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봇 시대, 내게도 개인비서가 생겼다

김미희 2016. 5. 1.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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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신저 대화창으로 원하는 식당 예약하고 날씨에 맞는 옷차림 추천받고..모바일 메신저와 AI 결합한 '챗봇' 스스로 검색하고 판단지도·쇼핑 등 앱 기능 흡수..

메신저 대화창으로 원하는 식당 예약하고 날씨에 맞는 옷차림 추천받고..

모바일 메신저와 AI 결합한 '챗봇' 스스로 검색하고 판단
지도·쇼핑 등 앱 기능 흡수..

"오늘 저녁 사업 파트너 3명과 독립된 장소에서 식사를 하며 미팅을 하고 싶은데 어느 식당이 좋을까·"

'어떤 음식으로 하시겠습니까·"

"이태리 음식이 좋겠다."

"위치는 어디쯤이 좋을까요·"

"청담동이 좋겠어."

"A, B, C 식당의 평판이 좋은데, 내부 전경은 사진을 봐주세요. 마음에 드는 곳이 있으신가요."

"A식당이 마음에 드는데."

"네. 예약하겠습니다."



스마트폰 채팅창의 대화내용이다. 세계 스마트폰 사용자라면 누구나 개인비서를 두는 시대가 됐다.

카카오톡, 라인 같은 모바일 메신저가 인공지능(AI)과 결합하면서다. 스마트폰 안에 있는 개인비서는 쇼핑, 길찾기, 식당예약, 투자까지 주인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대신해준다. 사람 비서보다 정확하게 주인이 원하는 것을 찾아내 훌륭한 결과물을 만들어낼 것으로 보인다.

모바일 메신저 업체들이 'AI퍼스트(인공지능 우선주의)'를 선언하고 잇따라 모바일 메신저에 AI를 결합하고 나섰다.

스마트폰에 등록된 전화번호로 지인과 실시간 채팅을 할 수 있던 '소통채널'이던 모바일 메신저가 AI를 만나 '챗봇(Chat bot, 채팅로봇)'이 되면서 스마트폰 사용자의 개인비서가 되는 것이다.

'챗봇'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애플리케이션(앱)으로 대변되던 스마트폰 생태계도 일대 전환기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지도, 검색, 쇼핑, 게임 등 수많은 앱들이 챗봇 안으로 흡수되는 것이다. 챗봇이 스스로 검색하고 판단하면서 스마트폰 사용자는 굳이 검색이나 쇼핑, 투자를 위해 별도의 앱을 내려받거나 실행할 필요가 없어지는 것이다.

이와 관련 네이버와 구글,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국내외 정보기술(IT) 업체 간 '챗봇 경쟁'도 본격화되고 있다. 즉 이용자들이 별도의 검색사이트 대신 모바일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앱) 안에서 항공권 예약은 물론 가까운 병원과 약국을 추천받고, 금융투자와 부동산 임대까지 상담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이 과정에서 쌓인 대량의 정보는 챗봇의 머신러닝(기계학습) 과정을 거치면서 시간이 흐를수록 서비스의 완성도를 높여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일 주요 외신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를 기점으로 글로벌 모바일 메신저인 왓츠앱, 페이스북 메신저, 위챗 등의 월간 실 사용자(Monthly Active Users, MAU) 수가 30억 명을 돌파, 같은 기간 페이스북 등 4대 소셜네트워크(SNS) 이용자(25억 명)를 넘어섰다. 게다가 스마트폰 1대 당 2개 이상의 모바일 메신저가 설치된 것으로 집계되면서, 검색 사이트와 SNS를 넘어 모바일 메신저가 차세대 플랫폼으로 떠올랐다.

■글로벌 IT 공룡 '챗봇 경쟁' 돌입

MS, 페이스북, 구글 등이 전방위적으로 '챗봇 열전'을 펼치고 있다. 자사 모바일 메신저에 AI를 결합, 인간의 자연어를 그대로 이해해 각종 주문사항을 응대하도록 한 것은 물론 챗봇 제작에 필요한 개발도구까지 모두 공개하며 생태계 확장에 나선 것이다. 인간의 자연어 이해는 문자와 음성인식을 넘어 이용자의 표정 변화까지 감지하는 수준으로 발전할 것이란 게 학계 관측이다.

