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불공정 입학 사례 24건..내년부턴 불합격 처리(종합)

권형진 기자 2016. 5. 2.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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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입학 실태조사 결과 발표..14개 로스쿨에서 발견 5건은 자소서에 부모 알 수 있게 기재..경고·주의에 그쳐
사법시험 존치를 위한 고시생모임 학생들이 지난달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사법시험 존치를 촉구하는 삭발식을 하고 있다. 2016.4.26/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서울=뉴스1) 권형진 기자 = 전·현직 대법관 등 고위층 자녀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입학과정에서 특혜를 봤다는 의혹이 일부 사실로 드러났다. 자기소개서에 부모나 친인척의 신상을 기재해 불공정 입학 소지가 있는 사례가 24건이나 발견됐다. 그중 8건은 자기소개서에 부모나 친인척의 신상을 기재하지 못하도록 했는데도 기재해 부정입학 소지마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4개 로스쿨의 선발과정에서 불공정 입학 의심 사례가 발견됐지만 처벌은 경고나 주의 조치에 그쳤다. 합격자 취소 등의 처벌도 내리지 않는다. 다만 내년부터는 이를 명문화해 부모나 친인척의 신상을 자기소개서에 기재하면 불합격 처리할 방침이다.

교육부는 2일 이런 내용을 담은 '로스쿨 입학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해 말 사법시험 존치 논란이 일면서 로스쿨 입학생들의 '금수저' 논란이 불거지자 교육부는 지난해 12월16일부터 올해 1월28일까지 전국 25개 로스쿨의 입학과정을 전수조사했다.

2014학년도부터 2016학년도까지 전국 25개 로스쿨에 합격한 6000여명을 대상으로 입학전형절차의 공정성, 전형절차 준수 등을 집중 조사햇다.

◇ 부모·친인척 드러낸 자기소개서 24건…8건은 부정행위 소지

실태조사 결과 부모나 친인척의 신상을 자기소개서에 기재해 부정입학 혹은 불공정 입학 소지가 있는 사례는 총 24건 발견됐다.

그중 8건은 부정행위 소지가 있다고 교육부는 판단했다. 전형요강에 부모나 친인척의 신상을 기재하지 못하도록 했는데도 학생이 이를 기재했기 때문이다.

특히 A대학 로스쿨에 입학한 한 학생은 자기소개서에 몇 년도에 '아버지가 00시장'을 지냈다는 사실을 구체적으로 기록했다. 누구라도 아버지가 누구인지 알 수 있는 경우다.

대학은 개인식별정보를 가리지 않은 채 이 자기소개서를 그대로 면접관에게 제공했다. 25개 로스쿨 가운데 응시원서, 자기소개서, 성적표 등 서류평가에서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정보를 음영 처리하는 학교는 2곳뿐이다.

부모나 친인척의 신상을 기재하면 안 된다는 규정에도 기재한 8건 중 7건은 부모나 친인척의 직위, 직장을 자기소개서에 기재했지만 이름이나 재직 시기를 드러내지 않아 당사자를 추정할 수 없는 경우였다. 법조인 5명, 시의회 의원 1명, 공무원 1명이 포함됐다.

나머지 16건은 전형요강에 부모나 친인척의 신상을 기록하면 안 된다는 사실을 고지하지 않은 경우에 해당한다. 교육부는 사전에 고지하지 않았기 때문에 부정행위로 볼 수는 없지만 입학전형의 공정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자료: 교육부 © News1

◇ 부모 누군지 추정할 수 있는 자기소개서도 5건 발견

부모나 친인척의 신상을 기재한 24건의 자기소개서 중에는 부모나 친인척이 누구인지 추정할 수 있는 사례도 5건 있었다.

자기소개서에 '아버지가 00시장' '외삼촌이 00변호사협회 부협회장' '아버지가 법무법인 00대표' '아버지가 00공단 이사장' '아버지가 00지방법원장'으로 기재한 경우다.

다만 '아버지가 00시장'이라고 기재한 자기소개서 외에 나머지 4건은 불공정 입시 소지는 있지만 부정행위로는 볼 수 없다고 교육부는 설명했다. 대학에서 사전에 기재 금지 사실을 고지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나머지 19건은 부모나 친인척의 직위와 직장을 단순 기재한 경우다. 재직기간 등을 기재하지 않아 누군지 추정은 불가능했다.

