놓은 모든 재산을 파악하는 동시에 이를 기준으로 상속인 간의 소유권을 확정하고 상속세 신고를 준비해야 한다. 상속세를 내기 위한 재원 마련 역시 상속인에게 주어진 과제다.
현재 우리 세법은 상속인에게 망인을 기억하며 애도할 시간을 그리 많이 주진 않는다. 오히려 국세청은 상속세 신고일로부터 4~6개월 후에 상속세에 대한 세무조사를 수행한다. 신고한 부분보다 상속세를 더 낼 부분이 있는지 조사(신고 적정성)하는 것이다.
설마 나도 상속세 세무조사에 걸릴까라는 생각은 하지 말자. 왜냐하면 상속세는 다른 세금처럼 신고만으로 끝나는 세금이 아니다. 정부에서 신고된 내용을 바탕으로 확인해 부과하는 세금이기 때문에 100% 세무조사를 받는다.
상속세 납부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노년의 자산가들은 사후 가족들이 고생하지 않게 하기 위해 세무전문가를 찾아 상속세 신고를 대비한다. 상속세 대비 방법 중 가장 대표적인 경우가 재산 중 일부를 증여하는 방법이다. 만약 자산가가 배우자 또는 자녀에게 증여하고 10년 넘게 생존하면 증여재산은 상속재산에서 제외된다. 또한 10년 이내에 사망하게 되더라도 증여 당시의 재산가액으로 상속재산에 포함되기 때문에 증여재산의 재산가치가 상승할 경우 상속세 부담을 덜 수 있다. 물론 증여 시 낸 세금은 기납부세액(먼저 낸 세금)으로 상속세 부담세액에서 빠지게 된다.
그렇다면 어떤 재산을 생전에 증여해야 하고 어떤 재산을 남겨둬 상속해야 할까. 실제 사례를 들어 자세히 알아보자.
사례 1 | 가치 상승이 명백한 재산이 있다면
상속세를 효과적으로 대비하기 위한 첫 번째 과정은 자신의 모든 재산을 나열하고 그 재산의 가치가 얼마인지 평가하는 일이다. 이후에 우리가 준비해야 할 단계는 먼저 증여할 재산을 선택하는 것이다.
증여할 재산을 선택하는 기준은 앞으로 가치가 상승할 재산이 어떤 재산인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향후 상승세가 예상되는 주식이나 개발 호재가 있는 부동산, 안정적인 임대수익이 보장되는 수익형부동산 등 본인이 가지고 있는 재산 중 향후 재산가치 증가 및 수익가치 향상이 예상되는 알짜 재산을 증여하는 것이 가장 좋다. 현행 세법상 증여세는 증여 당시의 재산평가액을 기준으로 세금을 내고, 나중에 상속이 발생해 당해 증여재산을 상속재산에 합산하게 되더라도 ‘증여세 신고 당시’의 재산평가액으로 합산된다. 때문에 이러한 재산을 먼저 증여하는 경우, 상속으로 남기는 방안보다 증여일과 상속일 사이의 가치 증가분만큼은 상속세 절세 효과가 있다.
게다가 증여 이후에는 수증자(증여를 받은 자녀 등)가 증여재산과 관련한 임대수익이나 배당 등의 투자수익을 수령할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상속세 및 종합소득세 절세 효과는 더욱 커진다. 이 때문에 회사의 본질 가치는 그대로인 상태에서 금융위기 등 대외요건 등으로 인해 주식 가치가 급락할 때 상장기업의 오너들은 자신의 주식을 자녀에게 대거 증여해 상속세 등의 절감 효과를 누리곤 한다.
사례 2 | 비(非)상속인에 이전할 재산 있다면
일반적으로 자산가들은 배우자나 자녀 등 상속인에게 자신의 재산을 물려주고자 한다. 하지만 일부 재산은 특정 손주나 며느리 혹은 형제 등 상속인이 아닌 자들에게 물려주고 싶어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렇게 상속인이 아닌 자에게 재산을 이전하고자 할 때에는 증여의 방법이나 법적 절차를 마친 유증(유언으로 재산을 처분)을 통해야만 재산을 물려줄 수 있다.
만약 생전에 이런 조치 없이 사망하게 된다면, 상속인이 아닌 자들에게 재산을 이전하고 싶어도 이전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상속인이 원해도 말이다. 왜냐하면 현행 민법상 협의분할의 대상에 상속인이 아닌 자는 제외되기 때문이다.
한 자산가가 애착을 가지고 관리한 별장을 자녀가 아닌 특정 손자에게 물려주고자 했으나, 생전에 증여나 법적 효력이 있는 유증 문서 없이 갑자기 사망했다고 가정해 보자. 일단 상속이 발생하게 되면, 상속인인 자녀들이 아무리 이 손자에게 별장을 주고 싶어도 협의분할이나 법정상속을 통해서는 상속 단계에서 바로 손자에게 이전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결국 손자가 별장을 소유하기 위해서는 일단 상속인 단계에서 상속세 및 취득세를 내고 상속인 소유로 한 뒤, 손자가 증여 등의 방법을 통해 증여세와 취득세를 한 번 더 내야 한다. 상속세와 취득세가 이중으로 발생하는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두 가지 경우 이외에도 증여 방법을 통해 먼저 재산을 이전하는 것이 상속으로 남겨두는 방안보다 유리한 경우가 많다. 그러나 각 개인이 처한 상황과 상속재산의 종류가 다르기 때문에 어떤 방법이 꼭 정답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결국 사전에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단계별 실행 계획을 수립해 차근차근 실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 안경섭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기업은행 PB고객부 세무팀장, 현재 호연회계법인에서 자산가 및 중견, 중소기업의 CEO 대상 상속·증여 전문 세무사로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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