앞서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열린 연례 개발자 회의 'F8 2016'에서 "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것처럼 지금 필요한 서비스 업체와도 메시지를 주고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즉 페이스북 메신저 창을 열고 '내일의 날씨와 어울리는 옷차림은·'이라고 질문하면, △지역 날씨 △적합한 옷차림 △관련 옷과 소품을 구매할 수 있는 쇼핑몰 등이 자동으로 추천되는 형태다. 현재 페이스북은 메신저에 'M'이라는 이름의 AI 비서를 탑재해 메신저 상에서 검색 및 자동추천이 이뤄지도록 프로그램을 개발 중이다.

또 MS가 지난해 중국에서 선보인 챗봇 '샤오이스(Xiaoice, 샤오빙(小氷))'는 이미 가입자 수가 2억 명을 넘어섰다. 마 웨이잉 MS리서치 아시아 부소장은 "샤오이스는 각종 데이터 속에 숨은 패턴을 찾아내는 데이터마이닝(data mining) 기술을 통해 이용자가 사람과 대화하는 것처럼 느끼도록 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일례로 샤오이스 이용자가 대화창에 따뜻한 국물이 담긴 그릇 사진을 전송하면 샤오이스는 "입안에 군침이 도는군요"라는 답변과 함께 주변 맛집을 추천, 예약전화를 걸 수 있는 기능까지 제공한다.

■네이버도 B2B 영역으로 챗봇 확대

글로벌 흐름에 발맞춰 네이버와 카카오도 발 빠른 대응에 나섰다. 네이버는 쇼핑서비스인 '쇼핑 윈도'에서 오프라인 사업자와 온라인 구매자가 실시간으로 상품문의를 할 수 있는 '1:1 톡톡'에 챗봇을 결합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즉 사이즈 문의와 배송시기 조율 등 일반적인 질문에 대해서는 주인장처럼 자연스럽게 자동답변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일례로 미국 젊은이들이 주로 이용하는 모바일 메신저 '킥(Kik)'은 최근 화장품 및 의류업체가 참여한 '챗봇숍(Chat bot Shop)'을 열었다. 이용자가 킥에서 '@'을 붙여 회사명을 입력하면, 해당 업체의 챗봇이 등장해 각종 질의와 주문에 응대해준다. 네이버의 톡톡도 이와 같은 수준으로 진화할 것이란 게 업계 분석이다.

또 네이버의 일본 자회사인 '라인(LINE)'은 올 하반기 챗봇을 활용한 스마트폰 콜 센터를 열 예정이며, 카카오는 기업이 홍보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옐로아이디'와 '플러스친구' 등에 챗봇을 결합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현재 자동응답 API(앱 개발도구)형태의 간단한 봇은 플러스친구 등에 적용된 상태"라며 "인공지능 기반의 챗봇은 내부에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지만 아직 어떤 형태로 외부에 공개될 지는 미지수"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업계에서는 올 하반기에 공식 출범할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에서 24시간 금융상담을 해주는 '금융봇'이 카카오의 첫 챗봇이 될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챗봇, IoT와 결합 시 시너지 극대화

챗봇이 기업용으로 재탄생할 경우엔 더 큰 파급력을 지니게 된다. 일례로 인사조직 관리팀에서 내부 직원들의 업무 적응도 등을 파악할 때 유용하다는 것이다.

마 웨이잉 부소장은 "샤오이스와 같은 챗봇이 향후 기업체에 녹아들면 전자상거래업체들은 방문객과 대화를 통해 유대관계를 쌓은 뒤 제품 추천이나 쇼핑을 유도할 수 있다"며 "기업체 인사팀에서도 챗봇으로 직원들과 집중상담하면서 그들의 업무태도 및 협업패턴까지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최근에는 챗봇을 사물인터넷(IoT) 시대의 '스마트홈'과 결합하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이미 LG전자는 라인과 카카오톡 등을 이용해 집 안의 생활가전과 대화를 나누듯이 제어할 수 있는 '홈챗'을 제공 중이다.

이용자가 출근길에 메신저 대화창에 '외출'을 입력하면, 냉장고 등이 절전모드로 바뀌는 형태다. 여기에 인공지능 기반의 챗봇이 결합되면 좀 더 지능화된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 또 향후 IoT기반의 스마트팩토리에도 적용될 경우, 시너지는극대화 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건국대 김두현 인터넷미디어공학과 교수는 "모바일 메신저는 누구나 쉽게 사용하기 때문에 인공지능 저변확대와 산업화에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elikim@fnnews.com 김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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