단순 기재한 19건 중 7건은 부모의 직위 등을 기재하지 않도록 했는데도 자기소개서에 이를 적은 경우다. 12건은 부모나 친인척의 신상을 적었지만 대학이 기재 금지를 사전에 공지하지 않았다.

자기소개서에 부모나 친인척의 신상을 기록하는 것보다 더 심각하게 입학전형의 공정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는 경우도 발견됐다. 영남대와 전남대는 응시원서에 보호자의 이름과 근무처를 기재하도록 했다.

해당 대학 교직원 자녀가 로스쿨에 입학한 사례는 모두 37건 확인했다. 그중 10명은 그 대학 로스쿨 교수의 자녀였고, 나머지 27명은 다른 학과 교수의 자녀이거나 직원 자녀였다.

◇ 입학 취소는 안 해…대학에도 경고·주의 조치에 그쳐

불공정 입학 의심 사례가 24건 발견되고 그중 8건은 부정행위 소지가 있지만 학생에게는 입학 취소 등의 처분은 내리지 않기로 했다.

이진석 교육부 학술장학정책관은 "법률자문 결과 지원자의 부정행위로 인정될 소지가 있다 해도 비례의 원칙, 신뢰보호의 원칙, 대학의 과실을 개인에게 전가하는 문제점 등의 법적 한계로 합격취소는 어렵다는 것이 외부법률자문의 공통된 결론이었다"고 밝혔다.

부모·친인척이 누구인지 구체적으로 알 수 있는 5건에 대해서도 이 국장은 "법학적성시험, 학부성적, 영어, 서류면접 등 다양한 요소와 다수 평가위원의 평가가 반영되는 관계로 자기소개서의 신상 기재와 합격과의 인과관계는 확인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진석 교육부 학술장학지원관이 2일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브리핑실에서 법학전문대학원 입학실태조사 결과 발표를 하고 있다. 2016.5.2/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불공정 입학 의심 사례가 발견된 13곳의 로스쿨에는 경고, 주의 등의 제재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기재 금지를 고지했는데도 부모나 친인척의 신상을 드러낸 자기소개서가 발견된 6개 대학(경북대와 부산대, 인하대, 제주대, 충남대, 한양대)에는 경고 조치하고 내년 로스쿨 평가에 이를 반영하기로 했다. 학생선발 책임자와 로스쿨 원장에게도 각각 경고와 주의 조치를 내린다.

부모 등의 신상을 기재한 자기소개서가 발견됐지만 사전에 이를 금지하지 않은 7개 로스쿨(경희대, 고려대, 동아대, 서울대, 연세대, 원광대, 이화여대)에도 기관 경고, 로스쿨 원장 주의 등의 조치를 내리고 내년 평가에 반영할 계획이다.

로스쿨 응시원서에 보호자의 이름과 근무처를 적도록 한 영남대와 전남대에도 기관 경고와 로스쿨 원장 경고 처분을 내리고 로스쿨 평가에 반영하기로 했다.

◇ 내년부터 부모 신상 기재 금지 명문화…기재 시 불합격 처리하기로

이번 실태조사에서 부정행위나 불공정 입학 의혹 사례가 발견되지 않은 로스쿨은 강원대, 서강대, 서울시립대, 성균관대, 아주대, 중앙대, 충북대, 한국외대 등 11곳이다.

건국대와 영남대는 부정행위 소지가 있는 자기소개서 기재 사례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사전이 이를 금지하지 않아 시정 요구와 함께 로스쿨 원장에게 주의 조치를 내렸다.

내년부터는 자기소개서에 부모나 친인척의 신상 등을 기재하면 불합격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앞으로 자기소개서에 부모 등의 이름과 직업, 직위 등 신상정보를 기재하지 못하도록 금지하고, 금지했는데도 기재할 때는 불합격 처리한다는 등의 조치를 전형요강에 명시하도록 할 방침이다.

이진석 국장은 "자기소개서와 관련된 부분은 시정 조치를 취하도록 할 예정"이라며 "시정 조치에 따르지 않을 경우 2단계로 정원 감축, 심지어는 폐쇄까지 가능한 절차가 관련 법령에 정해져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공정성과 객관성을 확보할 수 있는 구체적 선발제도 개선 방안은 로스쿨협의회에서 빠른 시일 내에 마련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jin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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